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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2 (월)

日처럼 ‘잃어버린 30년’ 닥칠 위기...中 ‘판다 외교’ 재개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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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의 온차이나]

시진핑 방미 3개월 만에

“美·유럽 임대 재개” 발표

“경제난 속 美제재, 군사 압박

늦추려는 의도지만 효과는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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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동물원은 2월22일 페이스북을 통해 판다가 다시 온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 동물원은 2019년 계약 종료에 따라 바이윈(白雲)과 샤오리우(小禮物) 등 마지막 남은 두 마리 판다를 중국으로 돌려보냈다. /샌디에이고 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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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2월22일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 스페인 마드리드 동물원과 판다 보호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수년간 코로나 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둘러싸고 서방과 갈등이 격화되면서 줄줄이 회수했던 판다를 다시 보내겠다는 뜻이죠.

미국 내에서는 최악의 상태에 있는 미중관계를 개선하고 싶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분석합니다. 신장 인권 문제 등으로 대립해온 유럽연합(EU)도 마찬가지이죠. 2010년대 후반부터 중국 외교를 지배해온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도 퇴조의 조짐이 뚜렷합니다.

궤도 수정에 들어간 이유로는 경제난이 꼽힙니다. 중국은 인구 감소와 부동산 거품 붕괴 등으로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에 빠져들 위기에 처해 있죠. 그 어느 때보다 서방의 기술 제재 완화와 투자 재개가 절실합니다. 하지만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가 갈수록 강화되는 상황에서 판다가 과거처럼 ‘평화 사절’의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에요.

◇“미국 내 ‘판다 제로’ 안 된다”

중국야생동물보호협회는 샌디에이고 동물원, 스페인 마드리드 동물원과는 이미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미국 워싱턴DC 스미소니언 국립동물원, 오스트리아 쇤브룬 동물원과는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해요.

샌디에이고 동물원에는 올해 여름이 가기 전에 암수 한 쌍의 판다가 도착한다고 합니다. 이 동물원은 2019년 계약 종료에 따라 바이윈과 샤오리우 등 마지막 남은 두 마리 판다를 중국으로 돌려보냈죠. 5년 만에 다시 판다가 오는 겁니다.

중국은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방중 당시 선물로 두 마리의 판다를 미국에 기증했고, 그 이후 50여년간 판다는 미중 우호관계의 상징이었습니다. 한 때 미국 내 판다 숫자는 11마리까지 불어나기도 했죠.

하지만 미중 관계가 나빠지면서 미국 내 판다 숫자는 빠른 속도로 줄었습니다. 작년에만 워싱턴 국립동물원과 멤피스 동물원이 네 마리의 판다를 돌려보냈어요. 애틀랜타 동물원에 있는 네 마리가 마지막으로 남았는데, 이 판다들도 올해 말에는 돌아갈 예정입니다. 내년이면 미국에 판다가 한 마리도 남지 않는 상황이 올 수 있는 거죠. 중국이 부랴부랴 샌디에이고 동물원에 판다 한 쌍을 보내기로 한 건 이런 상황을 막으려는 조처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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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 중국 방문 때 중국이 선물한 판다 링링과 싱싱의 1974년 모습.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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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수단이 된 판다 회수

유럽과 일본도 상황이 비슷해요. 일본은 작년 2월 우에노동물원에서 태어난 판다 샹샹(香香) 등 네 마리를 중국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영국 애든버러 동물원의 판다 커플 톈톈(甜甜)과 양광(陽光)도 작년 12월 귀국길에 올랐죠.

판다가 돌아가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외교 갈등이 주요인 중 하나입니다. 미국, 일본 등이 임대 계약 연장을 요청해도 중국이 응하지 않았다고 해요. 판다 회수를 통해 불만을 표시한 겁니다. 미국 내에서는 “평화와 우의의 상징인 판다가 보복 수단으로 변질했다”는 말까지 나왔죠.

그랬던 중국이 판다 임대를 재개한 건 의미 있는 변화로 볼 수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작년 11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 미국 기업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과 판다 보호를 위해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했어요. 이 발언 이후 3개월 만에 판다 외교가 재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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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월22일 일본 카야마현의 테마파크 ‘어드벤처 월드’에 있던 30살 수컷 판다 에이메이가 중국으로 떠나는 모습. /교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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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내민 올리브 가지”

워싱턴포스트는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있는 미중관계에 긍정적 요소를 더하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어요. 관계 개선을 위한 신호를 보냈다는 겁니다.

‘전랑 외교’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어요. ‘전랑 외교’의 원조격인 친강 전 외교부장이 낙마했고, 대표적인 전사로 꼽혔던 자오리젠 전 외교부 대변인도 작년 1월 한직인 국경·해양사무사 부사장(부국장급)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자오 전 대변인의 부인은 작년 말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목숨 바쳐 일한 사람이 수년 동안 중상모략을 당하고 있다”고 한탄을 했더군요.

중국은 지난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류젠차오를 미국에 보냈습니다. 그는 인상이 부드럽고 발언도 신중한 인물이죠. 방미 당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등과 잇달아 회담해 차기 외교부장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그는 방미 당시 미국외교협회(CFR) 연설에서 “중국은 현행 국제질서를 만든 나라 중의 하나로 이 질서의 수익자이기도 하다”면서 “현행 국제질서의 변화를 추구하거나 새로운 국제 질서를 만드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어요. 최대한 몸을 낮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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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방문한 류젠차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1월9일 미국외교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전랑 외교라는 게 있었다고 믿지 않고, 따라서 그 같은 외교로 돌아갈 일도 없다”고 말했다. /미국외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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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중여론에 ‘전랑 외교’도 제동

중국 외교의 변화는 지난 수년간 계속된 공격적인 외교가 실패했다는 반성에 따른 것으로 보여요. 작년 미국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 미국인의 83%가 중국에 대한 부정적으로 본다고 응답했습니다. 상황은 한국이나 일본도 마찬가지이죠.

미국은 이런 여론을 바탕으로 반도체 등에 걸쳐 대중 제재를 강화했고, 대만 침공 우려가 있는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대중 군사 압박의 강도를 높였습니다. 미국, EU 무역도 큰 폭으로 줄면서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본격화되고 있고, 서방 자본의 중국 이탈도 가속이 붙고 있죠. 가뜩이나 제로 코로나 후유증과 부동산 거품 붕괴로 경제가 어려운 중국으로서는 설상가상의 상황입니다.

그러나 중국 외교의 큰 틀이 변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적잖아요.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총자란 교수는 “전랑 외교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일종의 외교 수단이었다”며 “언젠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다시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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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월22일 미국, 유럽 동물원과 판다 보호를 위한 새로운 협력 연구에 들어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이 보도를 통해 판다 외교 재개를 공식화했다. /신화통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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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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