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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 (일)

팀 미국, 삼성·SK에 ‘선전포고’…돈 보따리 풀어 K반도체 맹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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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 연합뉴스]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중요한 축으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D램 시장에서 ‘팀 USA’를 등에 업은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선전포고를 날리면서 기존의 시장 강자로 꼽혀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진영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우연의 일치로 보이지만, 마이크론이 HBM3E(24GB 8단)의 양산 소식을 전한 뒤 불과 몇 시간 만에 삼성전자가 12단으로 쌓은 HBM3E 기술 개발을 전격 발표한 것은 그만큼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기술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는 방증이다.

27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마이크론이 26일(현지시간) 올해 2분기 출시 예정인 엔비디아의 H200 GPU에 탑재될 HBM3E 양산을 시작했다고 공식 발표한 것에 대해 분석을 진행중이다.

일각에서는 마이크론의 발표 가운데 양산과 출하 시점에 대한 표현이 모호하다는 점을 들며 기술적인 검증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시각도 나온다. 2010년대 초반부터 HBM 투자에 들어간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달리 마이크론은 출발이 늦었다는 점에서 필연적으로 기술력 격차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다. 생산 능력 측면에서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하지만 마이크론의 기술 추격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가 소비전력이 30% 적고 성능이 10% 뛰어난 HBM3E를 납품하겠다고 밝혔을 때 반도체 업계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며 “하지만 마이크론의 기술적 수준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매우 근접했다는 것이 이번 발표에서 확인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마이크론이 미국 기업이라는 점에서 더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데다,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도 자국 기업 선호 분위기가 부각되고 있어 마이크론의 존재감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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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이 HBM3E 양산을 발표하면서 엔비디아에 납품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명시한 것도 한국 기업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부분이다. 국내 기업들은 주요 고객사를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사례를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마이크론은 후발주자임에도 구매자가 엔비디아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밝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이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공개한 것 역시 마이크론이 미국 기업이라는 강점을 공공연히 드러낸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D램 시장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의 ‘텃밭’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D램 점유율은 45.7%로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점유율을 전 분기(38.7%)에 비해 7%포인트 확대하며 2위 SK하이닉스와의 점유율 격차를 14%포인트로 벌렸다. SK하이닉스의 D램 점유율은 31.7%, 3위 마이크론의 점유율은 19.1%로 각각 집계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을 합하면 70.4%로 두 회사가 시장의 3분의 2를 장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까지 유지해온 시장 리더십을 지키기 위한 차원에서 이날 ‘야심작’ 36GB HBM3E(5세대 HBM) 12H(High·12단 적층) 개발을 공개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개발한 HBM3E 12H는 성능·용량 모두 HBM3(4세대) 8H에 비해 50% 이상 개선됐다. HBM3E 12H는 초당 최대 1280GB를 처리할 수 있다. 이는 30GB 용량의 UHD 영화 40여편을 1초에 업로드 또는 다운로드할 수 있는 속도다.

삼성전자는 ‘첨단 열압착 비전도성 접착 필름(TC NCF)’ 기술로 12단 적층 제품을 8단 적층 제품과 동일한 높이로 구현해 HBM 패키지 규격을 충족했다. 첨단 기술을 적용해 HBM 적층 수가 증가한데다 칩 두께가 얇아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휘어짐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 생산능력을 지난해 대비 2.5배 이상 확보해 운영하는 등 HBM 공급 역량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또 6세대 HBM인 HBM4도 2025년 샘플링과 2026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4 16H 초고용량 제품에서 칩과 칩 사이 갭을 완전히 없애고, 칩을 완전히 붙이는 신공정도 개발중에 있다.

현재 HBM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지난달 5세대 제품인 HBM3E 8단 제품의 초기 양산에 들어갔고, 금명간 고객 인증을 완료해 본격 양산에 돌입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 측은 “HBM3E 12단 제품도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표준 규격에 맞춰 8단과 같은 높이로 구현할 것이며, 고객 일정에 맞춰 순조롭게 제품화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 콘퍼런스에서 HBM3E 16단 기술을 세계 최초로 공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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