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르민 모사바르-라흐마니 골드만삭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대다수 고객이 우리에게 중국 주식시장이 충분히 하락한 건지, 혹시 과도하게 주가가 내린 건 아닌지 질문한다"며 "우리는 고객들에게 중국 자산으로 이동을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사바르-라흐마니 CIO는 "세 가지 성장 동력인 부동산·사회기반시설(인프라스트럭처)·수출이 전반적으로 약화하면서 중국 경제가 향후 10년간 둔화할 것"이라며 "중국 정부의 불투명한 정책 결정과 불규칙한 경제 데이터가 우려를 가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5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을 앞둔 베이징 인민대회당의 모습. AF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러면서 중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명목으로 반간첩법 개정안 등 각종 법적 규제를 강화한 점, 지난해 일부 실업률 통계를 일정 기간 발표하지 않은 점, 이번 전인대 폐막 때 30여년 만에 총리의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지 않기로 한 점을 정책적 불확실성의 예로 열거했다.
그는 "정책적 불확실성은 일반적으로 주가 상승을 억제한다"면서 "데이터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지난해 중국 경제가 정확히 얼마나 성장했는지, 올해는 얼마나 성장할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또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2%라고 발표했지만, 대부분 사람은 실제 성장률은 훨씬 더 낮았을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그간 외국인 투자심리 제고에 공들여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뼈아픈 지적이다.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인대와 정협)에서 시진핑 정부는 올해 5% 안팎의 경제 성장률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처한 현실이 녹록하지 않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가 올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재정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많은 지방 정부가 이미 부동산 위기로 과도한 부채 부담을 지고 있다면서 "중앙 정부가 더 많은 돈을 빌려야 한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창슈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책에 대한 신뢰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중국 경제는 침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샤르민 모사바르-라흐마니 골드만삭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우리는 고객들에게 중국 자산으로 이동을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홈페이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렇지 않아도 중국 당국은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앞서 중국 상하이·선전 증시의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 300 지수는 내수 경제에 관한 우려 등으로 지난달 기준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 뒤 규제 당국이 주식 매도를 억제하고 기관 매수를 촉진하는 조처를 한 후 소폭 반등했다.
━
中개미들, 美 대사관 SNS에 주식 성토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걷히지 않는 가운데 최근 3년간 중국 증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7조 달러(약 9332조원)를 넘어섰다. 최근엔 개인 투자자들이 당국의 검열을 피할 수 있는 미국 대사관 소셜미디어에 증시 폭락에 대한 불만을 쏟아놓는 일도 있었다.
중국 경제에 대한 회의가 걷히지 않는 가운데 최근 3년간 중국 증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7조 달러(약 9332조원)를 넘어섰다. 사진은 상하이에서 증시 전광판 앞에 선 투자자들. 로이터=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달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관이 웨이보(중국판 X) 계정에 올린 야생 기린 보호 게시물에 "기린 말고 주가 폭락으로 손해 본 나부터 살려달라"며 원래 글과는 상관없는 호소문이 주르륵 달렸다. 중국 인터넷 이용자들은 "미국 대사관 SNS가 중국 주식 투자자들의 ‘통곡의 벽’이 됐다"고 평했다.
또한 지난달 6일 시진핑 주석이 직접 주식시장 현황을 보고받는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뒤, 다음날 증시 감독 책임자인 이후이만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이 돌연 해임됐다. 구체적인 해임 배경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주가 폭락에 따른 문책성 인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