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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 (일)

이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후쿠시마 처리수 아닌 오염수" 소신 발언했다 사임한 일본 기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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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유통업체 일 '오이식스' 회장
"처리수 아닌 방사능 오염수" 발언
'피해 부추겨' 맹비난 받다 사임
한국일보

지난해 8월 24일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가 개시된 날 원전 부지에 오염수 탱크가 가득하다. 후쿠시마=지지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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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형 식품 유통업체 ‘오이식스’ 회장이자 창업주가 일본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처리수’라 부르지 않고 ‘방사능 오염수’라고 했다가 여론의 맹공격을 받고 사임했다. 지난해 8월 24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일본은 내부에서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면 이를 억누르는 분위기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교도통신과 TV아사히 등에 따르면 유기농 식재료 등을 통신판매하는 오이식스의 후지타 가즈요시 회장이 엑스(X·옛 트위터)에 ‘방사능 오염수’라는 표현을 써 물의를 일으킨 책임을 지고 22일 사임했다. 회사 측에서 징벌위원회를 열고 3월까지 정직을 명하자 자진 사임한 것이다. 오이식스 측은 “다카시마 고헤이 사장이 당일 사표를 수리했으며, 사장도 감독 책임을 지고 3월까지 급여 10%를 반납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후지타 전 회장은 지난 10일 X에 “사실은 ‘방사능 오염수’인데 언론은 그 물을 ‘처리수’라고 한다”는 글을 올렸다. 12일에도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지금 있는 오염수를 바다에 다 보내려면 20년이 걸린다고 한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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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해 10월 19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 이후 처음으로 원전 인근 해역에서 잡은 수산물 조사에 착수했다. 이날 IAEA 관계자와 한국·중국·캐나다 3국의 연구원들이 일본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히사노하마항에서 잡힌 생선을 살펴보고 있다. 이와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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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타 전 회장은 1975년 유기농 농산물을 판매하는 ‘대지를 지키는 시민 모임’을 설립해 유기농 운동을 벌인 1세대 농업운동가다. 먹거리 안전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겨 온 그가 오염수 방류에 반대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소신 발언의 대가는 컸다. 즉각 ‘소문 피해를 부추긴다’, ‘비과학적’이라는 비판이 쇄도했고 결국 창업 이후 49년 동안 몸담아 온 회사를 떠나야 했다. '소문 피해'는 안전성 우려로 후쿠시마산 수산물 등을 기피하는 움직임을 뜻한다.

스가 요시히데 내각이 지난 2021년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뒤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는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홍보해 왔다. 동시에 안전성 우려를 제기하는 행위 자체가 후쿠시마산 수산물 기피 현상을 일으켜 소문 피해를 부추긴다는 여론전을 전개했다. 지난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방류에 대해 안전하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뒤로는 온라인 여론도 이런 공격에 동참했다.

하지만 최근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에선 응답자 3명 중 1명이 오염수 방류 후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수산물 구입 시 방사성 물질 영향에 신경이 쓰인다’고 답했다. 적지 않은 일본인이 안전성을 우려하면서도 ‘소문 피해’와 ‘비과학적’이라는 비난을 우려해 숨죽인 채 지내고 있는 셈이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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