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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증시와 세계경제

증시 누르는 ‘좀비기업’ 퇴출 빨라지나…상폐 절차 단축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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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지만, 관련 절차 때문에 증시에서 바로 퇴출되지 않은 ‘좀비 기업’에 대한 정리가 빨라진다. 금융당국이 관련 절차를 단축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이들 기업 대다수는 상장사의 기능을 상실했지만, 퇴출 절차가 지나치게 길어져 투자자 피해를 일으킨다는 지적이 많았다.



질질 끄는 상장 폐지…“심사 절차 개선”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빠르면 올해 상반기 내로 상장폐지 절차와 관련한 한국거래소 규정 개정에 나선다. 앞서 지난 1월 금융위는 올해 업무 계획 보고를 겸한 금융 정책 분야 민생토론회에서 “기업에는 회생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면서도, 상장 폐지 절차 장기화로 인한 투자자 피해는 최소화하도록 심사 절차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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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한 시민이 전광판 앞을 지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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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 “주주 환원 등 관련 특정 지표를 만들고, 이를 충족하지 않으면 거래소에서 퇴출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상장 폐지 절차 개선에 대한 관심을 불렀다.



코스피 퇴출 후보, 개선 기간만 최대 4년 부여



일단 금융당국은 기존 상장 폐지 절차를 단축하는 방안을 먼저 살펴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같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회사는 자본잠식이나 매출액 미달, 횡령 및 배임 등 시장 거래 부적합 사유가 발생하면 해당 회사 주식을 거래 정지하고,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를 진행한다. 이 심사에서 상장을 유지 혹은 폐지할지, 아니면 개선 기간을 준 뒤 재심사할지를 결정한다.

유가증권시장의 실질 심사는 1심 격인 기업심사위원회와 2심 격인 상장공시위원회 두 번으로 이뤄져 있다. 각각의 심사 단계에서 개선 기간 부여가 결정되면 최대 2년씩 총 4년간 상장 폐지 결정이 미뤄진다. 개선 기간뿐 아니라 심사 및 소송 등의 절차까지 포함하면 최종 퇴출까지는 4년이 넘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코스닥은 유가증권시장과 달리 개선 기간이 최대 2년으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상장 적격성 심사를 3심제로 운영하기 때문에 절차는 좀 더 복잡한 편이다.



상폐 심사에 투자금 8.2조원 묶여



상장 폐지 절차가 길어지면 그만큼 투자자 자금이 묶이게 된다. 또 사실상 기능을 못 하는 좀비 기업이 시장에 쌓이면서, 전반적인 증시 저평가를 불러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했지만, 개선 기간 부여로 거래 정지 상태에 놓인 상장사는 71개(유가증권시장 17개사·코스닥 54개사)로 시가총액 규모는 8조2144억원에 달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에서는 최장 4년이 걸리는 코스피 상장사의 개선 기간이나, 코스닥의 3심제를 단축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장 폐지 후보 기업에 충분한 기회를 준다는 전제하에 절차를 좀 더 효율적으로 개선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상장 폐지, 밸류업 프로그램 연계는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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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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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상장 폐지 절차를 연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기업은 자발적 기업 가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상장 폐지 같은 ‘채찍’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이 원장도 주주 환원 등 특정 기업 가치 지표와 상장 폐지를 연계할 수 있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상장 폐지 절차 개선이 최근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연계해 이뤄질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기업별로 처한 사정이 다른 만큼 주주 환원 같은 기업 가치 개선을 일괄적으로 강요하긴 어려운 측면이 있어서다. 또 상장 폐지가 너무 쉽게 이뤄지면, 안정적 투자자 모집과 충분한 재기 기회를 주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다. 다만 밸류업 프로그램의 효과가 지지부진할 경우, 기업 가치 개선에 상장 폐지 같은 강제적 방법을 동원할 가능성은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장 폐지 절차 개선은 좀비 기업에 대한 퇴출을 좀 더 빠르게 하겠다는 취지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는 무관하다”면서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란 기존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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