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배후 추적단] 인천 건축업자 남 씨 "전세 사기가 아니라, 보증금 미반환 사고"…피해자들 "피가 끓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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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로 구속된 임대인들이 경매 전 단기 임대를 놓아 월세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이런 임대인들의 수익활동이 법을 어긴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보증보험이 되어있지 않은 경우, 경매 전까지는 한 푼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들을 생각하면 이런 임대인들의 행태에 쉽사리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현실적으로 피해자들이 임대인들의 수익을 알기도 어렵고, 설령 알더라도 추징해 돌려받기까지 또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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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인천 건축업자 남 모씨가 소유한 주택에서도 이런 '단기 임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가장 많은 피해세대를 낸 임대인이 바로 남 씨였습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에 따르면 전체 피해자는 2,750여 가구, 피해액은 2,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피해자 중 4명이 세상을 등졌습니다. 남 씨는 최근 1심 선고에서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항소했습니다.
'단기 임대'로 얻은 수익은 다 어디로?
남 씨가 구속된 이후에도 단기 월세로 한 달 7~8천만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소문은 일대에서 예전부터 파다했습니다. 공식적으로 남 씨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았다는 사람은 1명도 없는 상황. 이 돈이 어디로 갔는지 궁금했습니다. 제보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었습니다. 우선 남 씨 가족이 직접 한 달 수익이 평균 2천만 원 가까이 된다고 밝히는 음성 녹취가 존재했습니다. 남 씨의 가족은 "단기 임대를 직접 관리하려고 했지만, 단기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험한 경우가 많아 전부 남성으로 구성된 부동산에 의뢰해 일부 수수료를 주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신탁사 "임대차 계약 동의한 적 없어"... 세입자 2차 피해 우려
남 씨의 의뢰로 단기 임대가 이뤄지고 있는 오피스텔을 찾아가 봤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현재는 남 씨가 아닌 신탁사로 이미 소유권이 넘어간 상태인데, 신탁사 동의 없이 남 씨가 같은 방식으로 단기 임대를 놓아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제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해당 건물 신탁사인 코리아신탁은 "해당 전월세 계약에 필요한 동의서를 내어준 적 없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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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 동의서가 없는 모든 임대차 계약은 무효이기 때문에 세입자들은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습니다. 신탁사를 대행하는 법무법인은 150여 명의 세입자들에게 이런 사실이 담긴 내용증명을 보낸 상태입니다. 이를 알지 못하고 해당 오피스텔에 월세로 들어온 임차인은 갑작스러운 퇴거 요청을 받은 상태입니다. 대부분 단기 월세이긴 했지만, 소액이나마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한 법률 전문가는 "이번에는 신탁이라는 특징이 개입되어있긴 하지만 더 악의적인 방식이다. 불법인데 불법이 아니라고 임대인이 우기고 있다."라고 꼬집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방식이라면 얼마든지 고액의 전세 계약도 이뤄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해당 매물을 전문적으로 중개한 공인중개사는 "단기 렌털 개념이고, 정식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지 않아서 불법이 아니다"고 항변했지만 이는 맞지 않는 설명입니다. 현재 임대인이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건물에 신탁사 동의 없이 세입자를 들인 것부터가 잘못된 것입니다. 그런데도 공인중개사가 이런 사실을 세입자들에게 정확히 설명하지 않고 단기 임대를 중개하고 있는 겁니다. 말하자면 '무권한자에 의한 신탁 계약'을 체결한 셈이고 세입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제3자에 월세를 내면서 '불법 점유'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건축업자 남 씨 측 해명..."불법 아니고, 피해자들 보증금 갚아줘"
남 씨 측은 기자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형식적 소유권'이 신탁사에 있을 뿐 실제 소유권은 남 씨 측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원래 신탁 주택의 경우 실질적 소유자와 형식적 소유자가 따로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임대차 계약은 반드시 신탁사 동의가 필요하고 이를 신탁원부에 기재하도록 되어있습니다. 남 씨 측은 단기 임대 전 신탁사의 동의 여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또 남 씨 측은 현재 원금과 이자 상환 능력을 잃었고 이로 인해 우선수익자인 은행도 손실을 보는 상황입니다. 설령 이 신탁주택에 대한 임대차 계약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신탁이나 은행계좌가 아닌 임대인과 부동산이 지정한 제3의 계좌로 입금이 이뤄지는 일은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신탁 전세사기가 기존 집주인인 위탁자가 주택을 신탁회사(수탁자)에 관리만 맡겨놓은 것처럼 설명하고 본인의 주택인양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데서 벌어집니다. 세입자는 이런 임대인 말만 믿고 계약했다가 '무권한자의 계약'으로 인해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수천만 원의 보증금이 걸려있지 않다고 해서, 퇴거 요청을 받은 세입자들의 상황이 불안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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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희원 기자 jess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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