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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스웨덴, 32번째 나토 가입… 북극해~지중해 ‘러 포위망’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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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 1년 9개월 만에, 헝가리 비준

조선일보

23일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방문한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왼쪽)가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헝가리 의회는 사흘 후인 26일 스웨덴의 나토 가입 의정서를 비준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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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군사 강국 스웨덴이 마침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32번째 회원국이 되는 티켓을 거머쥐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개월 만인 2022년 5월, 200여 년간의 비동맹 중립 노선을 포기하고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 신청서를 제출한 지 1년 9개월 만이다. 나토는 미국과 영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 북미와 유럽 국가들이 과거 구(舊)소련의 위협에 맞서 맺은 군사 동맹이다. “회원국 중 한 나라가 공격받으면 회원국 전체에 대한 침공으로 간주해 집단으로 대응한다”는 집단 방위 원칙을 갖고 있다.

헝가리 의회는 26일 오후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에서 본회의를 열어 재적 의원 199명 중 184명 찬성으로 스웨덴의 나토 가입 의정서를 비준했다. 스웨덴은 이로써 나토 가입에 필요한 회원국 전체(가입 신청서 제출 당시 30국)의 가입 동의를 받았다. 헝가리 의회 비준이 대통령 서명으로 발효되고, 나토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공식 가입 문서가 작성·제출되면 스웨덴은 정식 나토 회원국이 된다. AFP는 “지난해 4월 가입한 핀란드는 이 과정에 5일이 걸렸다”며 빠르면 이번 주 중 스웨덴이 나토의 일원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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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국


스웨덴은 나폴레옹 전쟁 기간인 1814년 이후에는 어느 국가와도 군사 동맹을 맺지 않는 중립 노선을 지켜왔다. 대신 자체 안보 역량 강화를 위해 북유럽 최대 규모의 육·해·공군을 유지해 왔다. 스웨덴의 재래식 군사력 순위는 세계 20위권으로 평가된다. 북유럽에서 유일하게 자체 전투기 개발과 생산 능력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재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약 80년 만의 전면전이 유럽에 발발하자 서둘러 나토 가입에 나섰다. 스웨덴은 지정학적으로 발트해를 사이에 두고 러시아와 직접 대립하고 있다. 러시아 발트함대의 본거지이자, 핵무기가 배치돼 있는 칼리닌그라드와는 불과 300㎞ 거리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그러나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반대로 계속 지연돼 왔다. 튀르키예는 스웨덴이 테러 단체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지원하고 반(反)이슬람 시위를 방조해 왔다고 주장했고, 헝가리는 스웨덴이 자국의 정치 상황을 ‘비민주적’이라고 비판해 온 것을 문제 삼았다. 스웨덴은 결국 지난해 7월 튀르키예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적극 지지키로 약속하고, 지난 23일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 스웨덴산 그리펜 전투기 판매 협정을 맺는 ‘선물’을 안기며 두 나라의 동의를 받아냈다. 튀르키예는 지난달 24일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비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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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도 ‘북극곰’ 봉쇄 훈련 - 26일 이탈리아 남부 카타니아 해역에서 시작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다이내믹 만타(역동적인 큰가오리) 24’ 훈련에서 튀르키예 해군 소속 헬리콥터와 잠수함 등이 작전을 펴고 있다. 지중해 최대 규모인 이 훈련에 올해는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 9국이 참가해 다음 달 8일까지 해상과 수중에서 대잠수함 작전 등을 진행한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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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 이어 스웨덴까지 나토에 가입하자 러시아는 북유럽과 발트해 방면의 영향력 확장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러시아의 북서쪽 육로는 핀란드에, 해로는 스웨덴에 가로막힌 형국이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의 대서양 진출로 역할을 해온 발트해가 나토 회원국에 둘러싸여 이른바 ‘나토의 내해(內海)’가 됐다. 이로써 북극해에서 남유럽까지 나토의 ‘러시아 봉쇄선’이 구축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나토는 지난해 7월 새로운 ‘지역 방위 전략’을 통해 북극부터 남유럽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을 러시아의 위협에서 보호하는 육·해·공 통합 방위 체계를 구축하기로 한 상태다.

러시아의 남쪽 캅카스 지역에선 구소련의 일원이었던 조지아가 나토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조지아가 나토에 가입하면 러시아는 서쪽 방향으로 완전히 나토에 막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같은 나토의 확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계산 못 한 우크라이나 침공의 결과”라고 했다. ‘나토의 확장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시작한 전쟁이 오히려 나토의 확장과 러시아의 지정학적 고립을 급격히 심화하는 역설적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 장관도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푸틴의 ‘전략적 참패’를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한편 친러 성향의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지원 국제회의를 앞두고 “나토와 EU 일부 국가가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러시아와 서방의 군사적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 회의 직후 “지상군 파병에 대한 합의는 없었으나 이를 배제할 수는 없다”며 “우리는 유럽의 안보를 위해, 러시아가 승리하지 못하도록 필요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AP에 “우크라이나에 나토 동맹의 전투 병력을 투입할 계획이 없다”며 일단 선을 그었다.

유럽 국가들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유럽산이 아닌 한국 등 제3국에서 생산한 탄약을 지원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프랑스 등이 비유럽 국가에서 만든 탄약과 무기를 EU 예산으로 구입하는 것에 반대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의 극심한 포탄 부족으로 전세가 불리해지자 최근 입장을 바꿨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유리 김 미국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이날 한미연구소(ICAS) 주최 온라인 심포지엄에서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정치적 지지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방어 지원을 제공했으며, 우리는 그런 물자가 우크라이나로 더 가는 것을 보고 싶다”고도 했다.

반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7일 “나토 회원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전투를 벌이면 나토와 러시아의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대규모 확전 등 예측 불가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수위를 높일 때마다 전략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 추진 어뢰, 극초음속 미사일 등을 공개하며 ‘핵 무력’ 시위를 계속해 왔다.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옛 소련의 유럽 침략 가능성에 대비하고자 미국 주도로 출범한 군사동맹. 1949년 미국·영국·캐나다 및 프랑스·벨기에·네덜란드·이탈리아 등 영미권과 유럽의 12국으로 창립했다. 1990년대 소련 붕괴 후에는 동유럽국도 대거 가입했다. 본부는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 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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