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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4 (일)

백혈병 명의? 그는 교주다…전국 조직원 2000명 있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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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의정부을지대병원 교수



■ 닥터후Ⅱ(Dr. WhoⅡ)

몸의 병이 마음의 병으로 ‘전이’되는 것까지 막아주는 의사들. 환자단체가 뽑고 의료계가 검증한 명의를 소개하는 ‘닥터후Ⅱ’, 이번엔 만성백혈병의 세계적 권위자 김동욱 교수입니다. 명의에겐 ‘팬’들이 많죠. 그런데 김 교수의 팬은 회원수 2000명의 ‘전국조직’입니다. 직접 음식재료를 싸가서 같이 요리해 먹으며 함께 캠핑을 즐기기도 한답니다.

중앙일보

백혈병 명의 김동욱 교수가 15일 오후 경기 의정부시 을지의정부병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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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수 2000여 명. 활동 기간 20년. 전국 7개 지회의 탄탄한 조직력. 이 단체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이 만든 산악회 ‘루산우회’다. 백혈병의 영문명 ‘루케미아(leukemia)’에서 따왔다. 투병의 고통, 그걸 이겨내려는 희망은 이들을 하나로 엮었고, 단체의 탄생부터 함께해 온 정신적 지주는 김동욱 의정부을지대병원 교수다.

백혈병환우회는 만성 백혈병 분야의 추천 명의로 주저 없이 김 교수를 꼽았다. 다국적 제약사의 임상을 이끌고 신약 개발까지 주도하는 실력, 환자들과 산악회를 만들어 교류하는 따뜻함까지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환자들은 김 교수를 ‘생명의 은인’이라거나 ‘교수님을 만난 후 삶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이쯤 되면 신뢰를 넘어서 종교 수준이다.

지난달 15일 경기도 의정부을지대병원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 그는 서울성모병원 초대 혈액병원장을 역임했고, 2021년 9월 이 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Q : 환자와 병원 밖에서 교류한 계기가 궁금하다.

A : “선배들이 항상 하는 말이 환자와 병원 밖에서 소셜 이벤트를 하지 말라는 거였다. 그런데 제가 의정부성모병원으로 갑자기 발령났는데 환자들이 ‘이대로 못 보낸다’라면서 캠핑을 제안했다. 흔쾌히 수용했다. 뭔가 해줘야겠다 싶어 꽃게 50마리를 사서 끓여 먹었다. 제가 꽃게탕을 엄청 좋아한다.”

환자들과의 교류 목적이 단순히 친목 도모는 아니다. 지역 모임이건, 캠핑이건 항상 김 교수는 두 시간씩 강의한다. 진료실에서 물어보지 못한 궁금증, 신약 개발 정보까지 쉽게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Q : 환자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A : “표적항암제의 발전은 환자와 의사의 관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골수 이식은 환자의 역할이 없다. 하지만 표적항암제는 약을 잘 챙겨 먹고, 치료 성적과 향후 계획을 의사와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환자와 만나는 것은 소통의 좋은 창구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중앙일보

김동욱 교수와 함께하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 모임 ‘루산우회’. [사진 의정부을지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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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 좀 보태서 교수님은 교주십니다.”

제주에 사는 한상봉(58)씨는 17년째 투병 중이다. 진단 후 6개월마다 받는 골수검사가 여간 고통스러운 게 아니었다. 병원 측은 “골수이식이 최종 치료법이니 해야 한다”고 했다. 한씨는 수소문 끝에 김 교수를 찾아갔고, 글리벡 용량을 조절하면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루산우회 홈페이지에는 상담 게시판이 따로 있다. 환자들은 감기나 코로나에 걸려서 어떤 약을 먹어도 되는지, 응급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되는지 등을 수시로 묻는다. 김 교수는 질문 하나하나에 답변을 올린다. 상담 사례가 1만 건이 넘는다.

그는 최근 기쁜 소식도 접했다. 2001년 만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환자가 최근 출산했다. 그는 “임신이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낙담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치료 계획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1년 정도 약을 끊어볼 수 있는 타이밍을 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사실 세계 학계에서는 연구성과로 주목받는 인물이다. 만성 백혈병이 골수 이식에서 표적항암제로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전환기 길목마다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2010년에는 의학계 최고 권위 학술지인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4세대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연구한 논문이 실리기도 했다.

김 교수는 진료실만큼이나 병원에 있는 백혈병오믹스 연구소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연구원 14명을 이끌며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국내 바이오 벤처와 함께 3세대 항암제도 개발 중이다. “다국적 제약사의 약값을 떨어뜨리고 더 많은 환자가 부담 없이 치료를 받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현재 인공지능 DSS(의사결정 지원시스템) 개발도 완료해 진료 현장에서 활용 중이다. DSS는 환자 특성과 검사 결과 등을 축적해 딥러닝을 통해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내는 시스템이다. “제가 환자한테 내리는 처방과 비교하고 있는데 일치도는 97%”라고 말했다.

이런 김 교수에게 정년은 의미가 없다. “유럽과 미국 제약사에 어드바이저로 참여하고 있는데 유럽 백혈병 네트워크의 리더는 88세 런던의대 교수다. 저도 그러려고 한다. 만성 백혈병, 끝장을 봐야죠.”

■ 닥터후Ⅱ:환자가 뽑은 명의 - 더 자세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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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후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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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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