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뜨면 ‘최고가’…들뜬 비트코인, 과열 우려 커진다

국내 시장 개당 8900만원 돌파
현물 ETF 거래 늘며 수요 급증
다가온 채굴량 반감기도 호재
투자자들 ‘1억원 돌파’ 기대감

규제 공백 속 투자자 보호 취약
단기 투기성 자금엔 경계 필요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이 29일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개당 8900만원대를 돌파하며 연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비트코인 가격이 1억원을 돌파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오지만, 단기과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고 투자자 보호장치가 취약한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44분쯤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 종가보다 약 6.3% 오른 8970만원에 거래됐다. 전날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8400만원대로 치솟으며 2021년 11월 기록한 종전 고점(8247만7000원)을 넘긴 데 이어 또다시 최고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선 비트코인이 2021년 11월 기록한 전고점(6만8789달러)을 넘기진 못했지만 이날 한때 6만3913달러(약 8540만원)까지 오르며 고점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급증한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요가 이끌었다. 현물 ETF 운용사는 현물인 비트코인을 확보해야 하는데 ETF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비트코인 수요도 덩달아 확대됐다.

반감기 돌입까지 50여일 앞둔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채굴량이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는 오는 4월로 예상되는데, 지난 세 차례 반감기 때마다 비트코인 가격은 급등해왔다. 현물 ETF로 수요는 늘어나는데 반감기로 향후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격이 치솟을 수밖에 없는 여건이 형성된 셈이다. 이외에도 통화긴축 종료에 대한 기대감으로 위험자산 기피 심리가 한풀 꺾이고, 가상자산 규제 입장을 밝혀온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긍정적 입장으로 선회한 것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분석된다.

한때 2000만원대까지 추락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1년여 만에 4배 이상 뛰며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우자 투자자 커뮤니티에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1억원을 넘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팽배하다. 투자자 박모씨(27)는 “앞으로도 더 오를 것 같지만 사실상 광기의 영역이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비트코인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겠지만 위험자산인 만큼 단기 투기성 자금에 대해선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ETF로 지정되지 않은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가상자산)의 경우 변동성이 비트코인보다 커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유신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은 “비트코인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현물 ETF 승인으로 가상자산과 증권시장이 결합하면서 사실상 제도권으로 들어와 기관투자가 등의 안정적 수요가 생겼다”며 “단기과열로 매도 압력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만큼 투자자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재우 한성대 교수는 “비트코인이 너무 올라 알트코인으로 달려드는 투자자가 많을 것”이라며 “알트코인은 고점에 물리면 회복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더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증권시장과 달리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가상자산 시장은 별도 감시 주체가 없어 투자사기, 불공정거래 등에 대한 투자자 보호가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상자산 사업자에 이용자 자산 보호 의무를 부과하고 금융당국이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가상자산법)이 오는 7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그 전까진 규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가상자산 감독국과 조사국을 신설했고, 법 시행 이전이라도 가상자산 불공정행위에 대해선 형사법을 통해 조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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