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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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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엔 왜 노포가 많을까, 100년 가게 40%가 일본에 [김경민의 도쿄 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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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의 도쿄 혼네> ⑤와(和) 사상
'와'로 시작해 '와'로 끝난다
일본에 노포가 많은 이유
행동 하나하나가 '와'


파이낸셜뉴스

일본 도쿄의 긴자에서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연합뉴스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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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하면 어떤 독특한 이미지와 감성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일본인을 생각하면 먼저 질서, 매너, 겸손 등과 같은 단어가 떠오르는데요. 이번에는 이런 일본인의 이미지를 만든 일본의 관습, 예절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일본인을 만드는 정신, '와(和)'

일본을 설명할 때 일본의 정신인 '와(和)' 문화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한자로 화합, 온화 등과 같은 말을 만드는 '화할 화'가 쓰이는데요. 일본어로는 '와'로 발음합니다.

일본의 '와'는 조화와 평화를 의미합니다. 이는 일본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가치입니다.

섬나라인 일본에서는 서로 '사이 좋게 지낸다'라는 가치가 매우 중요했는데요. 일본 사람들의 생활 태도와 사고 방식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보통 "일본식이다" 하는 것들에 '와' 자가 많이 쓰입니다. '와규'(일본산 소), '와쇼쿠'(일식) 등이 대표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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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시부야의 교차로를 건너는 사람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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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로 시작해 '와'로 끝난다

'와'는 일본 사회의 다양한 부분에서 그들의 생활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 역할을 합니다. 이를 이해하고 존중함으로써 일본인들에 대해 더욱 깊은 소통과 이해가 가능해집니다. '와'가 어떤 식으로 일본 사회에 녹아있는지 분야별로 살펴볼까요?
일본의 비즈니스 문화에서 '와'는 팀워크와 협력을 강조합니다. 일본의 회사에서는 개인의 업무 성과보다는 팀의 성과를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개인 한 사람의 특출난 능력보다는 팀플레이를 우선시하는 문화입니다.

이 때문에 일본의 천재들은 조직의 미움을 사는 일이 많은데요. 자신이 맡은 자리에서 임무에 최선을 다하며 본분을 지킨다. 분수에 맞게 살아야 탈이 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일본인의 생각 저변에 깊이 깔려 있습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우리 속담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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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3월 일본 도쿄 긴자의 오므라이스 노포에서 친교의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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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노포가 많은 이유

일본에는 100년 이상 된 가게나 기업이 무려 2만7000여개가 된다고 하는데요. 전 세계의 100년 이상 된 기업 중 40%, 세계 최장수 기업 10개 중 9개가 일본에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1000년 이상된 곳도 21개나 된다고 합니다. 왜 이렇게 많은걸까요? 이것 또한 자기 포지션에서 본분을 지키는 '와' 사상과 연관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사이 좋게 지낸다'는 것은 각자의 계급에서 각자의 할 일을 할 때 유지됩니다. 그 옛날 일본의 천왕과 귀족은 백성의 계급과 할 일을 정확히 정해주었습니다. 이 룰을 어기는 자들은 사무라이들이 즉결 심판할 수 있었습니다. 남의 영역을 침범하면 벌을 받게 되는 사회 구조였어요. 이런 이유로 일본 사람들은 수백년 동안 자식에 그 자식들로 이어져 한가지 일만 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지금의 노포들이 많아지게 된 것이죠.

행동 하나하나가 '와'

일본은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와'의 중요성이 강조됩니다.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고 합의를 통해 결정을 내리는 것이 '와'를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는 일본의 사회적 가치를 반영합니다.

교육 분야에서도 '와'의 영향을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은 학교 교육에서부터 학생들에게 개인의 성취보다는 집단의 조화를 중시하며 서로 돕고 협력하는 것을 가르칩니다. 이러한 가치관은 일본의 전통적인 교육 철학인 '모노노아와레'(もののあわれ)에서 비롯된 것인데요. 모든 것이 상호 연결돼 있으며 이해와 존중을 통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일본의 전통적 교육관입니다.

예술과 디자인 분야에서도 '와'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일본의 전통적인 가구나 건축물은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을 통해 '와'를 표현합니다. 특히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일본의 정원 디자인은 '와'를 예술로 승화시킨 사례입니다.

식사 문화에서도 '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모양, 색상, 그리고 그릇까지 모든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하며, 이를 통해 식사를 더욱 풍성하고 즐거운 경험으로 만듭니다.

이처럼 '와'는 일본 사람들의 일상 생활에서부터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이르기까지 그 존재를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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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민속촌과 비슷한 노보리베츠 다테 지다이무라 오오에도 극장에서 사무라이쇼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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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의 일상 예절

일본 예절은 교통수단에서 시작됩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는 승객들이 소음을 내지 않도록 조용히 이동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휴대폰의 소리를 최소화해 다른 승객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것은 물론 차량 내에서는 절대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택시는 상관 없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일본 사람들이 사회적인 공간에서 타인에게 미세한 불편함도 주고 싶지 않다는 배려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남에게 민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일본인에겐 기본적인 사고방식입니다.

일본에서는 인사도 허투루하는 일이 없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더 심혈을 기울여 인사를 합니다. 몸을 앞으로 굽히는 정도에 따라 인사의 정도가 달라지죠. 상대방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간주됩니다. 심지어 도장을 찍을 때도 보고를 받는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도장의 기울기를 달리해 찍을 정도라니까요.

일본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많이 보셨죠? 식사를 시작할 때는 '이따다끼마스'(いただきます·잘 먹겠습니다)라는 말로 식사를 시작합니다. 또 식사가 끝날 때는 '고치소사마데시타'(ごちそうさまでした·잘 먹었습니다)라는 말을 꼭 합니다. 이는 음식을 제공해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일본의 일상 예의 중 하나입니다.

배려는 너와 나를 위한 당연한 생각

일본 전체가 예절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의 마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단순히 타인에 대한 배려만이 아니라 자신을 더욱 성숙하게 만드는 행위라고 일본인들은 생각합니다.

일본에서 운전을 한번 해보면 배려가 몸에 밴 일본인을 가장 빨리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일본에서 1년을 넘게 살면서 경적 소리를 들은 기억이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요. 깜빡이를 켜면 뒷 차가 양보를 하는 것은 당연했고요. 운전석과 도로는 한국과 반대였지만 처음부터 운전하기가 참 편해 빨리 적응했습니다. 도심은 물론 제한 속도가 40㎞였던 시골 길조차도 누구 하나 법규를 위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뒤에 따라가던 제가 답답했을 정도로 일본인들은 융통성이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모두 정해진 약속을 칼 같이 지켜내며 매뉴얼과 시스템을 존중하는 '당연한 생각'이 일본을 선진국의 반열에 올려놓은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요.

일본에는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 문화가 있습니다. 혼네는 진짜 속마음이고, 다테마에는 밖으로 보여주는 겉마음입니다. 개인보다는 조직·사회적 관계를 중시하는 일본인들은 좀처럼 혼네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보는 일본은 다테마에의 파편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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