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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초가공식품 많이 먹으면 32가지 병 ‘지름길’…한국인 식단의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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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초가공식품의 지나친 섭취는 심장 질환, 제2형 당뇨병 등 32가지 질환 및 사망 위험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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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가공 정도를 기준으로 만든 식품분류체계(NOVA)에 따르면 식품은 비가공식품, 가공식재료, 가공식품, 초가공식품 이렇게 네 가지로 나뉜다.



이 가운데 건강 측면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초가공식품이다. 초가공식품(UPFs)이란 자연 식재료에서 추출한 물질을 가열, 발효 등 여러 화학적 변형 과정을 거친 뒤 맛이나 식감 등을 높이기 위해 감미료나 방부제, 색소 등 각종 첨가물을 넣은 걸 말한다. 라면, 햄, 과자류, 아이스크림, 시리얼, 탄산음료 등이 대표적인 초가공식품이다.



초가공식품은 가공 과정에서 나트륨이나 지방, 당 등이 추가되고 비타민, 섬유질 등은 적어지기 때문에 많이 섭취하면 영양 불균형을 초래해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미국인들의 경우 섭취 열량에서 초가공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58%나 된다. 반면 지중해식을 즐기는 이탈리아인의 초가공식품 섭취 비중은 10%로 낮다. 한국인은 평균 25%로 비교적 낮은 편에 속한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대, 프랑스 소르본대 등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연구진이 최근 3년 동안 발표된 초가공식품의 건강 영향 연구들을 집대성해 분석한 논문을 국제학술지 영국의학저널(BMJ)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총 1천만명을 대상으로 한 45개 연구 내용을 검토한 결과, 초가공식품은 심장 질환, 제2형 당뇨병 등 32가지 질환 및 사망 위험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동안 초가공 식품과 건강의 관계에 관한 연구들이 많이 있었지만, 이렇게 포괄적으로 검토한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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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여러 건강심혈관 질환과 관련한 위험 증가가 두드러졌다. Fábio Alves/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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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 최대 50% 높아져





연구진은 개별 건강 문제에 관한 초가공 식품 영향의 증거 능력을 확실, 매우 강함, 강함, 약함, 없음으로 분류해 평가했다.



우선 확실한 증거 범주에서는 초가공식품 섭취량이 많으면 심혈관 질환 관련 사망 위험이 최대 50%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불안 및 정신건강 장애 위험은 최대 48~53%, 제2형 당뇨병 위험은 12% 높아졌다.



또 매우 강한 증거 범주에선 초가공식품 섭취량이 많을수록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21% 더 높았다. 심장 질환 사망, 비만, 제2형 당뇨병, 수면 장애 위험은 40~66%, 우울증 위험은 22% 높아졌다.



연구진은 이밖에 천식, 장 건강, 일부 암, 그리고 고혈당 및 좋은 콜레스테롤 부족 등 심장질환 위험 요인과의 연관성도 발견됐지만 그 정도는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가디언은 세계적인 초가공식품 전문가로 꼽히는 크리스 반 툴레켄 교수(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말을 인용해 “이번 연구 결과는 초가공식품 비중이 높은 식단이 조기 사망을 포함한 다양한 건강 문제와 직결돼 있다는 수많은 연구들과 완전히 일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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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와 비슷한 국제협약 만들어야”





그러나 클레어 콜린스 뉴캐슬대 교수(영양학)는 연구 결과에 긍정적 평가를 내리면서도 “이 연구는 관찰 연구이므로 초가공식품과 질환의 인과 관계를 입증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2009년 초가공식품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했던 브라질 상파울루대 공중보건대 카를루스 몬테이로 교수는 영국의학저널에 함께 게재된 사설에서 “초가공식품은 값싼 성분들을 화학적으로 조작하고 향료와 색소, 유화제 등 첨가물을 조합해 맛과 매력을 더한 것”이라며 “이제 유엔 기구들이 회원국들과 함께 담배에 관한 것과 비슷한 협약을 만들어 시행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초가공식품은 건강을 해치고 수명을 단축시킨다”며 포장 전면 표시, 광고 제한, 학교와 병원에서의 판매 금지 같은 규제와 함께 가공되지 않았거나 최소한으로 가공된 식품과 신선 조리 식품을 초가공식품 만큼 쉽게 싼 값으로 살 수 있는 조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센트럴퀸즐랜드대의 샬럿 굽타 박사는 “간호사, 의사, 소방관, 택시 기사, 광부, 접객업 종사자 등 야간교대 근무자들은 신선 식품을 먹기 어렵거나 음식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초가공 식품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개인이 식단에서 초가공 식품을 줄이려는 노력뿐만 아니라 더 건강한 식품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공중 보건 조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136/bmj-2023-077310



Ultra-processed food exposure and adverse health outcomes: umbrella review of epidemiological meta-analyses.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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