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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옥수수 전분 먹어야 사는 희귀질환 ‘당원병’…질병청 “올해부터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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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인제에 사는 김은성(49)씨의 딸 서진이(6)는 생후 8개월에 당원병 진단을 받았다. 아스팔트에 쓸린 듯 갓난아기의 엉덩이에 발진이 일어났고 설사 증상이 생겨 병원을 찾았더니 생소한 병명을 듣게 됐다.

당원병은 10만 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희귀난치질환으로, 2022년 기준 한국에 299명의 환자가 있다. 김씨는 현재 당원병환우회장을 맡고 있다. 김씨는 “서진이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땀을 비 오듯 흘리기 시작한다”면서 “이후엔 마라톤을 끝마치고 난 후 느끼는 근육통과 비슷한 고통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당원병은 체내에 저장한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바꾸는 효소가 없는 질환이다. 보통 사람은 섭취한 포도당을 글리코겐으로 바꿔 간에 저장한다. 하지만 당원병 환자는 글리코겐을 다시 포도당으로 바꾸는 특정 효소가 없다. 당원병 환자들의 부모는 아이의 저혈당을 막기 위해 새벽에 두세 번씩 아이를 깨워 옥수수 전분을 먹인다. 옥수수 100%로 만들어진 ‘아르고전분’이다. 현재까지 당원병 환자가 글리코겐을 쌓지 않고도 영양을 보충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방법이다. 환자 상태에 따라 하루 4번에서 최대 12번 자주 섭취시켜야 한다. 김 회장은 7번 옥수수 전분을 서진이에게 준다. 그중 2번은 새벽 2시 30분·5시에 일어난다.

문제는 비용이다. 당원병 가족들은 병원비 외에 매달 100만원이 넘는 비용을 쓰고 있다. 올해는 질병관리청이 당원병 환자를 지원하면서 비용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질병청은 당원병 환자에게 연간 168만원 이내로 옥수수전분 구입비를 처음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희귀질환관리법 개정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국민건강보험공단 간 재원 분담 체계가 개편되면서다.

소아과 전문의인 이지원 질병청 희귀질환과장의 관심이 큰 역할을 했다. 이 과장은 “진료 현장에서 보던 희귀질환 겪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지원 사업으로 연결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이러한 희귀질환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달 28일 질병청은 올해부터 의료비 지원 대상 희귀질환이 지난해 1165개에서 1248개로 83개 더 늘었다고 발표했다. 또한 처방·급여 적용을 받기 어려운 특수식 지원대상 질환도 기존 28에서 37개로 늘었다.

질병청은 희귀질환의 원인을 연구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질병청은 또 올해 권역별 희귀질환 전문기관을 총 17곳 지정하는 등 거주지 중심 희귀질환 진료지원체계도 강화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희귀질환 극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관련 사업을 더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상혁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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