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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 (일)

이런 파당 정치를 그대로 둘 것인가? [이상돈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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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공천 분란은 파당 정치의 극치
파벌 공천이 국회의원 중 200석 결정
캘리포니아의 결선투표 도입도 방법
한국일보

최근 민주당의 공천 파동으로 컷오프에 몰린 홍영표(왼쪽부터) 의원,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윤영찬 의원이 2월 28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에서 지지자들을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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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더불어민주당에서 공천을 두고 벌어진 분란(紛亂)은 민주당 내부 문제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정당은 자율권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그 구조와 운영은 민주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민주당에서 벌어지는 사태는 파당(派黨) 정치의 극치라고 할 만하다. 또한 이런 문제가 민주당에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국민의힘 공천은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는 대구·경북과 서울 강남, 비례대표 공천이 어떻게 될지를 지켜봐야 한다. 국민의힘도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의 공천은 항상 문제지만 민주당처럼 노골적으로 싸우지 않아서 밖으로 불거지지 않을 뿐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300명 중 비례대표와 각 정당의 텃밭인 우세 지역구는 공천이 곧 당선이기 때문에, 200명 이상의 국회의원은 공천으로 사실상 당선되는 구조다. 총선에서 의미 있는 투표를 하는 유권자는 수도권과 충청 지역뿐이고 나머지는 정당이 국회의원을 지명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공천권을 행사하는 당대표를 선출하는 선거는 전쟁이며, 의원들은 공천을 받기 위한 충성 경쟁에 몰두하기 마련이다. 거대 양당이 지배하는 정치가 이런 꼴을 초래하고 말았다.

이런 상황을 바꾸기 위해 중대선거구를 도입하자는 설익은 개혁론이 작년에 반짝한 적이 있었다. 비례민주주의를 추구한다면서 비례대표 의석을 대폭 늘려서 다양한 정당이 국회에 진출토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 적이 있다. 하지만 파벌주의와 패권주의가 지배하는 정당의 현실을 보지 못한 이런 주장은 공허한 것이다. 비례성을 강화한다면서 무리하게 도입한 현행 비례대표 제도는 위성정당과 비례전문 군소정당이란 부작용을 초래했다.

이번에도 양당은 위성정당과 자매정당을 만들어서 비례의석을 차지하려고 하고 있다. 비례대표 의석 몇 개를 얻으려고 창당을 하는 구태도 나타나고 있다. 지향하는 가치가 다른 사람들이 주섬주섬 모여서 제3지대를 지향하고 개혁을 추구한다고 부르짖는 모습은 허무한 개그다. 사실심의 마지막인 고등법원에서 자유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무죄추정 원칙을 주장하면서 비례의석을 차지하기 위한 정당을 만드는 모습은 초현실적이다.

우리 정당이 하는 행태를 보면 정당이 과연 필요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번에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노출된 정당 내부의 편법과 파행을 정당의 자율성이란 이름으로 넘겨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우리는 정당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어서 국민세금으로 이 같은 파당 정치를 조장하고 있는 셈이니 한심한 일이다. 선거를 앞두고 다른 정당에서 이탈한 의원을 모아 창당을 하고 정당 보조금을 타 먹는 모습은 파렴치 그 자체다. 심하게 말한다면 우리 정당은 국민 세금 빨아먹으면서 분탕질하는 집단이다.

우리는 정당 공천에 의존하는 선거 제도를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는데, 미국 캘리포니아의 결선투표형 선거를 대안으로 고려할 만하다. 캘리포니아는 주지사, 시장, 시의원은 물론이고 상원의원과 하원의원을 '톱 투 프라이머리'(Top Two Primary)라고 부르는 결선투표 선거로 뽑는다. 1차 투표는 자격만 갖추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과반수 득표자가 있으면 그가 당선자로 확정된다.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1차 투표 최고 득표자 2인이 결선투표에 진출해서 당선자를 결정한다. 민주당이 우세한 캘리포니아에선 민주당 후보 두 명이 결선투표에 진출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생긴다. 이처럼 캘리포니아에는 공천이란 것이 없다. 우리도 이런 제도로 바꿔서 선거와 정치를 정상화시켜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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