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27 (토)

[하루만보]초창기 천주교 험난한 여정 담은 ‘아름다운 순례길’ 3코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하나의 길을 따라 우리나라 종교 명소를 만날 수 있는 트래킹 코스가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의 순례길 활성화와 종교화합을 위해 2009년 10월 지정된 아름다운 순례길이다. 총 9개의 코스 240km로 구성돼 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순례길 3코스는 초장기의 천주교가 자리 잡기까지 그 험난한 여정이 담긴 길이다. 전북 완주군 천호성지에서 출발해 문드러미재, 이병기생가, 남원사와 여산성당, 생태하천변을 지나 나바위 성지까지 가는 코스다. 총 길이 24.1km로 8시간이 소요된다.

코스는 1839년 기해박해를 전후해 충청도 지방의 천주교 신자들이 탄압을 피해 숨어든 천호성지에서 출발하면, 문드러미재를 지나게 된다. 문드러미재는 완주군 비봉면 내월리에서 익산시 여산면 원수리로 넘어가는 고개로, 백두대간 종주를 꿈꾸는 산악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대동여지도에 ‘문치’로 표기돼 있으며, 주변 자연경관이 뛰어나다.

고개를 넘어가면 ‘이병기 생가’를 볼 수 있다. 국문학자이자 시조 작가인 가람 이병기의 생가다. 전북의 기념물 제6호로 지정돼 있으며, 전형적인 양반가의 가옥 형태를 볼 수 있다. 이병기 선생은 시조의 현대적 혁신과 부활을 위한 새 운동을 전개하며 고전 발굴 연구에 힘썼으며, 청소년 교육을 통해 민족의 말과 글을 보존하는데 노력했다.

이후 코스는 초기 천주교가 우리나라에 정착하기까지 험난했던 과정을 보여준다. 1866년 병인박해 당시 전라도 천주교도들의 처형은 주로 전주와 여산, 나주 등에서 이뤄졌다. 코스 중후반에 위치한 ‘여산 숲정이 순교성지’는 주요 처형 장소 중 하나였다. 이곳에선 김성첨, 김면언, 김정규 등 23명이 순교했다. 기록도 없이 순교한 신도를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순교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코스 막바지에선 ‘무형교회’와 ‘나바위 성지’를 지나게 된다. 모두 천주교의 역사와 관련이 깊다. 무형교회는 한국전쟁 때 인민군이 철수하는 과정에서 주민과 교인 학살을 자행한 100년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나바위 성지는 1845년 10월 우리나라 최초 신부인 김대건 신부가 중국 상하이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페베올 주교, 다블뤼 신부와 첫발을 내딛은 곳을 기념하는 천주교 성지다. 나바위 성지에는 김대건 신부를 기념하는 나바위 성당과 김대건 순교 100주년 기념비 등이 있다. 나바위성당은 독특한 건축 양식으로 1987년 7월 18일 국가 지정 사적 제318호로 지정됐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