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방문한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피트니스센터에서 러닝머신 위에 올라간 순간 공교롭게도 러닝머신 모니터에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모습이 나오고 있다. 김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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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공천 갈등이 수습이 불가능할 정도로 치닫고 있다. 공천 갈등의 뇌관이었던 임종석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영표·기동민 의원 등에 대해 예외 없이 모두 '컷오프'(공천 배제) 수순에 들어가면서 의심 수준이었던 '비이재명(비명)계 찍어내기'가 확신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비명계의 집단행동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28일 전략지역으로 지정된 인천 부평을과 서울 성북을의 홍영표·기동민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비명계 인사다. 특히 홍 의원은 친문 좌장 격으로 그동안 홍 의원을 중심으로 친문계에 대한 공천 관련 대응 논의가 이뤄졌다.
홍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이것은 홍영표를 완전히 밀어내기 위한 어떤 작전에 들어간 것 같다"며 "도덕적인 문제도 없고 경쟁력에 문제도 없는 사람을 지금 전략공천으로 (하겠다는 것)"라고 반발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전략 선거구 지정은 오로지 '어떻게든 홍영표를 막겠다'는 뜻 아닌가"라며 "전략공관위원회는 또 무슨 근거로 어떤 판단을 내릴지 지켜보겠다. 최종 발표 후 내 생각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성북을이 전략지역으로 지정된 것은 비명계인 기 의원이 '라임 환매 사태' 주범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 중인 점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같은 결정이 논란을 빚은 것은 기 의원과 같은 혐의로 재판 중인 친이재명(친명)계 이수진 의원(비례)에게는 비명계 윤영찬 의원 지역구인 경기 성남중원에서 경선 기회를 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은 "기 의원은 금품수수를 시인했지만 이 의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아 정상적으로 심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친명으로 분류되는 안민석 의원(5선·경기 오산)과 변재일 의원(5선·충북 청주청원)도 컷오프 대상이 됐다. 공천 과정에서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갈등을 완화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되지만 일제히 "친명이라는 이유로 희생양이 됐다"고 지적했다.
전날 공천에서 배제된 임 전 실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지도부에 정중하고 간곡하게 요청한다. 중성동갑에 대한 전략공관위의 추천 의결을 재고해달라"고 요구했다. 임 전 실장은 "이 대표와 최고위원회에 묻고 싶다. 정말 이렇게 가면 총선에서 이길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임 전 실장은 거취 문제에 대해 "최고위원회 답을 들은 후 입장을 밝히겠다"면서도 "정치는 생물이라고 말씀드린 것이 답이 될 것"이라며 탈당이나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열어놨다. 다른 지역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니다"고 일축했다. 임 전 실장은 이날 저녁에도 서울 왕십리역에서 윤영찬, 송갑석, 홍영표 의원과 함께 거리 유세를 하며 서울 중성동갑 출마 의지를 분명히 했다. 친문계가 잇달아 컷오프되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임 전 실장은 전략공관위 발표 이후 문 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는지에 대해 "다음에 답변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만 답했다.
윤영찬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문 전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에게 임 전 실장 등 3명을 살펴봐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배신감을 느낄 것 같다'는 질문에 "충분히 인간으로서 그럴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내에서는 비명계 의원들의 지역구를 전략지역으로 지정해 이들을 공천에서 배제시키는 방식이 반복되는 것과 관련해 "이렇게 노골적인 찍어내기는 처음 봤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천 파행과 관련해 이재정 의원은 공관위 운영에 반발하며 공관위원직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친명 지도부는 비명계를 비난하며 공천에 문제가 없다고 두둔했다. 박정현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조용한 공천이야말로 누군가 깊게 개입한 사천일 가능성이 크다"며 "성적이 좋지 않다고 당의 공적 평가 시스템을 마구잡이로 흔드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4년 전 총선에서 친문 아닌 국회의원 후보가 있었느냐. 다 문재인 이름 걸고 후보가 되고 당선됐다"며 "그런데 이재명은 안 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정치계도 신인 정치인이 노쇠한 정치인을 밀어낸다. 이것이 시대정신"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에서 정책간담회를 마치고 "경기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해서 중도 포기하는 것은 자유지만 그게 마치 경기 운영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경쟁하는 과정에서 국민·당원이 선택하는 걸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선수 선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 전 실장이나 홍 의원 등이 반발하는 것에 대해서는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말했다.
[전경운 기자 /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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