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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3 (토)

[사설] ‘1′자 썼다고, ‘여사’ 뺐다고 방송 제재, 文정권처럼 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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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27일 MBC 뉴스데스크 날씨예보 보도 화면. (MBC뉴스데스크 방송 캡처)/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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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MBC가 일기예보에서 민주당을 연상시키는 파란색 숫자 ‘1′ 그래픽을 사용해 노골적으로 선거운동을 했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소했다. 캐스터는 당일 미세 먼지 농도가 1㎍/㎥까지 떨어졌다고 전하며 “지금 제 옆에는 키보다 더 큰 1이 있다. 오늘 서울은 1이다”라고 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민주당에 편향된 방송을 해온 MBC지만, 이건 선을 넘은 것”이라고 했다.

선거방송심의위는 최근 출연자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논평하면서 ‘여사’를 붙이지 않았다는 민원이 제기된 SBS에 ‘행정지도’를 의결했다. 김 여사를 고의로 ‘김건희’라고 했다면 문제지만 출연자가 지칭한 것은 김 여사가 아니라 법안이었다. 여러 언론이 ‘김건희 특검법’이라고 통칭해왔다. 법안 정식 명칭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으로 ‘여사’란 말은 없다.

공영방송의 왜곡 보도에 대한 제재는 필요하다. 특히 MBC의 편파 보도 시비는 한두번이 아니다. 전문가들도 ‘감정 불가’ 판정을 내린 ‘바이든-날리면’ 발언을 단정적으로 보도했다가 법원에서 정정 보도 판결을 받았다. MBC는 2021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다음 날에도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전하며 민주당 상징색을 배경으로 ‘속상하지만 괜찮아’라는 제목을 붙였다가 논란이 일자 사과하고 영상을 삭제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이번 ‘1′자 예보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할 만하다. 그러나 보도에 문제가 있는지 아닌지는 공론장에서 시청자가 판단하는 게 우선이다. 권력이 정부기관을 동원해 언론을 통제하려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왜곡을 일삼는 방송사에 도리어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과거 문재인 정부는 “국민은 권력자를 비판할 자유가 있다”고 해놓고 실제 한 일은 정반대였다. 대통령 비판 대자보를 붙인 청년을 ‘건조물 무단 침입’이란 황당한 죄목을 씌워 재판에 넘겼고, 대통령 비난 전단을 국회에 뿌린 청년은 대통령이 모욕죄로 직접 고소했다. 김정숙 여사를 김정숙씨라고 지칭하는 보도가 잇따르자 ‘여사’라고 써달라고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 어느 정부보다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겠다고 해왔다. 그런데 정부의 방송 대응은 점점 전 정권을 닮아간다는 인상을 준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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