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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공사 현장이 없다'…재택 대기조 된 건설 근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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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급등에 건설사 수주 급감

작년 주택 착공 21만가구 '최저'

현장 대기반 재택 근무로 전환

계약직 인력 재계약 불발 일쑤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건설 경기가 악화하면서 현장에 있어야 하는 인력을 재택으로 전환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마무리한 건설 현장의 인력을 받아낼 마땅한 현장이 전무한 탓이다.

이데일리

(그래픽=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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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 수위권의 A건설사는 이달부터 현장 대기반 인력을 재택 대기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재택 대기는 희망자에 한해서만 전환하는 대신에 임금은 기본급의 70%만 지급하는 조건이다.

건설사 현장 대기반은 상시 조직은 아니라 임시 조직이다. 현장이 마무리되면 거기에 투입된 인력을 다른 현장에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요가 본사에서 ‘잠시 머물다’가는 성격이다. 건설 경기가 한창 좋을 때는 현장 대기반을 수용하는 공간은 필요가 없다시피 하다.

임시 조직과 같던 현장 대기반이 최근 들어 상시 조직화되는 기미가 보인다. 원인은 이들 인력을 다시 배치할 현장이 없기 때문이고, 근원은 건설경기가 위축한 탓이다.

최근 건설업 전반의 착공 실적을 보면 실감이 난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를 보면, 지난해 착공한 주택은 20만9351호로 전년보다 45.4% 줄었다. 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이다. 공사비가 상승하면서 시행사가 사업을 머뭇거리게 되고, 시공사(건설사)는 수지가 맞지 않는 현장은 수주를 꺼리는 현상이 맞물린 결과다.

이런 상황이 지속하자 건설사 현장 대기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이로써 건설사가 져야 하는 부담은 늘어난다. 우선 현장 대기반이 본사에 머무르는 공간을 마련하고, 관리 인력을 따로 붙여야 한다. 아울러 현장 인력의 노무비는 현장 공사비로 충당해야 하는데 이를 회사의 자본으로 감당해야 한다. A건설사가 재택 대기를 결정한 데에는 이런 불가피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장 인력은 본사에서 멀리 거주하는 경우도 있어서 출퇴근을 고려해 재택으로 근무하도록 배려한 것”이라며 “이달 처음으로 결정한 것이라서 아직 희망자는 없다”고 말했다.

주택 부문 매출 비중이 큰 건설사일수록 A 건설사와 같은 타격을 받고 있다. 주택에 주력하는 시공능력 상위권의 B 건설사는 준공을 마무리하는 현장마다 계약직 인력과 재계약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계약직은 현장과 회사에 대한 이해가 깊고, 채용 자체도 비용이라서 ‘되도록 재계약’을 해온 게 관례였다. 그러나 본사 인력도 재배치가 여의찮은 상황에 이르자 계약직을 다시 수용하지 않기로 기조가 바뀌었다.

시공능력으로 순위를 다투는 A와 B 건설사 사정이 이 정도인 점에 미뤄, 건설업 전반이 인력 운용이 애를 먹고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가 인력을 운용하고 장비를 돌리려면 최소한의 현장이 있어야 하기에, 때로는 적자 현장이라도 수주를 하기 마련”이라며 “지금 같은 경기에서는 이런 적자 현장도 들어가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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