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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尹 "독립선언 뿌리는 자유주의 … 한반도 통일땐 번영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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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만세"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이종찬 광복회장 등과 함께 서울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자유로운 통일 한반도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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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1일 제105주년 3·1절 기념사에서 현 정부 핵심 가치인 '자유'를 열쇳말 삼아 독립투쟁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통일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윤 대통령이 지금까지 참석한 국경일 행사 연설에서 통일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또 민족·통일 개념을 폐기하고 핵·미사일 위협을 고조시키는 북한을 비난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 한반도를 추구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작년에 이어 사과보다는 '협력'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독립운동 성과에 대한 재평가를 시사하는 발언도 내놨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기미독립선언의 뿌리에는 당시 세계사의 큰 흐름인 '자유주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3·1운동은 어느 역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미래지향적인 독립 투쟁이었다"면서 "왕정의 복원이 아닌, 남녀노소 자유를 누리는 새로운 나라를 꿈꿨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1절 기념사에서 3·1운동을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로운 민주국가를 세우기 위한 독립운동"이라고 평가했던 것의 연장선상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3·1운동은 모두가 자유와 풍요를 누리는 통일로 비로소 완결되는 것"이라며 자유·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통일 원칙의 맨 앞자리에 두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설정하며 통일 포기를 선언했던 것을 3·1절 기념사를 통해 반박한 셈이다. 이는 북측의 대남 위협에 밀리지 않고 자유와 인권 등 인류 보편적 가치를 앞세워 보다 공세적인 통일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히는 언급이다.

윤 대통령은 2022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현 정부의 대북 비핵화 실천 방안을 담은 '담대한 구상'을 밝혔지만, 당시엔 통일보다는 평화에 중점을 뒀던 반면 이번엔 지향점으로 통일을 확실히 제시했다. 이런 연장선에서 '자유'를 고리로 한 윤석열 정부의 통일관을 새롭게 정립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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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관계자는 기념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1994년 김영삼 정부가 제시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30주년을 계기로 자유주의적 가치를 더한 새 통일 비전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1994년 나온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화해·협력, 남북 연합, 통일국가 완성이란 기계적 3단계 통일방안"이라며 여기에 윤석열 정부가 지향하는 자유주의적 철학 비전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반드시 관철해야 할 자유 민주주의 통일, 북한의 모든 주민이 함께 자유와 번영을 누리도록 만드는 것이 당위이고 명분"이라며 "그런 비전과 철학적 콘텐츠를 좀 더 담아내며 개념화하고, 기존의 통일관을 다듬어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기념사에서 일제강점기 당시 무장독립투쟁과 교육·문화 운동과 더불어 '외교독립운동'을 특별히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국제정치의 흐름을 꿰뚫어 보며, 세계 각국에서 외교독립운동에 나선 선각자들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특히 "모든 독립운동의 가치가 합당한 평가를 받아야 하고, 그 역사가 대대손손 올바르게 전해져야 한다고 믿는다"면서 "어느 누구도 역사를 독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언급은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흥행 등 외교적 독립운동에 주력했던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상황과도 맥이 닿는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카자흐스탄에서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봉환하고 육군사관학교에 흉상을 세우는 등 무장독립투쟁 역사를 부각시켰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에서는 한미 간 협력과 군사동맹의 상징적 존재인 이 전 대통령의 성과를 강조하며 결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서는 "자유, 인권, 법치의 가치를 공유하며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하는 파트너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과 경제와 안보, 인적교류 전반에서 협력이 확대되고 있는 현실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번 기념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독립'으로 21차례 나왔다. 그 뒤를 자유(17회), 북한(9회), 통일(8회), 번영(8회), 선열(5회), 미래(4회) 등이 이었다. 지난해 기념사에서도 독립이 10회로 많이 등장했고, 자유(8회)가 그 뒤를 이었지만, 북한과 통일 관련 발언이 새롭게 등장했다.

'자유를 향한 위대한 여정, 대한민국 만세'란 주제로 개최된 이날 기념식은 자주독립을 위한 선열들의 헌신을 인도 시인 타고르의 '동방의 빛'으로 형상화한 오프닝 영상을 시작으로 △독립선언서 낭독 △독립유공자 포상 △기념사 △기념공연 △3·1절 노래 제창 및 만세삼창의 순서로 진행됐다.

기념식에는 독립유공자 유족 500여 명을 포함해 사회 각계 대표와 주한외교단, 학생, 시민 등 총 1200여 명이 참석했다. 지난해 윤 대통령의 곁에서 만세삼창을 외쳤던 김건희 여사는 이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성훈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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