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앞을 지나가고 있다. /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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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표창 등 기금운용역 20여명 포상
4일 정부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달 중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임직원 20여명을 대상으로 포상할 계획이다. 지난해 역대 최고 수익률을 달성한 노력을 치하하려는 목적이다. 대통령 표창 5명, 국무총리 표창 10명, 훈장 2명, 포장 4명 등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포상 날짜와 규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2023년 말 기준 13.59%(잠정·금액가중수익률)의 기금 운용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 파트가 각각 22.12%, 23.89%의 수익률을 내며 전체 호실적을 주도했다. 채권 수익률은 국내 7.40%, 해외 8.84%로 나타났다. 또 대체투자 수익률은 5.80%로 잠정 집계됐다. 국민연금은 “작년 초 세계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도 국내외 증시와 채권이 동반 강세를 보이며 양호한 수익률을 이끌었다”고 했다.
역대 최고 수익률 덕에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 적립금은 1036조원으로 늘었다. 작년 수익금은 127조원이다. 국민연금 기금이 설치된 1988년부터 기금 투자를 통해 조성된 누적 운용 수익금은 총 578조원이다. 전체 기금 적립금의 절반 이상(55.8%)이 운용 수익으로 채워졌다는 의미다.
투자 수익 극대화는 국민연금 고갈 시기를 늦추는데 크게 기여한다. 제5차 재정 추계 결과에 따르면 현행 제도하에서 국민연금 적립금은 2040년 1754조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이듬해부터 수지 적자가 발생해 2055년 고갈된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 운용 수익률을 1%포인트(p)만 높여도 기금 고갈 시기를 6년 정도 늦출 수 있다.
조선 DB |
◇ 역대 최고 수익률에도 30명 사표
정부가 투자 성과를 인정해 국민연금에 포상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기금운용본부 임직원의 사기를 북돋우려는 취지로 이해한다. 세계 3대 연기금이라는 위상과 달리 국민연금은 민간 투자업계 대비 처우가 약하고 소재지도 지방(전북 전주)이어서 투자 전문가들의 이탈이 잦은 편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퇴사자 수는 2014년 9명, 2015년 10명에서 지방 이전이 결정된 2016년 30명으로 급증했다. 2017년에도 27명이 기금운용본부를 떠났고, 이후로도 매년 20~30명이 전주를 떠나고 있다.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둔 작년에도 운용역 30명이 사표를 냈다. 30명 중 21명(70%)은 자산운용사(6명)·사모펀드(2명)·보험사(2명)·증권사(1명)·은행(1명) 등으로 이미 재취업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작년까지 376명이던 국민연금 기금운용직 정원을 올해부터 426명으로 50명 늘렸다. 윤석열 정부가 2022년 5월 출범 이래 줄곧 공공기관 인력 감축 기조를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50명 증원은 상당히 이례적인 결정이다. 인재 영입이 녹록지 않고 이탈도 잦지만, 1000조원을 굴리는 초대형 기관으로 성장한 만큼 기금 운용에 관여하는 전문가 숫자를 반드시 늘리겠다는 것이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국민연금 운용역에 대한 포상을 앞으로도 지속할지 알 수는 없지만, 성과를 인정하고 격려한다는 취지는 잘 전달될 것”이라며 “근본적으로는 전문성에 맞는 처우를 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민연금 측은 “운용직 보수 수준을 높이기 위한 처우 개선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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