이른바 ‘유병장수’ 시대가 도래하면서 간편심사보험(유병자보험)이 대표적인 '시니어 보험'으로 자리잡고 있다. 6일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심사보험의 4개사 합산 신계약건수는 283만2001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158만7555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김영희 디자이너 |
간편심사보험은 병력이 있거나 현재 만성질환으로 치료를 받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상품이다. 일반적인 보험의 경우 ‘최근 5년 이내 30일 이상 투약한 적이 있는지’, ‘7일 이상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지’ 등 가입자의 건강 상태를 까다롭게 확인하고, 보험 가입을 거절하기도 한다. 반면 간편심사보험은 병력 심사를 최소화해 유병자에게도 가입의 문을 열어뒀다. 5년 이내 6대 중대 질병(암·협심증·심근경색·심장판막증·간경화·뇌졸중) 관련 진단·입원·수술이 있었는지, 3개월 이내 의료진으로부터 입원·수술·재검사 필요 소견을 받았는지 등 2~3가지 항목만 확인한다.
A씨와 B씨처럼 만성질환이 있는 채로 노년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다. 다만 보험료가 일반심사보험보다 많게는 2배 가까이 높게 책정되고, 보장 범위도 일반심사보험만큼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가입 시 과거 병력을 솔직하게 고지하지 않았을 경우 계약이 해지되거나 보험금을 받지 못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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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만기 보험만으로는 불안” 수요 겨냥
높은 보험료 등 한계에도 불구하고 간편심사보험이 장년층과 고령층의 인기를 끄는 건, 보험 보장 공백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려는 심리가 작용한 영향도 있다. 여성 평균 수명이 90세(보험개발원)를 넘어서는 등 ‘100세 시대’가 다가오는 가운데, 과거 보험은 대부분 만기 80세로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죽기 전까지 각종 질환의 보장을 폭넓게 받고자 하는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기존에 갖고 있던 보험의 부족한 보장을 점검한 뒤 간편심사보험에 추가로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수요를 반영해 보험사들은 간편심사보험의 가입연령을 90세까지 높이고, 보장 만기도 100세까지 설정하는 추세다. ‘KB 실버암간편건강보험’은 당뇨나 고혈압‧고지혈증이 있어도 60세부터 90세까지 가입할 수 있고 최대 100세까지 보장한다. ‘현대해상 6090 히어로 종합보험’도 치매와 간병 등만 보장하던 기존 고령자보험에서 벗어나 60~90세에 특화된 보장을 구성했는데, 간편심사형으로도 가입이 가능하다. 삼성화재는 ‘간편보험 새로고침’ 상품군 가입자가 고지해야 하는 중대 질병 진단 기간이나 입원‧수술 기간을 다양하게 꾸려 선택지를 넓혔다. 메리츠화재는 ‘올바른 간편보험’에 간병인 지원 특약을 꾸려 차별화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업계가 간편심사보험에 공을 들이고 상품군을 많이 늘려왔다”며 “최근에는 매출 실적이 종합형보다도 간편심사보험이 더 높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보험사가 간편심사보험 등 시니어 시장에 공을 들이는 건 새로운 보험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내년 초고령화 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중 20% 초과) 진입이 예상되는 등 고령화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더 이상 ‘건강하고 젊은 고객’에게만 집중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건강한 사람들은 이미 보험이 다 준비돼 있는 상황”이라며 “이제는 보험 가입 욕구가 가장 큰 고령자‧유병자 고객층으로 시선을 돌려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허창언 보험개발원장도 “베이비붐 세대가 나이 들고, 의료비 부담도 계속 커져가는 상황에서 보험산업도 시장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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