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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기자칼럼]이강인, 더 아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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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에게 지난 2주는 지옥이었을 게다. 팬들의 비판이 상상외로 무서웠다. 이강인이 아시안컵 4강전 전날 손흥민(토트넘)과 몸싸움을 벌인 게 화근이 됐다. 탁구를 자제하고 경기에 집중하라고 말한 손흥민에게 이강인은 거칠게 대들었다. 팬들의 분노가 거세졌고, 이강인은 지난 19일 런던에서 손흥민을 만나 용서를 구했다. 손흥민도 “이강인을 용서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강인이 대면사과했고 손흥민도 용서를 구했지만, 팬들의 상처는 쉽게 아물 것 같지 않다. 이강인의 행동을 하극상으로 간주하는 팬들도 많다. “우리는 용서할 수 없다” “축구계에서 퇴출하라” “병역 혜택을 박탈하라” “국가대표로 영원히 뽑지 말자”는 분노가 존재한다.

이강인은 어릴 때부터 신동으로 기대감을 높였다. 뛰어난 재간이 팬들을 매료시켰다. 한국 축구의 약점인 테크니션 부족을 해결할 재목으로 꼽혔다. 그는 10세 때인 2011년 스페인 발렌시아 유소년팀으로 갔다. 스페인은 독일, 잉글랜드처럼 전 세계에서 온 축구 꿈나무들로 가득 차 있다. 다국적 유망주들과 이강인은 어릴 때부터 치열하게 경쟁했다. 게다가 유럽에는 아프리카, 아시아 선수에 대한 인종차별이 여전하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이강인은 수없이 참아야 했다. 동시에 오기도 부려야 했으며 기싸움에서도 이겨야 했다. 그렇게 이강인은 인격형성기인 청소년기를 타지에서 자신을 잡아먹으려는 타인들과 싸우면서 보냈다.

이강인이 큰 기쁨을 안긴 적도 많았다.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준우승을 이끌었고 골든 볼도 수상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 뽑은 2019년 아시아 올해의 청소년 선수상도 받았다. 23세 이하 대표팀으로 2020년 하계올림픽, 2022년 23세 이하 아시안컵에 출전했고, 2022년 아시안게임 우승에도 일조했다. 프랑스 최고 명문, 세계 최고 부자구단 중 한 곳인 파리 생제르맹으로 가서 네이마르, 킬리안 음바페와 뛴 장면은 꿈같다. 그때마다 팬들은 환호했고 미래 이강인에 대한 기대감도 더욱 커졌다.

이강인은 할 말을 거침없이 다 한다. 거기에 이강인의 거침없는 행동이 선배들에게 좋지 않게 보인 적도 많았다. 쉬는 시간을 자유롭게 보내는 게 선배들 눈에는 못마땅했다. 이번 아시안컵 파동도 자유분방한 일련의 행동들에 대해 쌓이고 쌓인 선배들의 말 못할 불만들이 단번에 터진 결과물이다.

이강인은 상당 시간 자숙해야 한다. 프랑스 리그에서 뛰는 자세뿐만 아니라 개인 생활도 조심해야 한다. 국가대표 선발은 당분간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오는 3월21일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예선 태국전 멤버에 뽑지 않는 게 대표팀에나 이강인에게나 모두 바람직할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게 마련이다. 실수를 인정하고 철저하게 자성하면서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 이강인도 인간으로서, 선수로서, 후배로서 더 성숙해진다면 한국 축구에 큰 보탬과 큰 기쁨을 줄 선수임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언젠가 이강인에게도 세컨드 찬스를 주는 게 맞지 않을까. 물론 이강인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진정으로 달라진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기대만큼 실망도 큰 팬심을 되돌리는 것은 오직 이강인 태도에 달렸다.

경향신문

김세훈 스포츠부 부장


김세훈 스포츠부 부장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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