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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美·英 역사서에 “광개토는 신라의 지배자...日, 韓남부에 임나일본부 설치” 오류 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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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석조의 외설]

고려 거란전쟁 강민첨이 태조 왕건?

단순 오류부터 폐지된 왜곡 학설 수록

역사는 안보…지키지 않으면 잃어버려

정부, ‘공공외교’ 더 노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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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11년 출간 스미스소니언 '역사 연대' 책 표지. /노석조 기자·조지타운 방문연구원


미국 워싱턴 D.C.에는 스미스소니언 국립 박물관이 분야별로 여럿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스미스소니언의 국립 자연사 박물관을 다녀왔습니다.

스미스소니언이 출간한 역사책을 구해 읽었습니다. 20·21세기 두 세기에 걸친 팍스 아메리카나가 세계사를 어떻게 정리했는지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화려한 역사 그래픽과 유물 사진을 보느라 밤새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그러다 황당한 오류를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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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스소니언이 2011년 출간한 세계사 연대 94쪽에 ‘서기 370년 일본 침략군은 한반도 남부 임나에 식민지를 세웠다(c. 370 Japanese invading force establishes a colony at Mimana in southern Korea)’는 설명이 쓰여 있다.


스미스소니언의 ‘역사 연대(Timelines of History)의 94쪽은 이렇게 돼 있었습니다.

‘서기 370년 일본 침략군은 한반도 남부 임나에 식민지를 세웠다(c. 370 Japanese invading force establishes a colony at Mimana in southern Korea)’.

일본에서도 근거 없는 것으로 판명 난 ‘임나일본부설’을 역사적 사실인 것 마냥 그대로 써놓았습니다.

95쪽에는 ‘393년 일본 야마토 정권이 한반도의 신라와 백제에 급속도로 퍼져나갔다(The Yamato of Japan overrun Silla a Paekche, Korea)’라고 돼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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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스소니언 역사연대 책의 95쪽에는 ‘393년 일본 야마토 정권이 한반도의 신라와 백제에 급속도로 퍼져나갔다(The Yamato of Japan overrun Silla a Paekche, Korea)’라고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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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서방 역사학자들이 한국사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부족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국의 대표적인 출판사 중의 하나로 스미스소니언 책도 출간한 DK가 영국에서 2022년 출간한 역사책도 살펴봤는데 역시 문제가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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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스소니언가 출간한 '세계사 연대'에 고구려 광개토 대왕이 '신라국의 지배자'라고 잘못 적혀 있다.


DK의 세계사연대(Timelines of World History) 67쪽 서기 4~5세기 부분을 보니 ‘서기 404년 광개토, 한반도 신라국의 지배자, 일본 야마토로부터의 침략을 무찌르다(404CE Gwanggaeto, ruler of the Korean state of Silla, defeats an invasion from Yamato Japan)’라 쓰여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광개토 대왕은 고구려의 지배자이지 신라의 지배자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404년은 백제와 왜가 신라에 대한 연합 공격이었습니다. 왜의 단독 침략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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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스소니언은 '세계사 연대'에 고려 강민첨 장군 그림을 올려놓고 그를 '고려 태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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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더 넘기는데 88쪽에 소개한 고려 태조의 어진이 여간 낯선 게 아니었습니다. 조사해봤더니 스미스소니언이 고려 태조라고 책에 실은 인물화는 고려 태조 왕건의 어진이 아니었습니다. 고려 현종 때의 무관 강민첨(963~1021) 장군이었습니다. 고려 거란 전쟁 때 강감찬과 함께 출전해 귀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주역입니다.

한국어로 간단한 자료 검색만 해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유감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한국사에 대해 잘못 쓴 내용이 미 국립 박물관 서적은 물론 국제적 출판사의 책을 통해 전파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들은 시중 책방, 온라인 전자책으로 손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광개토를 신라 사람이라고 쓰는 것은 해서는 안되는 오류지만 단순 실수라고 이해해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임나일본부설은 서기 4~6세기 일본이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일본의 대표적 역사 왜곡으로 지적돼 왔습니다. 지금은 일본 학계에서조차 폐기된 학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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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회과학원의 '중국역사지도집' 4권에 실린 한반도 남부 지도. '백제' '신라'와 함께 '임나'를 표기했다.


이런 문제는 앞서 중국에서도 벌어졌습니다. 중국 대학의 세계사 교재 중 가장 널리 읽히는 인민출판사본 ‘세계통사’에 “야마토(大和) 국가는 매우 이른 시기부터 이웃 나라 조선을 침략했습니다. 4세기 중엽 조선반도 남단의 변한 가야국 수중에서 임나를 탈취해 북으로 침략을 계속하는 거점으로 삼았다”라고 쓰였던 것입니다.

역사는 지키지 않으면 잃어버리고 왜곡돼버리기 십상입니다. 스미스소니언 책에 좀 틀리게 적혀 있는다고 그게 무슨 대단한 문제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 나중에 수습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정부와 국가기관들이 이런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찾아 바로 잡는 노력에 보다 힘을 써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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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D.C.=노석조 기자·조지타운 방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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