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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단독] 2000년 파업 이끈 의사 “의대 교수·총장 만나 증원 숫자 재검토해야” [의료대란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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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의대 정원 축소는 약사 조제권 영향”

2000년 정부의 의약분업에 반발해 의사 파업에 앞장섰던 의대 교수가 현 사태 해결을 위한 첫 단추로 ‘대학 총장과 의대 교수 간 면담’을 제안했다. 정부와 의료계가 ‘의사 2000명 증원’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이 정책의 시작점이었던 대학별 수요조사부터 살펴보자는 주장이다.

일반의이자 의료법학을 전공한 법학박사이기도 한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23일 본지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협 의권쟁취투쟁위원회 총괄간사를 지냈다.

세계일보

◆“의대 교수·총장 만나 정원 다시 논의해야”

권 교수는 “의대 정원 결정의 가장 큰 책임은 총장들에게 있는데, 그들 얘기가 빠져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전국 의대 40곳으로부터 정원을 최소 2151명, 최대 2847명까지 늘릴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각 의대가 즉시 증원 가능하다고 밝힌 인원을 합한 숫자였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대학으로부터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입장인 반면, 전공의와 의대 교수는 “현재 의대들은 2000명을 추가로 교육할 환경이 안 된다”며 맞서고 있다.

권 교수는 “지금 (의대) 교수들이 전공의를 구하고 싶다면 무조건 ‘2000명은 안 된다’고 할 게 아니라, 각 대학 총장에게 (증원 수요로) 몇 명을 써냈는지, 그게 가능한 숫자인지 들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이 불가능한 숫자를 냈다면 대학에 항의해 (증원 숫자를) 수정해서 재요구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의대생을 3000명 가까이 증원해도 충분히 교육시킬 수 있다는 대학 측 의견을 토대로 2000명 증원을 결정한 만큼, 정책 수정을 원한다면 그에 맞는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권 교수는 “정부의 정책이 달라지려면 정책을 판단하는 과정에서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전공의가 파업한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정책 결정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 권위적 태도 문제…“대화하게 했어야”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정부와 전공의를 향한 지적도 나왔다.

권 교수는 정부의 소통 방식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업무개시명령 등을 거론하며 정부 지침을 따르기를 강요하는 태도는 “너무 권위적”이고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다. 권 교수는 “정부는 법치와 준법을 얘기할 수 있지만, 국민이 법을 잘 지킬 수 있게 하는 것도 정부 역할”이라면서 “어떻게든 (전공의들이) 대화하게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정부가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도 미흡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가 정책 결정을 할 때는 국민들에 충분히 설명하고 공론화해야 한다”며 “정부가 정책 이해관계자들을 만나서 대화한 건 잘했지만 공론화 과정이 생략돼 갈등을 불렀다. (증원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 한 것은 정부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2000년 의대 정원 축소는 약사 조제권 영향”

정부가 2000년 의약 분업 파업 당시를 거론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제기했다. 정부는 당시 의사들이 파업해 의대 정원을 감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정부가 약사법을 개정해 의사가 갖고 있던 조제권을 약사에게 주면서, 의료계를 회유하는 수단으로 의대 정원 축소를 내세웠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2000년에는 의사와 약사의 싸움이었다”면서 “그 사이에서 정부가 ‘조제’라는 의사의 의료 행위를 약사에게 주고, 의사에게는 정원을 줄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복지부가 2000년 때 일을 너무 무책임하게 발언하고 있다”며 “모든 게 의료계 책임인 것처럼 말하고 있는 건 복지부가 매우 잘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공의들엔 “성급한 행동…행정처분 우려돼”

권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글과 관련해 “학자로서, 교수로서, 전공의들이 병원을 나가고 자신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말하는 상황이 마음이 아팠다”며 “정책에 반대할 수 있고 병원이 싫으면 나갈 수 있는데, 그 판단에 대해 우려되는 점은 얘기해줘야 할 것 같았다”고 밝혔다.

앞서 권교수는 이날 SNS에 ‘전공의 선생님들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서 그는 전공의 사직에 대해 “여러분이 의업을 포기했다면, 그것 또한 여러분의 선택”이라며 “다만 여러분이 계속해서 의업에 종하산다면 여러분의 행동은 성급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성급한 행동으로 여러분 개인에게 큰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점도 걱정스럽다”고 했다. 정부가 이날 보건의료 재난경보 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한 것을 보면 주동자에 대한 인신구속 및 강력한 행정처분을 빠르게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또한 주동자 구속과 별개로 전공의 상당수가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상적인 사직절차를 밟지 않고, 사직서 제출 후 바로 병원에서 나간 점이 목적을 위한 행위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근거다. 그는 “행정처분은 기록에 남게 되고 그 기록은 향후 여러분이 의업을 그만둘 때까지 따라다니게 된다”며 “특히 우리나라 의사면허를 가지고 해외에 나가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치명적인 제약이 될 수 있다”고도 조언했다.

◆“투쟁하고 싶다면 병원 돌아와 대화하길”

권 교수는 전공의들에 “진정으로 의업을 그만두고 싶다면, 병원으로 돌아와 일을 마무리하고 정상적인 퇴직절차를 밟고 병원을 떠나길 바란다”고 했다.

또 “여러분이 투쟁을 하고 싶다면, 병원으로 돌아와 내용을 심도 깊게 파악하고 정부가 고민하고 있는 국가의 문제들에 대한 더 나은 정책 대안을 갖고 정부와 대화하길 바란다”며 “그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전문가가 해야 할 역할이고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조희연·이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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