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계약 올해 끝나... 정부는 무관심
국가기관 설립돼도 장기 공백 불가피
충북 영동에 위치한 해맑음센터 교실. 센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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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와 불안한 나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학교폭력(학폭) 피해자들의 보금자리인 '해맑음센터'가 또다시 존폐 위기에 처했다. 임시 부지 계약이 올해 말 만료되지만, 정부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탓이다. 센터를 거쳐간 선·후배들도 국내 유일의 학폭 피해자 치유 공간이 사라질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해맑음센터는 2013년 대전의 한 폐교에 둥지를 튼 이래 10년 넘게 총 362명의 상처를 보듬어줬다. 통상 1년간 센터에서 숙식하며 폭력의 기억을 잊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피해자들을 돕는다. 시·도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위(Wee)센터' 등과 달리 학폭 피해 학생만 입소 가능하다. 지난해에도 7명이 입소해 1년 정도 머물다 학교로 돌아갔다.
센터는 피해자를 가해 학생과 단순 분리하는 '보호'를 넘어 상처를 '치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교과 과정과 함께 예술 치유 프로그램을 집중 운영하고,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 심리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기존 시설이 너무 낙후돼 위험성이 커지자, 지난해 충북 영동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충북 영동에 위치한 해맑음센터의 임시 조리시설. 시설이 외부에 있어 음식을 날라야 하는 등 각종 문제를 겪고 있다. 센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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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거처를 찾기까지도 우여곡절이 많았으나, 이마저도 부지 계약 기간이 올해로 끝난다. 계약을 갱신하지 않으면 문을 닫아야 하는 데도, 교육부는 향후 운영에 관해 별다른 지침을 주지 않고 있다. 조정실 센터장은 "센터가 2026년쯤 개관한다는 국가기관에 흡수되는 건지, 계속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건지 알 수 없어 막막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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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9201645000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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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가 원하는 건 갱신보다 부지 이전이다. 현 시설은 말 그대로 임시 공간이라 교육기관으로 적합하지 않다. 교실, 행정실 등을 간이 칸막이로 분리해 소음을 막지 못하고, 조리 시설도 외부에 컨테이너 형태로 있어 음식을 날라야 한다. 센터가 외진 곳에 위치해 학부모의 방문이나 교원 출퇴근도 쉽지 않다. 이동의 어려움 때문에 그만둔 교사만 벌써 3명이다. 응급 상황 발생 시 병원 이송이 오래 걸린다는 점 역시 큰 문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7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합동브리핑룸에서 학교폭력 사안처리 제도 개선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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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발표한 '2023년 1차 학폭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폭 피해를 입은 적 있다고 답한 학생은 2020년 2만7,000명에서 2023년 5만9,000명으로 계속 늘고 있다. 해맑음센터 같은 전문 치유 기관이 필요한 이유다. 중학생 자녀가 센터에 입소했던 학부모 A씨는 "해맑음은 우리 가족에게 숨통을 틔워 준 곳이자 든든한 버팀목이었다"며 센터의 존속을 바랐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가 수준의 (학폭 피해) 전문기관 설립은 아직 계획 단계"라며 "해맑음센터 부지 계약 문제는 충북교육청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태연 기자 ty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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