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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전단지 돌리는 교사, 2년차 '물부장'... 인구절벽 앞 요즘 학교 풍경 [17년생 학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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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생 학교 간다: ①지금 우리 학교는]
출생아 40만 명 선 깨진 2017년생 첫 입학
신입생 아예 없는 초등학교가 전국 176곳
교사는 강제 전보 위기... 업무분장 재편도
부모·교사들이 나서 신입생 찾지만 역부족

편집자주

2017년생이 학교에 갑니다. 2017년은 신생아수가 전년보다 갑자기 5만명이나 급감한 해. 그래서 17년생은 이미 대세로 자리잡은 ‘인구절벽’이 시작되는 첫 나이입니다. 교사 수와 학교 인프라는 그대로인데 학생 수만 팍 줄어드는, 여태 경험해보지 못한 현상이 학교에서 시작됩니다. 더 큰 문제는 이게 시작이고, 매년 신입생이 눈에 띄게 줄 거라는 점입니다. 우리 학교들은 '축소 시대' 준비를 잘 하고 있을까요? 17년생이 학교에 가면서, 학교와 지역사회에 생기는 크고 작은 변화들을 살펴봤습니다.
한국일보

올해 3월부터 폐교되는 평택내기초 신영분교 안에 14일 오전 폐교를 알리는 입간판이 놓여있다. 학생들이 오가던 정문은 녹슨 자물쇠로 굳게 닫혀있다.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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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신입생이 한 명도 없다고요?"

김포공항 코앞에 자리잡은 인천 계양초 상야분교장. 13일 모교 앞을 찾은 졸업생 이중택(63)씨가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달 입학할 초등 1학년이 없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여기가 두메산골 분교장도 아니고 무려 광역시 학교이고, 서울서도 멀지 않은 곳인데, 그렇단다.

이씨의 회고를 들으니 이 분교는 1960년에 개교해 한때 학생 수가 100명이 넘은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 전학년 학생은 작년보다도 2명 줄어든 7명이 전부. "5남매 모두 이 학교를 졸업했어요. 운동회가 열리면 온 동네 잔치나 다름없었는데…" 모교가 몇 년 안에 사라질 것 같은 불안감에 이씨가 말을 흐렸다.

이씨는 바로 맞은 편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지만, 요즘은 근처에 학교가 있다는 사실조차 자주 잊곤 한다. 학생 수가 워낙 적어 아이들 웃음 소리조차 들은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어린이보호구역이라 딱지 떼면 13만 원이거든요. 운전할 때 가끔 느끼죠. 아, 맞다 여기 학교였지."

드디어 17년생이 입학한다


2017년생을 신입생으로 받는 전국의 초등학교들은 올해 큰 변곡점을 맞이한다. 2017년은 15년간 굳건히 유지했던 연간 출생아수 40만 명 선이 처음 무너진 해. 그것도 서서히 붕괴된 게 아니라, 한 방에 35만 명으로 주저앉았다. 인구절벽이 시작된 해이고, 그때부터 출생아 수가 계속 떨어져 내년엔 22만 명이 예상된다.

10여년 만에 입학생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진 현실 앞에, 요즘 초등학교는 곳곳이 비상사태다. 빈 교실을 어떻게 해야 하나, 교사들을 어떻게 배치·활용해야 하나, 학교 통폐합을 어디까지 하는 게 맞는지. 고민의 연속이다.

경북의 13년차 초등교원 방신혜(37) 교사는 '신입생 0명' 공포에 시달린다고 했다. 학생이 줄면 교사 자리도 줄어, 강제로 학교를 옮겨야(전보) 할 수도 있어서다. 지난해 12월이 그랬다.

"선생님. 하처가(何處可)에 동그라미 표시하세요."

전보가 결정되면 교감으로부터 이런 당부를 듣기도 한다. '하처가'는 어디로 가는 것이든 다 가능하다는 뜻. 원하는 곳으로 못 가면 다른 지역 발령에도 동의하라는 거다. 발령을 원하는 지역을 적을 수 있지만, 그곳 교사 자리가 꽉 찼거나 내 이동점수가 부족하더라도 반드시 있던 학교를 나가야 한다. 옮긴 곳이 집에서 멀면, 이사를 가거나 초장거리 출퇴근을 할 수도 있다.

이런 탓에 소규모 학교 교사들은 살얼음판 걷는 기분으로 겨울을 보낸다. 방 교사는 13년간 근무한 학교 세 곳에서 모두 신입생 유치 전단지를 돌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가 사립학교 교원이냐고? 아니다. 임용고시를 통과한 공립학교 교원이다. 그럼에도 학생 유치를 위해 영업사원이 된 양 전단지를 돌린다. 유치원, 어린이집, 아파트 단지, 심지어는 지역 축제까지 초등생 학부모가 있는 곳이라면 가리지 않았다.

"재학생 부모님들도 같이 돌리세요. 아이 학교가 폐교되면 안 되니까. 심지어 부모님들끼리 사비를 모아, 멀리 사는 아이들 올 수 있게 사설 스쿨버스를 보내기도 했어요."

2년차가 부장교사 맡아

한국일보

14일 평택 내기초 신영분교 운동장에 있는 그네와 놀이기구. 오랫동안 방치돼 녹슬고 먼지가 쌓여있다.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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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에 있는 2년차 초등교원 A(27) 교사는 설 연휴 직전 교감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올해 부장교사(교무·연구·학생·특정학년 등을 담당하는 보직교사)를 맡을 수 있냐는 것이었다. 게다가 학교폭력 업무까지 얹어졌다. A교사의 현재 경력으론 부장 업무를 맡아도 승진 가점을 받을 수 없다. 부장으로서 일은 하지만 부장 대우는 못받는, 이른바 '물부장'이다. 소규모 학교나 학급이 감축돼 부장 정원이 줄어든 학교에서 비일비재한 현상이다.

교사가 준다고 업무분장까지 줄어드는게 아니라, 소규모 학교에선 교원 한 사람당 맡아야 할 업무 부담이 확 커진다. 경기권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김모(28) 교사 역시 업무분장을 새로 짜기 위해 12월 내내 교무회의를 거듭했다고 한다. 올해 3개 학급이 줄면서 선생님이 줄 것을 대비해 졸업앨범이나 진학을 합치는 등 행정 업무를 다시 나눴다.

아이들 사라지면, 결국 폐교

한국일보

13일 오후 인천계양초 상야분교의 모습. 현재 방학기간으로 학교가 텅 비어있다.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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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줄어 남는 공간도 문제다. 경북 포항시의 한 초등학교에선 신입생이 줄면서 1층에 있던 1학년 교실 하나가 비게 됐다. 이 교실은 창고가 되어 연구자료 등이 쌓일 예정이다. 이 학교 B(36) 교사는 "학교 내 빈 공간이 늘어나면서 어떻게 관리할지를 두고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경기의 한 초등학교는 재학생이 1,000명 밑으로 떨어지면서 두 개이던 급식실 중 한 곳을 폐쇄하기도 했다.

전교생이 10명도 채 안되는 작은 학교에선 복식학급(한 학급에 2개 학년 이상을 편성)으로 갈등을 빚기도 한다. 교과과정도 학습 속도도 다른 학년 학생들을, 교사 한 명이 왔다갔다 하며 지도해야 하는 터라 학부모들 사이에선 불만이 크다. 실제 지난해 11월 울산 장생포초를 비롯한 6개 학교가 복식학급 대상 학교가 되면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교육권 침해'라며 교육청 앞에서 시위를 진행했고, 교육청은 학생 수 8명에서 6명 이하로 기준을 완화했다. 그러나 부모들의 항의에도 여전히 6개 중 2개 학교는 복식학급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복식학급보다 더 두려운 건 폐교다. 한국일보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문의한 결과, 13일 기준 올해 신입생을 한 명도 받지 못하는 초등학교는 176곳에 달했다. 지난해 145곳에 비해 확 늘어난 수치다.

그 중 한 곳이 올해 3월 문을 닫게 된 경기 평택시 내기초 신영분교다. 2020년 폐교가 결정된 이후, 끝내 신입생을 받지 못했다. 2019년 4학년 두 명과 2학년 한 명이 한 반에서 수업받는 복식학급으로 운영되다가 2년 뒤 윗 학년들이 졸업했고, 지난해 마지막 학생까지 졸업하면서 폐교가 확정됐다. 동문회와 주민들은 반대했지만 '재학생 0명'이라는 현실을 넘을 수 없었다.

14일 찾아간 신영분교장은 지난해 12월 졸업식 이후 사람의 발길이 뚝 끊긴 모습이었다. 시간이 멈춘 듯했다. 오전 11시임에도 시곗바늘은 오후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혹시 모를 화재에 대비해 관리자가 전기를 끊어둔 탓이다. 30~40명을 수용할 수 있었던 그네와 철봉 등 놀이시설은 녹이 슬고 먼지가 쌓였다. 평택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시청이나 보건소 등 관공서에 부지를 활용할 의사가 있는지 의견을 취합 중이지만 아직까지 답은 없다"고 말했다.

마침 신영분교 바로 앞에서 60년 가까이 거주한 졸업생 이계인(67)씨를 만났다. 그는 혀를 차며 말했다.

"이게 저출생 현실이지. 아이도 없고 학교 부지는 공터로 남는... 앞으로의 우리 미래가 아닐까요?"
한국일보

14일 오전 11시 평택내기초 신영분교에 걸린 시계가 4시를 가리키고 있다. 마지막 졸업식을 기점으로 학교 내 폐쇄회로(CC)TV를 제외한 전기는 모두 차단됐다.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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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보다 먼저 인구절벽을 맞이한 유치원, 학교를 살리려는 학교·지역사회의 노력을 다룬 다음 기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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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정 기자 hyunjung@hankookilbo.com
김태연 기자 ty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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