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연일 급등세를 보이며 1억 원 돌파를 목전에 둔 가운데 5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실시간 거래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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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질주 끝에 역대 최고치까지 기록했습니다. 비록 잠깐이긴 했지만 투자자들은 환호했습니다. 곧 아쉬움에 탄식을 쏟아내며 ‘1억 원’ 돌파를 기대하고 있는데요. 과연 비트코인이 개당 1억 원이라는 전인미답의 고지를 밟을 수 있을까요?
시장에서는 기대감과 함께 조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당장 비트코인을 보유한 개인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지금 팔아야 하는지, 더 사야 하는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실시간 거래가격이 송출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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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 기준 이날 오전 10시 5분께(서부 오전 7시 5분)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 대비 4.06% 상승한 6만9115달러를 기록하며 6만9000달러대에 진입했습니다.
비트코인이 6만9000달러를 돌파한 건 처음입니다. 이전까지 비트코인의 최고가는 2021년 11월 기록했던 6만8990달러였죠. 2년 4개월 만에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겁니다.
비트코인은 전날에도 6만8800달러 선까지 올랐다가 하락했는데요. 하루 만에 다시 이를 뛰어넘었습니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10월 이후 160% 급등했고, 지난달에만 40% 넘게 상승했습니다. 국내 원화거래소에서 지난달 26일 기준 7000만 원 선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3일 만인 29일 9000만 원 선까지 올랐습니다.
1억 원 돌파를 눈앞에 두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도 극에 달했습니다. 가상자산 데이터 제공 업체 얼터너티브닷미에 따르면 4일 가상자산의 투자심리는 90포인트의 ‘극단적 탐욕’ 단계로 2021년 2월17일 이후 최고치를 보였습니다. 2021년 당시에는 대부분의 가상자산이 일제히 상승하는, 이른바 ‘코인 불장’ 시기였죠. 얼터너티브의 공포·탐욕 지수는 가상자산 투심을 0부터 100까지 점수로 환산한 것으로 0에 가까울수록 투심이 악화한 ‘공포’ 상태를 의미하며 100에 가까울수록 가상자산 투자 수요가 높은 ‘탐욕’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5일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치를 찍고 급락하면서 얼터너티브의 공포·탐욕 지수도 전날보다 15포인트 하락한 75포인트로 ‘탐욕’ 단계를 보였습니다.
최근 비트코인의 상승세에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유입 증가와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를 다음 달로 앞두고 있다는 점이 꼽힙니다.
비트코인 반감기는 채굴자들이 받는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기간을 말하는데요. 대략 4년을 주기로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들게끔 설계됐습니다. 비트코인 수요는 증가하지만 풀리는 수량은 줄어들면서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비트코인 공급량은 총 2100만 개로 제한돼 있고, 이 중 1900만 개가 이미 채굴된 상태입니다.
그간 비트코인 반감기는 총 3차례 있었는데, 모두 직후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차 반감기였던 2012년 11월부터 다음 반감기까지 비트코인 가격은 92배, 2차와 3차 반감기에는 각각 30배, 8배 상승했습니다. 최근 비트코인에 투심이 쏠리는 건 반감기를 앞두고 차익을 노려 코인을 매입하는 투자자들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죠. 이번 반감기는 다음 달 21일경으로 추정됩니다.
여론은 비트코인의 급등세가 이어진다는 쪽에 좀 더 기울어 있습니다. 당장 최근에도 비트코인에 긍정적인 전망이 또 나왔는데요. 최종 저항선을 넘겨 안착한다면 8만 달러까지 간다는 내용입니다.
5일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케이티 스톡턴 페어리드 스트래티지스 대표는 “비트코인 가격은 현재 마지막 저항을 시험하고 있다”며 “저항선의 돌파가 확인되면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8만600달러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최근 비트코인의 가격이 단기, 중기, 장기 차트에서 강세 모멘텀을 가리키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마지막 저항선이 6만4900달러라고 분석했습니다. 비트코인의 주간 종가가 두 주 연속으로 이 수준을 넘어야 저항을 이겨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는데요. 일정 기간 6만5000달러대 이상에서 안착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는 “비트코인 가격의 이 저항선 돌파가 확인되면 저항이 남지 않은 장기적 강세장이 될 것”이라며 “모멘텀은 모든 기간에 걸쳐 매우 긍정적이고 강세 편향성을 보장한다”고 판단했는데요. 이어 “장기 상승 여력이 소진될 조짐이 없어 몇 달간 강세 편향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IG의 시장분석가 토니 시카모어도 “비트코인이 단기적으로 과매수상태로 단기적 하락은 있어도 8만 달러를 향한 움직임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고, 월가의 대표 강세론자로 꼽히는 톰 리 펀드스트랫 공동창업자도 “비트코인이 단기적으로 8만2000달러에 도달하고 올해 말까지 15만 달러까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자산운용사 아크인베스트 설립자인 ‘돈 나무 언니’ 캐시 우드는 강세장일 경우 2030년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150만 달러에 이를 가능성도 거론했죠.
(출처=페페 코인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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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비트코인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닙니다. 비트코인이 최근 급등세를 이어온 만큼 곧 강력한 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요. 이미 고점 신호가 포착됐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는 중입니다.
비트코인이 상승세를 이어오는 동안 ‘밈코인’의 급등도 눈에 띄었는데요. 밈코인은 온라인 커뮤니티,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유행하는 이미지나 문화 콘텐츠를 따 발행된 가상화폐입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달리 결제나 보안 기능이 없고, 단순한 재미를 위해 만들 어진 경우가 많죠.
잘 알려진 밈코인인 도지코인과 시바이누는 지난달 26일부터 5일까지 약 일주일 만에 각각 115%, 293% 급등했습니다. 개구리 캐릭터를 모티브로 한 페페 코인은 일주일간 무려 400% 폭등했죠. 지난 1년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지만, 최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대장주들의 상승세를 따라 함께 상승한 모습입니다.
경계해야 할 부분은 이들 코인의 가격 상승에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또 밈코인의 급등은 가상자산 시장이 과열됐음을 알리는 신호로도 해석할 수 있다는 것도 유의해야 하는데요. 이미 크게 오른 비트코인 가격이 추가 상승하기 어렵다고 본 투기 세력이 밈코인으로 눈을 돌리면서 가격이 치솟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로 비트코인은 2020년 말부터 상승세를 타다가 이듬해 5월에 흐름이 꺾였는데, 밈코인은 비트코인 상승장 막바지였던 2021년 4월부터 약 한 달간 급등한 후 약세로 전환한 바 있습니다.
또 해외보다 국내 거래 가격이 더 높은 ‘김치 프리미엄’의 수치가 높게 유지되면서 특히 국내 코인 시장이 과열됐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비트코인은 한국 시간으로 6일 오후 1시 5분 해외 거래소에서는 6만3350달러대에 거래됐지만, 국내 거래소에서는 8994만5000원대에 거래됐습니다. 5%가량 더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 겁니다.
(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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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투심이 과열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신중론에도 점차 힘이 실리는 상황입니다.
투자은행 오펜하이머의 오웬 라우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긍정적인 가격 움직임을 뒷받침할 촉매제가 존재한다”면서도 “상승 속도가 너무 빨라서 조정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JP모건 체이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4월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4만2000달러로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현재 가격보다 30% 넘게 떨어진 수치인데요. 반감기 호재는 이미 가격에 반영된 상태고, 반감기 이후 가격이 오히려 급락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들이 주목한 지점은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공급량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생산 비용이 크게 상승한다는 사실이죠.
니콜라오스 파니기르초글로 JP모건 애널리스트는 “반감기 도래 후 채굴자 보상은 기존 블록당 6.25비트코인(BTC)에서 3.125 BTC로 줄어든다”며 “이는 채굴자의 채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비트코인 생산 비용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과거 비트코인 생산 비용 상승은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며 “현재 글로벌 평균 2만6500달러로 추산되는 비트코인 생산 비용은 5만30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비트코인의 공급량이 줄어 채굴자들의 수익성이 떨어지며 다량의 비트코인 매도세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과 현물 ETF를 통해 높아진 접근성 등은 비트코인에 대한 낙관론이 주류로 자리 잡게 했습니다. 그러나 변동성은 여전히 높다는 사실을 유의해야 하는데요. 최고치를 경신한 이날도 비트코인은 6만9000달러를 터치한 직후 15% 가까이 폭락하기도 했습니다. 투기성 상품이라는 비판도 여전한 상황입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디지털 금융 수석부사장인 라지브 밤라는 “디지털 금융 생태계, 특히 가상화폐 시장의 앞길은 변동성이 클 것”이라며 “이를 인식하고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투데이/장유진 기자 (yxxj@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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