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재학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장
희귀·난치성 환자들, 적기 놓치면 합병증
"의사·환자 암묵적 갑을관계…불안함 커"
치료 위해 지방→서울 빅5 원정가는 현실
지방 필수의료 살리기 방향에는 긍정평가
김재학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회장은 6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그저 불안한 마음으로 처분을 기다리는 입장”이라며 여러 차례 무력감을 호소했다. 그는 “저희는 의대 증원 2000명이란 숫자가 어떻게 나왔는지도 모르고 그게 합당한지도 잘 모른다”며 “그저 정부와 의사단체가 한 발씩 양보해서 빠른 타협점을 찾아주길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재학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회장. (사진=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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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은 희귀·난치성 신경질환인 ‘샤르코 마리 투스병’을 앓고 있다. 10만명당 36명에게 발병한다고 알려진 이 질병은 손·발 말초신경의 정상적인 발달이 저하돼 손이 굽고 마비가 오는 증상을 동반한다. 대형병원을 찾아 병의 진행 속도를 낮추는 것이 최선인 상황이다. 이달 중 정기 진료가 예약돼 있다는 그는 “언제 갑자기 연기되거나 취소될지 몰라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2000여 종의 질환, 80만 명의 희귀·난치성질환 환우들이 있다. 이 중 5%의 질환만이 치료제가 존재하고 나머지 95%는 치료제가 없어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만이 최선으로 여겨진다. 인터뷰에 함께 한 정진향 연합회 사무총장은 “(희귀·난치성 환자들은) 적기에 수술을 하지 못함으로써 평생 불구로 살 수도 있고 희귀질환은 합병증도 많기 때문에 2차 질병이 생겨날 위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 회장은 지방에 거주하는 희귀·난치성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원정’까지 나서는 현실을 짚었다. 서울 주요 병원의 전공의들이 진료 거부에 나서면서 가장 위협을 받고 있는 이들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는 “희귀·난치성 환자들 대다수는 ‘빅5’ 대형 병원(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서울삼성·서울성모)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일단 지방에는 병원이 없고, 병원이 있더라도 희귀 질환을 다룰 의사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김 회장은 희귀·난치성 환자들이 다른 질병의 환자들과는 달리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같은 질환을 가진 환자의 수가 워낙 적고 해당 질환을 다루는 의사도 극소수에 불과해 자칫 신분이 특정될 수 있어서다. 환자 입장에서는 “파업 사태 이후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까 걱정될 수밖에 없다”고 김 회장은 덧붙였다.
김 회장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원망스러운 감정도 있지만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암묵적인 갑을 관계 아니냐”며 “그렇다고 저희가 의사들에게 뭐라고 할 수 있는 입장도 못 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태가 장기화되면 환자들은 포기 상태로 갈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의사단체가 대화를 통해 최대한 빨리 합의점을 찾기를 바랄 뿐”이라고 재차 호소했다.
아울러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지방 필수의료 인프라 확보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냈다. 거점 국립대 병원을 키우는 등 조치가 이어지면 가뜩이나 이동이 불편한 희귀난치성 환자들이 좀 더 쉽게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어렵사리 서울에 오더라도 숙박할 곳을 찾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다”면서 “전동휠체어 이용 불가 등 시설이 미비한 곳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진향 사무총장은 “수술을 (제때) 못하게 되면 평생 불구로 살 수도 있고 2차 질병이 생길 수 있는 위험도 있다”며 “희귀질환 환자들은 이번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길 원한다. 이른 시일 내에 합의해 환자들의 불안감을 떨쳐줬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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