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은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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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 영입을 위해 거액의 스카우트 비용을 지불하는 등 생명보험사들의 설계사 영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보험사의 오랜 혁신 키워드인 ‘디지털 전환’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대면 영업의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대면 채널을 확대하기 위한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전체 생명보험사들의 텔레마케팅(TM)·사이버마케팅(CM) 등 비대면 채널 판매 비중은 0.3%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12% 수준이다. 보험연구원이 2011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미국 보험사의 비대면 채널을 뜻하는 ‘직접판매방식(Direct Response)’ 비율은 2007년 10.3%다. 숫자만 단순 비교하면 정보통신(IT) 강국 한국이 미국보다 못한 셈이다.
손해보험업계의 경우 자동차보험을 중심으로 CM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반면 생명보험업계는 여전히 대면 영업이 대세다. 생명보험사의 주력 상품인 종신보험이나 건강보험은 상품 구조가 복잡해 설계사 도움 없이 가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0년 이상 보험료를 내야 하는 상품이라 전화통화나 카카오톡 등 메신저로 고객을 설득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대부분 상품이 설계사를 통해 판매되다 보니 억대 매출을 올리는 ‘고능률 설계사’를 영입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연 2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설계사에게 1억원이 넘는 스카우트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는 부지기수라고 한다. 법인보험대리점(GA)은 설계사를 영입할 때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내지 못하면 스카우트 비용 일부를 돌려받는 조건으로 계약한다. 고액의 스카우트 비용을 지불해도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업계는 설계사 빼가기를 자제하자는 자율협약을 맺었지만, 강제성은 없어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생명보험사 설계사가 고객을 찾아가 태블릿 PC로 보험 상품 설계 내용을 설명해 주고 있다. /조선비즈DB |
최근에는 대규모 영업 조직을 갖춘 GA가 보험사를 잠식했다는 한탄까지 나온다. 보험사에 전속된 설계사는 해당 보험사의 상품만 판매해야 한다. 반면 GA 소속 설계사는 모든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GA가 어떤 회사의 상품을 집중 판매하느냐에 따라 보험사 실적이 갈린다. 대면 영업이 중요해지면서 보험사가 GA 눈치를 보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는 GA가 ‘다른 회사는 시책(인센티브)을 이만큼이나 주는데, 너희는 얼마나 줄 거냐’라고 물어본다”고 했다.
일각에선 국내 보험 시장만 트렌드를 거스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2020년 9월 건강보험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비대면 채널에서 보험에 가입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84%에 달했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매출 대부분이 당장 대면 영업에서 발생하고 있어 급격하게 방향을 틀기에는 무리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당시 대면 영업에 제동이 걸리자 비대면 채널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화상통화를 활용한 보험모집을 허용하며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자 인기가 사그라들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대면으로 생명보험 상품을 잘 설명해도 고객이 알아듣기 힘들기 때문에 메신저를 통해 자료를 전달하고 전화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비대면 채널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은 맞지만, 당장 비대면 채널에서 성과가 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이학준 기자(hakj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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