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기 광명시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주재한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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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근로자가 회사에서 받는 ‘출산지원금’은 세금을 한 푼도 떼지 않는다. 회사도 출산지원금을 비용으로 인정받아 법인세 부담을 덜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5일 경기도 광명에서 ‘청년’을 주제로 한 민생토론회에서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을 전액 비(非)과세해 기업 부담을 덜어 주고, 더 많은 근로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토론회 직후 기업이 출산 2년 내(최대 2회)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에 대해 붙는 소득세를 전액 비과세하는 내용으로 소득세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에는 6세 이하 자녀에 대한 출산ㆍ양육지원금에 대해 월 20만원(연 24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줬다. 이번 개정안에선 한도를 아예 없앴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비과세 한도를 두면 출산지원금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 출산을 파격적으로 장려하는 측면에서 한도를 폐지했다”고 설명했다.
올해에 한해 2021년 이후 태어난 자녀에 대한 출산지원금도 비과세한다. 바뀐 내용은 세법 개정안에 반영해 올해 9월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연봉 5000만원을 받는 근로자가 출산지원금 1억원을 받았을 경우 기존엔 근로소득세로 약 2750만원을 내야 했다. 하지만 개정안을 적용할 경우 1억원 전액을 비과세해 250만원(연봉 5000만원에 대한 근로소득세)만 내면 된다. 세금을 2500만원가량 줄일 수 있다.
기업도 출산지원금을 인건비(비용)로 인정받아 법인세를 감면받는다. 다만 기업이 ‘탈세 루트’로 악용할 소지를 막기 위해 지배주주의 특수관계인은 비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최원 한국조세연구포럼 회장(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기업이 다른 항목으로 써야 할 비용을 출산지원금으로 포장하는 등 조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 모든 근로자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도록 공통 기준을 근로계약서에 명시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정훈 세제실장은 “출산지원금을 근로자가 아닌 자녀에게 지급할 경우 (근로자가 자녀에게 증여한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올해 1월 1일자로 소급 적용한다. 최근 직원 자녀들에게 ‘출산장려금’을 지급한 부영의 경우, 직원들에게 근로소득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다시 과세 처리하면 직원ㆍ기업 모두 세금을 아낄 수 있다. 당초 부영 측은 직원 자녀들에게 ‘출산장려금 1억원’을 증여 방식으로 지급하면서 세제 혜택을 요구했지만, ‘부영 맞춤형’으로 세제 전반을 뜯어고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통상의 근로소득 기준에 맞춰 비과세 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파격적인 저출산 대책이라는 평가다. 다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아직 물음표가 붙는다. 그동안 기업이 출산지원금을 ‘(비과세 한도가 부족해서) 못 준 게 아니라, (한도가 있어도) 안 준’ 쪽에 가까워서다. 국세통계에 따르면 2022년 귀속 근로소득 중 출산ㆍ보육수당에 대한 비과세를 신고한 근로자는 47만2380명이다. 전체 근로소득자(2053만4714명)의 2.3%에 불과하다. 신고액은 3207억원, 1인당 연 67만9000원 수준이다. 당시 비과세 한도(연 120만원)는 물론 현 비과세 한도(연 240만원)에 한참 못 미친다. 부영처럼 특수한 경우가 아니고선 비과세 한도가 출산지원금을 늘리는 데 걸림돌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형평성 논란도 따라붙는다. 거액의 지원금을 나눠줄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 현재도 현대차(첫째 300만원), 포스코(첫째 300만원), HD현대(직원 본인 임신ㆍ출산 시 1000만원), KT(첫째 200만원) 등 일부 대기업만 출산지원금을 준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출산지원금 디바이드(격차)’에 따라 중소기업 등 사각지대 근로자의 박탈감이 커질 수 있다”면서도 “정부가 예산을 들여 해야 할 일을 기업이 대신하는 만큼 일정 수준의 보상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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