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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사설]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에서 누가 아이 낳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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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최근 서울 시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 등 관계자들이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 명으로 전년보다 7.7% 줄어들며 지난해에 이어 또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5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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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0.65명까지 추락하며 전 세계적 우려가 집중되고 있다. 영국 BBC는 ‘한국 여성들은 왜 아이를 갖지 않는가’라는 인터뷰 기사에서 독박 육아와 비싼 집값, 사교육비 등을 저출산 문제의 원인으로 꼽았다.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올해 신입생이 전혀 없는 한국의 초등학교가 157개교에 달하는 사실을 심층 보도했고, NHK는 취업이 불안한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실 저출산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 합계출산율이 현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2.1명도 안 되는 국가는 120여 개국에 달한다. 부유한 나라 대부분도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임금 인상이 주거비와 생활비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결혼· 출산을 미루는 현상이 확인된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그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데 있다.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세계 최악의 저출산국이다. 작년 연간 출산율(0.72명)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첫 번째 나라가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해외의 진단이 반드시 옳은 건 아니지만 우리가 간과한 핵심을 짚은 대목도 없잖다. 그동안의 경제 성장과 달리 출산과 육아에 친화적인 문화와 가치관의 변화, 제도 등이 미비하다는 건 뼈 아픈 대목이다. 여성의 경제 참여가 크게 늘어났는데도 여전히 육아와 가사가 분담되지 못한 건 괴리가 아닐 수 없다. 유교문화와 자본주의의 단점이 극대화한 탓에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로도 꼽혔다.

저출산을 극복하려면 당사자인 젊은 층과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게 마땅하다.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보금자리 마련을 위해 주거 안정을 도모하며, 직장 여성도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게 쉽도록 기업 문화와 가족 친화 복지를 확충해 가면서, 사교육비가 부족하면 자녀가 경쟁에서 낙오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없애줘야 한다. 전반적인 시스템을 젊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게 행복하다고 느끼는 그런 사회로 만들어가는 게 우선이다. 나 혼자도 살기 힘든 지옥인 한 저출산의 늪에서 헤어날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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