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서 활발한 법인의 코인 투자, 한국만 7년째 막혀 있어
여야, 총선 공약에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비트코인 ETF 승인 포함
비트코인이 2년여 만에 5만 2천달러 선을 돌파한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현황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2024.2.15/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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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가상자산(암호화페) 관련 공약으로 '법인 투자 허용'을 내세운 가운데, 업계에서는 해당 공약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고 하루 빨리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국내에서도 허용되려면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이 선행돼야 한다. 여야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도 총선 공약에 포함했다.
◇여야, 가상자산 공약에 '법인 투자 허용' 포함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이번주 가상자산 관련 총선 공약으로 맞붙는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1일 '22대 총선 디지털자산 공약'을 발표했으며, 국민의힘도 이번주 내 발표를 목표로 공약을 준비한 상태다.
두 당의 공약은 주요 내용이 비슷하다. 특히 여야 모두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을 공약에 포함했다.
정부는 가상자산 붐이 시작된 지난 2017년 말 '가상통화 긴급대책'을 발표하며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를 제한했다. 명확한 법적 조항이 없는 이른바 '그림자 규제'이지만, 당시부터 국내에서는 법인은 가상자산 투자를 할 수 없었다. 업비트, 빗썸 등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법인의 원화마켓 거래를 제한하거나, 가입 자체를 막아놓는 등 법인 거래가 불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한 상태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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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으로 쌓인 매출, 팔지도 못한다" 업계의 토로
이 같은 상황이 6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만큼, 22대 국회에서는 꼭 법인 투자가 허용돼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선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열려있다는 점은 이 같은 주장에 힘을 더한다. 일례로 미국에선 마이크로스트래티지처럼 비트코인 투자 수익이 매출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오상록 하이퍼리즘 대표는 "미국에서는 기업이 장외시장이나 코인베이스 같은 거래소에서 원할 때 가상자산을 사고 팔 수 있다. 일본도 비트뱅크 같은 거래소에서 기업들이 가상자산을 거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가상자산사업자로 등록한 기업들은 가상자산으로 매출을 발생시킨다"라며 "사업이 잘 되면 잘 될수록 가상자산이 쌓이게 되는데 그 자산을 팔아서 직원들에게 월급을 줄 수도 없고, 결국 간접적인 방법으로 가상자산을 처분하며 불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한국의 가상자산 산업이 6~7년 간 이런 방식으로 지속돼왔는데,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열려서 이런 상황을 근본적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에 비해 국내 가상자산사업자들의 성장이 가로막혀 있는 점도 법인 투자가 허용돼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법인 회원을 받을 수 없으므로 그만큼 수익 모델을 놓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해외 사업자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기관투자자만을 위한 서비스 '코인베이스 프라임'을 운영 중이며, 이미 프라임으로 상당 매출을 올리고 있다.
커스터디(수탁)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개인 투자자가 보유한 가상자산을 맡기는 일은 흔치 않으므로, 통상 커스터디 기업들의 주요 고객은 법인이다. 이 때문에 국내 커스터디 기업들은 그만큼 고객을 확보하기 힘든 실정이다.
코빗 리서치센터도 '미국 커스터디 기업 탐방 보고서'를 내고 국내에서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제한돼 있어 커스터디 시장 발전이 더뎌졌다고 분석했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보고서에서 "커스터디가 B2B(기업대기업) 기반 비즈니스임을 고려했을 때 국내 법인에 대한 가상자산 투자 제한은 대한민국 가상자산 업계 발전을 더디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하루 빨리 국내 법인이 자유롭게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가상자산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트코인 ETF 승인되려면 법인 투자부터 가능해야"
아울러 여야가 공약으로 내세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이뤄지려면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이 선행돼야 한다.
비트코인 현물 ETF를 출시할 운용사들은 비트코인을 직접 매입해 보유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법인 투자가 열리지 않으면 국내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도 상장될 수 없다.
국민의힘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는 황석진 동국대학교 교수는 "비트코인 ETF가 나오려면 ETF를 운용하는 운용사들이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ETF 승인보다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는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총선 이후 22대 국회에서는 산업 진흥과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법안들도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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