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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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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손해보험 후순위채, 또 안 팔렸다... 주관사, 미매각 부담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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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손해보험(A-)이 후순위 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목표 주문을 채우지 못했다. 롯데그룹에서 떨어져나오며 계열사 지원을 받을 수 없는 데다 비우량채로 분류되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

주관을 맡은 증권사들도 난감한 상황이다. 한국토지신탁, HL D&I 등 건설채에 이어 롯데손해보험 후순위 금융채도 미매각(주문액이 모집액에 미달)되자 물량을 떠안게 된 증권사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조선비즈

롯데손해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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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은 지난 21일 10년 만기, 5년 콜옵션(조기상환권) 조건으로 800억원 규모의 후순위 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480억원의 주문만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후순위 채권은 최상단 금리인 6.80%에서 발행하며, 미매각 물량은 주관을 맡은 교보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KB증권 등 네 증권사가 나눠 인수할 예정이다.

롯데손해보험이 발행한 후순위 채권은 채무 변제 순위에서 일반 채권보다는 뒤 순서지만, 우선주, 보통주 등 주식보다는 앞 순서인 채권을 뜻한다. 만기가 5년 이상이면 자기자본으로 인정돼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게 특징이다. 다만 잔존만기가 5년 이내가 되면, 매년 자본인정 금액의 20%씩 채무로 차감된다. 이에 10년 만기더라도 5년 콜옵션이 불어 있으며, 이를 행사하는 게 관행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간 롯데손해보험의 후순위 채권은 시장에서 선호하지 않는 투자처로 여겨졌다. 롯데손해보험은 주로 후순위 채권, 신종자본증권 등을 발행해 운영자금을 조달했지만, 미매각된 전례가 과반이다. 지난 2022년 8월에는 역대 최대 금액인 1400억원을 모집했는데, 970억원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앞서 2021년 12월 신종자본증권 400억원을 발행할 당시, 단 한 건의 주문도 받지 못했다.

기관투자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안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롯데손해보험은 롯데그룹 계열사가 아니어서 어려울 때 자금 지원을 예상할 수 없는 점, 후순위 채권이어서 신용등급이 낮은 점, 불안한 재무구조 등을 종합하면 기관들의 선호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며 “현재 최대주주인 JKL파트너스가 매각 시점을 고려하는 것도 불안정한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신용평가도 이런 점을 고려해 롯데손해보험의 후순위 채권에 보험금 지급 능력 평가(A)보다 1노치 낮은 A-를 매겼다.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손해보험은 손해보험 업계 평균 대비 안전자산 비중이 작고, 지급여력 금액 중 자본성 증권 비중이 높아 K-ICS(보험 건전성 규제) 대응력이 낮은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매각 물량을 떠안은 증권사들의 부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초효과로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에서도 한국토지신탁, HL D&I에 이어 롯데손해보험 후순위 채권까지 잇따라 미매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KB증권은 미매각난 세 회사채의 주관사에 모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당초 미매각이 예상되는 회사채의 경우, 여러 증권사가 붙어 미매각 물량을 나눠 인수하곤 한다. 각 증권사가 금리 매력을 부각해 추가 청약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녹이긴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리를 중시하는 리테일에서도 기피 분위기가 뚜렷해 소화가 어려워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인아 기자(ina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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