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집시폭탄③]마을입구까지 밀려났지만…아직도 '관광버스 대절' 집시, 주민들 "방법이 없다"
경남 양산 집회·시위 신고 건수/그래픽=조수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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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 인근 집회·시위 신고 건수가 2년새 158%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귀향한지 2년이 돼 가지만 극심한 욕설과 소음을 동반하는 집시는 현재 진행형이다. 전현직 대통령 집무실과 자택 인근 집시로 인근 주민의 피해가 커지면서 대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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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버스 대절' 집회 여전…"자포자기" 고개 떨구는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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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경찰 등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의 집시가 해마다 증가한다. 지난해 양산 지역 집시 신고 건수는 754건으로 문 전 대통령 귀향 전인 2021년 292건 대비 158% 증가했다. 문 전 대통령이 귀향한 2022년 407건에 이어 증가세를 이어갔다.
일부 보수성향의 단체와 유튜버는 문 전 대통령 부부가 귀향하기 전부터 일찌감치 집시를 시작했다. 확성기와 대형 스피커, 시위 차량 등을 동원해 욕설 등 원색적인 표현을 쏟아냈다. 극우 성향으로 알려진 한 유튜버는 차량에 설치된 확성기로 "문재인 구속"을 외치며 욕설해 모욕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평산마을 주민들은 이제는 자포자기한 심정이다. 매일 같이 정치 유튜버 6명이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리를 꿰차고 있다. 주말에는 집회 단체에서 관광버스를 대절해 30~40명의 사람들이 몰려온다. 사저에서 약 100m 떨어진 집시 단골 장소가 경호구역에 포함되자 집시 주최자들은 마을 입구까지 밀려났지만 집시는 사라지지 않았다.
평산마을 이장을 지낸 A씨는 머니투데이와 한 전화통화에서 "지금도 경호구역 안으로 들어와 행패를 부리는 유튜버들이 있다"며 "벌써 2년째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음에 현수막까지 공해가 심각하고 주말에는 버스를 대절해 수십명이 오니 주차 문제까지 생긴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더 걱정이라고 했다. 집회 단체에 항의를 하고 싶어도 혹시나 폭력 행사가 일어날까봐 두렵다. 경찰에 신고를 해도 뾰족한 방법은 없다. 집회·시위는 허가가 아닌 신고 대상이기 때문이다.
A씨는 "1인 시위는 따로 신고를 안 해도 된다고 하니 혼자 무작정 와서 유튜브를 켜놓는 사람도 있다"며 "경찰에도 묻고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보통 소음 신고가 들어오면 데시벨을 측정해서 일정 수준이 넘으면 과태료를 부과한다"며 "그런데 대부분 주최 측에서 데시벨만 살짝 낮춰서 집회를 이어간다. 사실상 시정 조치를 한 거라서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2022년 경남 양산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인근 도로에서 한 보수단체 회원이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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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의 자유, 공공 이익 사이 절충점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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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집시의 자유와 공공의 이익 사이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현직 대통령 사저 등 인근 주민의 불편이 크다면 집시 소음, 시간 등을 어느 정도 규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직 대통령은 더 이상 공직자도 아닌데 집 앞 100m 안에서까지 집회하는 건 지나치다"며 "이 지역에도 주민들이 살고 있고 집회 소음이 너무 클 경우 공공 이익과 상충할 수 있다. 소음 규제는 어느 정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집시의 자유라고 하는 것이 중요한 기본권인 건 맞지만 무제한적인 것은 아니"라며 "법률상 기준과 한계를 넘어선다면 그에 대해 법적 제재가 가해지는 게 맞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논란이 심한 소음 문제와 관련해선 현행법상 느슨하게 돼 있는 측면이 있다"며 "현재도 수치로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좀 더 엄격하게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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