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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이번에 못 늘리면 기약없다"… 지방 의대 2~3배 증원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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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 파업 ◆

매일경제

"우린 어떻게 해야 하나"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진료 공백 사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입구에서 의사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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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회가 아니면 또 언제?"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 신청 마감일이었던 4일 의대를 운영 중인 전국 40개 대학의 눈치작전이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의사 증원에 반대하는 일선 교수와 증원 물량을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 대학 간 셈법이 극적으로 갈렸다. 결국 대학들은 지난해 수요조사 때 확인된 증원분(최소 2151명~최대 2847명) 이상의 숫자를 써낸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이날 신청 접수 시간을 통상적 일과 시간인 오후 6시가 아닌 자정으로 잡았다. 박성민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은 "지난달 29일까지는 접수된 대학이 거의 없었다"면서도 "(최종 신청 결과는) 작년 수요조사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오후 10시께에는 "이제 상당수 대학이 신청서를 접수했다"고도 말했다.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각 대학이 써낸 증원 신청분은 정부 증원 목표인 2000명을 훌쩍 넘겼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정부가 집중 증원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는 지방 국립대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움직임이 관찰됐다. 경북대는 현행 정원(110명)을 최소 250명까지 늘려줄 것을 요청했고, 경상국립대는 현재 76명인 의대 정원을 200명 규모로 증원해 달라고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40명 정원인 울산대와 제주대는 각각 150명과 100명으로 써냈다. 충남대는 정원 110명을 2배 증원하는 신청서를 제출했고 충북대는 정원 49명에서 무려 201명을 늘린 250명으로 신청했다. 이날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대구 민생토론회에 참석해 "현재 110명인 의대 입학생을 250명으로 교육부에 신청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총원 목표를 250명으로 잡은 이유로는 "130명 이상 들어갈 수 있는 강의실이 없어 2개 반으로 나눠서 수업한다는 가정하에 잡은 숫자"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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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빅5 병원'(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연세대 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을 보유한 의대는 이번 증원의 핵심은 아니지만 역시 일부 증원을 노린다. 지난해 실시한 수요조사에서 약 70명 규모로 증원을 신청했던 연세대의 윤동섭 총장은 이날 연세대 총장공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저녁 늦게까지 논의를 거쳐 결정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증원 규모에 대해선 막판 조율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와 신청 숫자가 달라진 사례도 있다. 정원이 125명인 조선대는 추가 증원에 따른 교수진과 시설 확보 여부 등을 고려해 45명을 늘린 170명 정원을 신청하기로 했다. 김춘성 조선대 총장은 "지난해 증원을 신청할 당시에는 15명을 우선 늘리고 매년 5명씩 더 확대해 45명까지 해보려 했으나 매년 꾸준히 증원시키기 어려울 것 같아 이번에 바로 45명을 신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원 50명 미만인 소규모 의대 역시 이번 기회를 통해 '미니 의대'에서 중급 의대로 도약을 꾀하고 있다. 기존 정원이 49명인 부산 동아대는 100명 안팎의 정원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40명 정원을 유지해왔던 대전 을지대와 아주대, 충주 건국대는 각각 60명, 110명, 120명으로 정원 확대를 추진한다. 동아대 관계자는 "지난해 교육부에서 1차 조사를 할 때 최소 100명에서 최대 120명까지 가능하다고 답했다"며 "현재 정원이 49명인데 너무 적어서 100명까지 증원을 신청할 예정이다. 운영하는 대학병원도 있고, 지난해 의대 시설과 건물 또한 확충했기 때문에 수용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대학들이 2000명 이상 증원을 희망한 것으로 나오면 의사들과 일전을 치러야 하는 정부는 명분 측면에서 큰 힘을 얻게 된다. 의대는 "더 가르칠 수 있으니 증원해 달라"고 애걸하는데 개별 의사들은 '증원 결사 반대'를 외치는 묘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그만큼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논리에 큰 구멍이 생긴다고 볼 수도 있다. 이번 의료 대란은 여론전 성격이 강해 명분을 확보하는 쪽이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교육부는 신청된 증원 인원을 거점 국립대와 50명 미만 소규모 의대 위주로 늦어도 다음달까지는 배정 작업을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2025학년도 대입부터 적용하기 위해서는 각 대학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승인을 받아 대학 입시 요강을 확정하고 수시모집이 시작되는 5월 말 이전에 내용을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증원에 반대하는 의대생은 대학 개강일이자 의대 증원 수요 제출 마감일인 이날까지도 휴학 신청을 이어갔다. 지난달 19일부터 이날까지 제출된 유효 휴학 신청 누적 건수는 5387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1만8793명)의 28.7% 수준이다.

[이용익 기자 / 서정원 기자 / 부산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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