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원 임프리메드 대표
‘AI 메카’ 진출한 K-스타트업
인간과 같은 포유류부터 연구
고형암·면역질환 치료까지 도전
임성원 임프리메드 대표(왼쪽)와 구자민 임프리메드코리아 최고기술관리자(CTO) 고재우 기자 |
“인공지능(AI)과 의료가 결합하면 암도 정복할 수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위치한 바이오테크 스타트업인 임프리메드 본사. 전 세계 AI기업이 밀집한 여기에 한국인이 설립한 AI 기업이 있다. 임프리메드가 그중 하나다. 올해 1월 말 만난 임성원 임프리메드 대표는 AI와 의료의 결합이 가져올 시너지, 그 가능성을 믿고 이역만리인 이곳에 자리잡았다.
임프리메드는 암세포가 체외에서도 살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 기술을 실현하는 데에는 AI 기술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AI를 활용한 맞춤형 항암제 제공=일반적으로 암은 환자마다 치료법이 천차만별이다. 임프리메드는 환자 몸 밖으로 암 세포를 꺼내 AI를 활용, 특정 환자에 맞춘 ‘맞춤형 약물(항암제)’을 예측·제공 한다.
지금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기술이지만, 해당 기술을 사람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본격 개발한 것은 불과 3년 전이었다. AI 모델 개발에 쓰일 암 환자의 데이터를 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프리메드는 인간과 같은 포유류인 반려견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는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IMV 서비스, 다발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NDMM-1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2021년 미국에서 혈액암에 걸린 강아지를 대상으로 시작한 사업은 2022년 수의사들로부터 반향을 일으키면서 지난해 겨울부터는 한국에서도 서비스가 제공되기 시작했다.
임 대표는 “사람을 염두에 두고 창업을 했는데, 병원으로부터 암 세포와 병원 기록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며 “우선 반려동물을 통해 기술을 검증하고, 궁극적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게 성공 확률이 높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 반려견 치료에 연 1만~1만5000달러를 쓴다. 일본 반려동물 시장도 크다”고 덧붙였다.
임프리메드 본사 내 실험실 모습 고재우 기자 |
▶AI 의료로 암세포 정복...고형암·면역질환까지 도전=AI와 접목한 의료 기술의 진화는 여전히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임프리메드도 그렇다. 혈액암 치료를 상용화하고, 향후엔 고형암(간암이나 폐암처럼 장기에 붙어 생기는 암)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임 대표는 “혈액 면역세포와 관련됐기 때문에 면역질환으로 넓힐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임프리메드도 이제 AI 모델 개발에 필수인 환자 데이터 접근이 가능해졌다. 그러면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사업 구상도 탄력 받는 중이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에서 350만명 환자의 데이터를 제공받고, 국내에서도 다발골수종, 림프종 등과 관련해 유명 대학병원과 협력,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임프리메드가 집중하고 있는 혈액암 중 하나인 다발골수종은 서울대병원·서울성모병원, 림프종은 강릉아산병원·울산대병원·인하대병원·경상대병원, 백혈병은 서울성모병원 등 위주로 협력하면서 데이터에 기반한 맞춤형 암 치료 모델 만들기에 한창이다.
구자민 임프리메드코리아 최고기술관리자(CTO)는 “국내에서 현재 혁신의료기기 지정을 받고, 인허가 과정에 있는 AI기반 솔루션은 다발골수종”이라며 “AI를 적용했을 때 20% 환자들로부터 유의미한 반응이 나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인종과 관계없이 보편적 환자들 치료반응, 생존율 등이 유사하게 나와서 통계적 분석, 수치 등에 신뢰성을 얻을 수 있었다”며 “인종이 아니라 암의 특수성에 집중하는 것으로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보편적으로 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임 대표 역시 AI를 활용한 치료기술 확대 가능성을 자신했다. 그는 “혈액암을 상용화하고, 고형암으로 확장할 것”이라며 “혈액 면역세포와 관련됐기 때문에 면역질환으로 넓힐 수도 있다”고 했다.
▶“AI 시대에도 의사는 필요...공존 모색해야”=AI가 치료 기술의 영역을 넘어 이젠 의사를 대체할 수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임 대표는 향후에도 의사가 여전히 진료의 중심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AI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AI는 진료의 보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이 임 대표의 전망이다. 그는 “암 진단·치료에서 AI가 필요조건 혹은 필요충분조건이 아닌 ‘충분조건’이란 의미”라고 정리했다.
그는 현실적인 한계부터 이유로 들었다. 일단 의료법상으로도 진단 혹은 처방은 의사만 가능하다. AI가 의사를 대체하려면 의료법의 근간부터 바꿔야 하고, 의사나 환자들의 강한 거부감도 극복해야 한다.
특히, 임 대표는 ‘선택’이라는 행위가 AI로는 대체할 수 없는, 의사만의 영역이라 단언했다. 그는 “임프리메드를 활용하면 진료 정확도를 30~40% 높일 수 있는데, 이 역시 의사들이 써봐야 확인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선택은 결국 의사가 하는 것으로, 이에 도움이 될 AI 기술을 개발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전했다.
임프리메드의 잠재력에 투자금도 모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임프리메드는 3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라운드 투자를 유치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 SK텔레콤, 메이요클리닉, 이그나이트 이노베이션 펀드 등 명성 높은 투자자가 대거 참여했다.
마운틴뷰(미국 캘리포니아)=고재우 기자
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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