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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전임의 병동 격무, 전공의 병동은 감시"…고통받는 간호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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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22일 오전 서울성모병원 응급실에서 간호사들이 근무하는 모습. 김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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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인턴·레지던트) 집단 사직 사태가 일주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대형병원에선 전공의 비중에 따라 간호사의 ‘고충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전공의 이탈 비중이 높은 과에선 수술·입원이 연기 또는 취소돼 병동이 텅 비고, 전임의(펠로)가 많은 과의 병동엔 타과 환자까지 넘어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간호 인력이 갑자기 타 부서로 옮겨지거나, 휴가를 강요받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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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경기도 이천시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에서 병동 간호사들이 근무 교대 전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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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 중 한 병원을 확인해보니, 정형외과엔 주말 사이 입원 환자가 빠져 8명만 남았지만, 간담췌외과 병상엔 50명이 꽉 차있었다. 이 병원의 전공의 비중은 전체 의사 중 34.5%인데, 정형외과는 타과보다 전공의 비중이 높다. 간담췌외과는 전공의 비중은 전체 과 평균보다 낮고, 전임의 비중은 높다고 한다.

환자 과밀 병동을 담당하는 간호사들은 격무를 호소했다. 특히 의료진이 부족한 타과에서 환자를 이동시켜 담당해야 하는 환자 수가 늘어났다. 해당 병원의 간담췌외과 간호사는 “간호사 한 명당 최대로 돌 볼 수 있는 환자 12~13명씩 모두 맡아 일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풀 베드(병상 만석) 상태를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블라인드 등 간호사 커뮤니티에도 “인력이 적은 야간 대신 주간 근무자에게 업무가 몰리고 있다” 등의 불만 글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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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때 근무 중인 간호사들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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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수가 적은 과 간호사들의 상황도 괴롭긴 마찬가지다. 병원에서 연차를 소진하도록 강요하거나, 휴가를 쓰라고 종용하는 사례도 있었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에서 근무 중인 한 간호사는 “환자 수가 줄어서 ‘쩜 오프(원하지 않는 휴무)’를 받는 간호사가 늘었다”며 “병원 입장에선 환자가 없는데 간호사 인력을 전원 투입해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병원에선 한 해 연차를 모두 소진한 이들에 대해 “무급 휴가를 다녀오라”고 종용하기도 했다. 한 간호사 커뮤니티엔 “개점휴업 상태인 병동 간호사는 노는 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전공의를 대신해 현장에 남은 간호사들은 불법 진료 행위에도 내몰리기도 한다. 빅5 중 한 곳의 간호사는 “진정전담간호사(의사를 보조해 기관내삽관, 전신마취를 시행하는 전문간호사)가 주간엔 중환자실에만 있었는데 최근엔 병동으로까지 파견시켰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부산의 한 대형병원이 PA(진료보조·Physician Assistant) 간호사에게 ‘주 52시간 근무 연장에 협조해달라’ 문자 보냈다”고 지적했다.

서울 주요 대형병원들은 중증·응급 환자 위주로 축소 운영하고 있다. 신규 외래 진료를 대폭 줄이고, 수술 일정을 절반으로 감축하는 등 전임의와 교수 등 병원에 남은 의사 인력을 최대한 활용해 전공의 집단 사직에 대처하고 있다. 빅5 병원은 수술을 평소의 30~50%로 대폭 줄인 상태인데, 상황에 따라 추가로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빅5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가 없어서 수술을 못 하는 과에서는 병상 가동률을 유동적으로 조절 중”이라며 “파업 전보다 내과 쪽 병상 수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김서원·박종서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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