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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계획된 적자' 드디어 탈출한 쿠팡…13년 만에 연간 흑자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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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쿠팡이 지난해 6천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2010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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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지난해 32조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리며 설립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냈다. 매출, 영업이익 모두에서 전통 유통기업들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신선식품·가전제품 등으로 품목을 확대하면서 1400만 유료 회원의 지출 규모를 키운 효과로 분석된다.

28일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4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매출 31조8298억원(243억8300만 달러), 영업이익 6174억원(4억7300만달러)을 기록했다. 2022년 3분기 첫 분기 흑자를 낸 이후 매 분기 흑자를 이어오다, 지난해 연간 6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2010년 창사 이후 13년 만의 첫 흑자 전환이다.



매년 15% 돈 더 쓰는 고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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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쿠팡은 흑자 전환 비결로 충성 고객들의 씀씀이가 꾸준히 늘어난 영향이 크다고 본다. 김범석 쿠팡Inc(쿠팡의 본사) 이사회 의장은 이날 열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에서 “쿠팡의 가장 오래된 코호트(고객집단)를 포함해 모든 연간 코호트 지출이 15% 이상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소비자가 쿠팡의 유료 멤버십인 와우멤버십(2018년 10월 시작)에 처음 가입한 연도별로 고객집단을 코호트로 묶어 관리하는데, 각 코호트가 매년 쿠팡에서 지출하는 금액이 평균 15% 이상 늘고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새로 유입되는 코호트는 기존 코호트보다 1인당 지출액의 시작점이 더 높다는 게 쿠팡의 설명이다.

가장 오래된 2018년 코호트도 꾸준히 높은 성장률을 보여줬다. 이날 거랍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가장 오래된 고객에게도 최고의 가격과 배송 경험으로 계속 놀라움을 선사할 기회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의 고객 1인당 매출(객단가)도 증가 추세다. 쿠팡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고객 1인당 매출은 41만1600원(312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늘었다. 객단가는 쿠팡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2021년 연 평균 271달러(약 31만313원·각 연도 평균환율로 환산)였고, 이듬해엔 평균 291달러(약 37만6460원)로, 지난해엔 301달러(약 39만3677원)로 꾸준히 증가했다.

쿠팡 소비자들의 결제 규모가 커진 데는 고가 제품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쿠팡은 2014년 당일·익일배송을 보장하는 로켓배송을 시작하며 물티슈·기저귀 같은 비교적 저렴한 공산품을 핵심 품목으로 내세웠지만, 로켓프레시(2019년)로 신선식품까지 판매 영역을 확대했다. 2019년엔 쿠팡이 직접 방문 설치해주는 로켓설치 품목에 가전을 추가했고, 이듬해엔 가구에 이어 타이어, 고가 육아용품, 오토바이로 품목을 늘렸다. 2020년에는 최신 휴대전화 판매와 개통까지 맡는 로켓모바일, 패션 전문 채널인 C.애비뉴, 2023년에는 명품을 판매하는 로켓럭셔리까지 선보이며 고가 제품으로 판로를 확장했다.

특히, 월 4990원을 내는 ‘쿠팡 와우’멤버십 회원수가 2021년 900만명에서 지난해 1400만명으로 늘었다. 최근 3개월간 한 번이라도 물건을 구매한 ‘활성 고객’도 지난 4분기 2100만명으로 2022년(1811만명)에서 16%가량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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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차이나 커머스' 공세 “고객 감동 포인트 확보”



오래 지속된 ‘계획된 적자’에선 드디어 탈출했다지만, 쿠팡이 안심하긴 이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차이나 커머스’의 공세가 거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은 6조7000억 원대로 전년 대비 27% 늘었고, 이 중 중국 거래액이 3조 2000억 원대로 전년 대비 121% 급증했다.

김범석 의장은 콘퍼런스콜에서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대응을 묻는 애널리스트의 질의에 “전통적인 오프라인 소매업체부터 중국의 대형 경쟁업체 등 리테일 시장에는 많은 플레이어가 존재하는 역동적이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고객에게는 길 건너든 중국 국경 너머든 손가락으로 스와이프만 하면 닿을 수 있는 곳에 대체재가 있다”며 ”쿠팡은 고객들에게 매일 새로운 감동의 순간을 찾아내 충성도를 확보해야 하고, 이것이 쿠팡이 모든 에너지를 쏟아 넣고 있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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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츠.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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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한국을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보고 있다. 김 의장은 “지난해 한국 소매 시장에서 쿠팡의 점유율은 한 자릿수”라며 “이곳에서 막대한 잠재력을 포착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미래이자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올해 쿠팡은 핵심 사업인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에선 소상공인 대상 물류 서비스 사업을 키운다. 물건 판매자가 쿠팡의 물류센터에 상품을 입고하면 쿠팡이 보관·포장·배송 등 풀필먼트 전반을 제공하는 서비스 ‘로켓그로스’를 확대해 취급 품목을 더 빠르게 늘리겠다는 것. 성장사업 부문에서는 음식 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 고객이 쿠팡에서 물건도 더 많이 구매했다는 점에 착안해, 쿠팡플레이(OTT) 등 고객 혜택을 늘려 객단가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쿠팡의 중장기 성장에 대한 자신감은 신성장 사업으로부터 나온다”고 분석했다.

‘저러다 망한다’는 소릴 듣던 쿠팡이 흑자를 내며 활짝 웃은 반면, 국내 유통업체들은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마트의 지난해 매출(29조4000억원)은 쿠팡에 미치지 못했고, 사상 첫 적자를 냈다. 롯데쇼핑은 매출 14조, 영업이익 5084억원으로 역시 쿠팡에 뒤져 있다. 이들 유통업체들은 오프라인 물류를 효율화하고 대규모 구매력을 바탕으로 원가를 낮추는 ‘본업 경쟁력 강화’로 맞선다는 계획이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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