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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4 (일)

케냐서 잡아야할 판…동해안 '오징어' 씨 말라간다,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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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성어기를 맞은 동해안 오징어가 풍어를 이루는 가운데 지난 15일 밤 조업을 나간 어선들이 밝힌 집어등이 속초 앞바다를 수놓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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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진 동해안에서 오징어 씨가 메말라가고 있다. 지난해 국내 연근해에서 잡힌 살오징어가 1996년 어획량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케냐 등 해외 대체 어장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23일 통계청 어업생산동향에 따르면 연근해 살오징어 생산량은 지난해 2만3300t으로, 2022년(3만6600t) 대비 36.2% 줄었다. 최근 5년 평균(5만500t)과 비교해도 53.9% 감소했다. 살오징어 생산량은 1996년 25만2600t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약 30년에 걸쳐 꾸준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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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기후변화로 인해 동해안 수온이 올라가면서 오징어 유생(유체) 생존율이 크게 떨어지고, 오징어 서식지도 북상한 영향이 크다. 김중진 한국국립수산과학원 박사는 “대부분 해양 생물은 서식하기 위한 적정 수온 범위가 있는데, 동해 어장 수온이 1990년대에 비해 2~3도는 높아졌다”며 “오징어 밀집 지역이 한국 어선이 조업이 힘든 북한쪽으로 점점 올라가다 보니 어획량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어선들의 남획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 김 박사는 “오징어는 중국 동쪽 해역부터 러시아 앞바다까지 굉장히 먼 거리를 이동하는데, 2000년대부터 중국 어선들이 과도하게 어획하면서 우리 연근해 어장으로 들어오는 오징어 양이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원양어업으로 잡히는 대서양 오징어도 마찬가지로 부진했다. 원양어업 오징어류 생산량은 2022년 4만8100t에서 지난해 3만1500t으로 34.5% 감소했다. 2020년(2만500t) 이후 가장 낮은 생산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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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이 마트에서 만나는 오징어 가격은 상승세에 놓여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연근해 냉동 물오징어 소비자 가격은 22일 5324원으로, 1년 전(4839원)보다 10% 올랐다. 원양 냉동 물오징어 가격도 8.7% 오른 4638원을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장기간 보관이 용이한 건오징어는 2.3% 오른 7001원으로 나타났다.

공급 부족은 외국산 오징어 수입 증가로도 이어졌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오징어 수입량은 16만1600t으로, 전년(14만3900t) 대비 12.3% 증가했다. 국가별로 중국(37.3%)과 페루(36.4%)에서 수입되는 비중이 가장 컸고, 뒤이어 칠레(11.6%), 베트남(3.6%), 아르헨티나(3.2%) 순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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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는 수산식품 물가 안정세를 이어가기 위해 정부비축 오징어·참조기 할인 행사를 연다고 밝혔다. 사진은 22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오징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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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정부는 오징어 등에 대한 할인 지원에 나서는 한편, 해외 대체 어장을 찾기 위해 오징어 자원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케냐 등 동아프리카 수역 조사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르면 오는 3월부터 시범 조업 어선을 케냐 앞바다로 보내 실제 자원량이 얼마나 많은지, 한국식 어업 방식으로 오징어를 잡을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본다. 고경만 해양수산부 원양산업과장은 “시범 조업부터 시작해 본격적인 조업에 나서기까지 통상 2년 정도 걸린다”며 “어떤 형태로 조업할 것인지 등 세부적인 내용도 현지 정부와 협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협중앙회도 직접 어민 지원과 물가 안정에 나선다. 유정호 수협 홍보부장은 “오징어는 국내에서 반찬·젓갈·튀김·술안주 등 다양한 먹거리로 쓰이고 있는 중요한 자원”이라며 “신규어장 개척, 업종 전환 등의 대책으로 오징어 어업인들을 지원하는 동시에 정부와 함께 비축사업을 운용해 소비자 물가가 안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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