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은 악화일로다. 전공의 70%정도가 병원을 떠난 데다 의대 졸업생들마저 인턴 임용을 포기하고 일부 병원에선 전임의 마저 이탈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수술을 평소의 절반으로 줄였는데 더 줄여야 할 판이다. 정부는 진료중단이 확인된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복귀)명령을 내리고 불응 시 ‘의사면허 정지·취소’등의 행정조치와 고발조치를 하겠다는 강경 태세다. 휴일 거리에 나선 의사단체도 의대 증원을 막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라 간극이 여전하다. 그나마 의대 교수들이 갈등 중재에 나서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의료인력 추계 협의체를 새로 구성하자고 정부에 제안했는데 일단 대화의 장에 나설 필요가 있다.
환자의 생명을 우선시해야 할 전공의들의 이탈은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주장을 펴더라도 환자 곁을 지키는 게 의사의 본분이다. 그러라고 의사면허를 준 것이다. 제자리로 돌아가는 게 우선이다. 정부도 유연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2020년 의사의 집단행동에 손을 들어야 했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겠지만 진압군처럼 행동할 일이 아니다. 의사수가 1만명 부족하다는 건 공감대가 있는 만큼 어떻게 늘려나가느냐는 길이 하나만 있는 건 아니다. 의사집단과 머리를 맞대고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 바란다.
비상시엔 평상시에는 잘 보이지 않던 문제점들이 보이기 마련이다. 이번 의료 대란에서 드러난 고질적인 의료 현안은 한 둘이 아니다. 40%에 달하는 전공의 비중을 낮추지 않고는 필요한 의료개혁은 한 발짝도 나가기 어렵다. 저렴한 인건비로 전공의를 온갖 업무에 투입해온 것도 문제지만 집단 행동에 더는 끌려 다녀선 안된다는 국민 공감대가 크다. 일본 대학병원의 전공의 비중은 10%대다. 전임의 비중을 높이는 곳에 정부가 수가로 보상하는 것도 방법이다. 전공의 빈자리를 전적으로 대신하게 된 PA 간호사의 법적 지위도 논의할 때가 됐다. 의대 증원의 목적이기도 한 필수·지방의료를 살리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 말로만 그쳐선 안된다. 그래야 의사 설득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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