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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독 등 큰손들
러시아와 확전 우려
파병 부인 ‘거리 두기’
“마크롱의 일방 발언
동맹국 분열 드러내”
전황 반전 기대감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이 불씨를 지핀 ‘우크라이나 파병론’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확전을 우려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 회원국들은 파병을 부인하며 거리 두기에 나섰다. 그러나 프랑스는 전투병을 제외한 군대를 파병할 수 있다며 여전히 가능성을 열어뒀고, 일부 유럽 국가들도 이에 동조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서방 동맹국 내 분열상이 드러나고 있다.
스테판 세주르네 프랑스 외교장관은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지상군 파병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전날 발언에 대해 “(파병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지뢰 제거나 무기 생산, 사이버 작전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주르네 장관은 의회에 출석해 “이런 조치 가운데 일부는 전투 영역을 넘지 않는 선에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직접 수행할 수도 있다”며 “그 어떤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 된다는 게 대통령의 여전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전투병 파병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파병 가능성에 대해선 여전히 문을 열어둔 것이다.
유럽 정상이 사실상 금기였던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을 거론한 것만으로도 나토와 유럽연합(EU)의 다른 회원국들은 들끓는 분위기다. 마크롱 대통령이 합의되지 않은 설익은 발언으로 분열만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EU 외교관은 로이터통신에 “마크롱의 발언은 동맹 간 신뢰를 훼손하고 불협화음을 그대로 노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을 비롯해 미국, 독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 체코 등은 파병 계획이 없다고 즉각 선을 그었다.
지상군 파병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자칫 서방 대 러시아의 ‘직접 대결’, 즉 세계대전 수준의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서방 동맹국들의 금기로 여겨졌다. AFP통신은 “마크롱 대통령이 파병 가능성을 띄우며 큰 금기를 깬 것”이라면서 “이는 핵무장한 러시아를 상대로 ‘최후의 결전’이라는 강수를 둔 것”이라고 평했다. 로이터통신은 “마크롱의 발언은 금기를 깨고 틀에 박힌 사고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외교 파괴자’로서 그의 명성에 걸맞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파병 논의로 인해 정작 시급한 무기 지원 논의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앤드루 와이스 부회장은 “나토의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정말 결정적인 질문은 유럽이 미국의 부족한 무기 지원을 보완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우크라이나가 계속 밀리는 상황에서 나온 파병론이 전쟁을 새 국면으로 이어지게 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서방에서도 파병 필요성을 암암리에 인식하면서도 확전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섣불리 꺼내지 못했던 문제를 마크롱 대통령이 과감하게 공론화했다는 것이다. 한 동유럽 외교관은 로이터통신에 “파병에 대한 공개적 논의는 우크라이나의 현재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알려진 것보다 상황이 훨씬 나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동부 격전지 아우디이우카를 러시아에 빼앗긴 데 이어 동부전선에서 잇따라 퇴각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26일 아우디이우카 인근 마을 라스토치키네에서 퇴각했고, 이튿날인 27일에는 서쪽 시베르네와 스테보베에서도 철수했다. 불과 일주일 새 동부전선 3개 지역을 러시아군에 빼앗긴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무기 지원에 한정했던 지난 2년과 달리 서방이 이제 다른 방식으로 개입해야 장기화되고 있는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공감대도 커질 수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전략적 모호성’을 이유로 어느 국가가 파병에 찬성하는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한 유럽 군사 당국자는 일부 북유럽, 발트해 연안 국가들이 파병을 지지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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