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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2 (월)

[단독] 세한대, ‘중장년 유령학생’ 학위 장사…학과생 35명→97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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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세한대 휴먼서비스학과 졸업생 김성수(왼쪽 첫째)씨가 15일 세한대 충남 당진캠퍼스에서 열린 졸업식에 참석해 다른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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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불법 입학과 총장 일가 횡령 의혹에 휩싸인 세한대가 중장년층을 상대로 학위 장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교육부가 조사에 나섰다. 등록금만 내면 수업 출석과 시험 응시를 안 해도 학점을 인정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2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세한대는 2020년부터 계약직 교수들을 통해 중장년 학생을 모집했다. 충남 당진캠퍼스에 있는 휴먼서비스학과(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하면 4년 내내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할 수 있고, 생업이 있는 학생들은 출석과 관련해서도 편의를 봐준다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학교의 학사 관리는 만학도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유령학생’ 양성에 가까웠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아예 수업에 출석하지 않았고, 대리 시험도 빈번하게 이뤄졌다. 휴먼서비스학과 4학년 장재원(62)씨는 “시험일에도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학생이 많았다. 그런 학생들에게도 학점이 나왔다. 명색이 4년제 대학인데 이래도 되는가 싶었다”고 말했다. 졸업생 김성수(56)씨는 “모든 게 엉망이었다. 만학의 꿈이 짓밟힌 기분이었다”고 했다.



장학금 지급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장씨는 “입학을 권할 때는 ‘큰 어려움 없이 4년 내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고 했는데 첫 학기만 장학금이 나오고 그 뒤로 끊겼다. 이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는 이들이 많았다”고 했다. 실제 장씨의 성적표를 보니, 2023년 1학기에 494명이었던 3학년 학생수가 2학기엔 392명으로 줄어 있었다.



담당 교수들도 문제를 인정했다. 이 대학 ㄱ교수는 “처음부터 학사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하기 힘든 학생들이 많았다. 자신이 운영하는 음식점 명의로 업무확인서를 제출하면 출석을 인정해주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보여준 지난해 출석 인정서를 보니, 학생들 다수가 생업을 이유로 토요일에 열리는 수업을 대부분 빠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ㄱ 교수는 “일부 교수는 친인척을 입학시킨 뒤 시험에 응시하지 않았는데도 담당 교수에게 성적을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학교가 학생수를 늘리기 위해 편법을 동원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모집 정원 제한을 피하기 위해 일단 정원이 미달한 학과로 입학하게 한 뒤 휴먼서비스학과로 전과시키는 방법을 썼다는 것이다. 장재원씨도 그런 경우였다. 그는 “학교 안내에 따라 항공정비학과로 입학했다가 26일 만에 전과했다”고 말했다. 교육부 자료를 보면, 2022년 150명이었던 휴먼서비스학과 재학생은 1년 뒤 971명으로 6배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세한대 전체 재학생은 3465명에서 3454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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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대 휴먼서비스학과 재학생 수 추이. 2021년 35명, 2022년 150명에 불과했던 학생수는 2023년에 971명으로 늘었다. 세한대의 1년 모집 정원은 약 900명 안팎이다. 교육부 대학알리미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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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학사 관리가 엉망이었는데도 세한대는 정부로부터 거액의 국가장학금을 지원받았다. 2023년 8월 집계한 이 대학의 전년도 국가장학금 수령액은 88억원이었다. 장학금 일부는 입학생 모집 때 한 약속에 따라 학점 취득 요건을 갖추지 못한 학생들에게도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



세한대는 담당 교수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 대학 관계자는 “교과별 출결과 시험은 담당 교원이 학칙에 따라 관리하는 것”이라며 학교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4년 장학금’ 홍보와 관련해선 “일부 홍보교원들이 학생들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와전된 것”이라고 했다.



학사 관리가 부실하다는 재학생 민원을 접수한 교육부는 지난 15~20일 세한대를 4차례에 걸쳐 조사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조사한 건 맞지만 경위와 내용에 대해선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앞서 교육부는 2021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이승훈 세한대 총장 일가의 비리 의혹이 쟁점이 되자 “감사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3년 가까이 세한대에 대해 어떤 감사도 진행하지 않았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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