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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안녕, 푸바오!"...오늘 일반 공개 마지막 ‘구름 인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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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사실 '판다가 뭐가 그렇게 특별하다고 난리냐'고 생각도 했었는데 큰 착각이었어요. 나무에 올라간 푸바오가 엉덩이를 씰룩대면서 대나무를 먹는 걸 보는데 왜 사람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지 알겠더라고요."

김나경(25)씨는 지난해 8월 여름휴가를 맞아 가족과 함께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의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를 보러 갔다. 이미 '푸덕이'(푸바오 덕후)였던 동생이 끈덕지게 졸라서 가게 된 나들이라 귀찮음이 앞섰지만 금세 푸바오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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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푸바오 관련 유튜브 계정을 구독해 시청하며 '푸바오 앓이'를 달래고 있다"며 "이렇게 금방 헤어지게 될 줄 알았다면 더 많이, 그리고 오래 볼걸 그랬다는 아쉬운 마음만 가득하다"고 말했다.

3일까지만 일반에 공개되는 푸바오와의 작별을 앞두고 팬들이 크게 아쉬워하고 있다. 2021년 1월 4일 관람객들에게 처음 공개된 지 1천154일 만이다.

푸바오는 한 달간 판다월드 내실에서 특별 건강관리를 받고 이송 케이지 사전 적응 훈련을 포함한 검역 준비를 한 뒤 오는 4월 3일 중국에 돌아간다.

푸바오는 2016년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친선 도모의 상징으로 보내온 판다 '러바오'와 '아이바오' 사이에서 2020년 7월 20일 태어났다.

'한국 출생 1호 판다'로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푸바오는 에버랜드 판다랜드에서 생활하면서 '용인 푸씨', '푸공주', '푸뚠뚠' 등 애칭으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안감과 고립감으로 지쳐가던 많은 이들에게 특유의 해맑은 표정과 귀여운 몸짓으로 웃음과 감동을 주며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푸바오가 '강바오' 강철원 사육사의 팔짱을 끼고 데이트하는 쇼츠 영상은 조회수 2천200만회를 넘어섰고, 보통 아이돌 가수들의 사진을 전문으로 찍는 이른바 '홈마'까지 따라붙는 등 동물로서는 이례적인 '팬덤' 현상을 낳았다.

지난 주말새 에버랜드에는 푸바오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구름인파가 몰리면서 5분 관람을 위해 4시간 대기를 마다하지 않았다는 인증글들이 잇따르기도 했다.

푸바오는 중국 쓰촨성의 '자이언트판다 보전연구센터'로 옮겨져 생활하게 된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해외에서 태어난 판다는 다른 판다와 짝짓기를 하는 만 4세가 되기 전에 중국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에버랜드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판다월드를 방문한 입장객은 약 540만 명에 달한다. 인형과 머리띠 등 '굿즈'(기념품·Goods) 판매량은 약 270만 개를 기록했다.

에버랜드 공식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는 3일 기준 약 127만 명으로 지난해 7월 국내 여행·레저 업계에서는 최초로 1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날까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푸바오 관련 해시태그도 15만 건을 넘어섰다.

이은주(48)씨는 지난해 여름부터 인스타그램 팬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씨 계정의 팔로워 수는 1만4천 명에 이른다.

이씨는 푸바오를 '말괄량이 삐삐'에 비유하며 "말썽을 피우면서도 사육사들에게 아낌없이 애정 표현을 하는 모습에 흠뻑 빠져 뒤늦게 푸바오를 '추앙'하게 됐다"며 "나중에 푸바오를 보러 중국에 한번은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푸바오 열풍에 사육사들의 역할이 컸다고 설명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어렸을 때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돌봐주셨던 추억이 푸바오를 통해 환기되는 듯하다"며 "푸바오가 사육사들과 교감하며 사랑을 받는 모습에서 자신과 동일시하는 효과를 가져온 것"이라고 짚었다.

이씨 또한 "처음에는 동물에 그리 관심이 없었는데 강철원 사육사와 송영관 사육사가 푸바오를 아끼며 함께 놀아주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레 관심이 갔다"며 "두 사육사가 푸바오만이 가진 매력을 잘 끌어내면서 이를 보고 유입된 팬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했다.

공처럼 데굴데굴 구르거나 천연덕스럽게 대나무, 당근을 '먹방'하는 모습, 어미 아이바오와 보여준 모녀간의 '케미' 등이 마치 사람을 연상시킨다는 반응도 많았다.

치열한 경쟁과 각박한 현실에 지친 이들에게 푸바오의 '귀여움'과 '순진함'이 주는 심리적 위로도 컸다.

이은희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조금도 손해 보지 않으려는 이기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심리적으로 상처받은 이들이 푸바오의 '무해함'에 위안받고 있다"며 "귀엽고 순진하게 생긴 푸바오의 모습이 이들에게 '셀링 포인트'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1인 가구가 늘어나며 외로움과 고독감을 달래기 위한 감정 이입을 많이 찾고 있다"며 "푸바오가 태어나 걸음마 등 많은 것에 도전하는 과정까지 일생 전체를 함께했다는 생각에 푸바오가 떠나는 것에 더욱 마음 아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husn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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