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도로 금쪽이'에 분노, 불지른 美…로보택시 중국선 쾌속질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2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포티투닷(42dot)이 운행하는 ‘자율주행택시(로보택시)’가 운행되고 있다. 고석현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간밤 내린 눈이 채 녹지 않은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에스플렉스센터 앞 ‘서울자율차’ 정류장에서 모바일 앱으로 차량을 호출하자 9분 뒤 기아의 니로 전기차가 도착했다. 자율주행 모빌리티 업체 포티투닷이 운행하는 자율주행택시(로보택시)다. 운전석에 앉은 세이프티 드라이버 A씨는 “승하차 시에는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차량을 수동으로 조작한다”고 말했다. 승차 지점을 벗어나 드라이버가 스크린의 ‘자율주행’ 버튼을 누르자 차량이 스르르 도로로 미끄러져 나갔다.

로보택시로 ‘상암 A01’ 노선을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10여 분. A씨는 운전대에 손을 올린 채 “오늘은 기상과 도로 상황이 좋지 않아 돌발변수가 발생할 위험이 크니 평소보다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때 ‘끼익~’하는 소리를 내며 앞차 운전자가 급브레이크를 밟자 로보택시도 이에 맞춰 급감속했다.

횡단보도 앞에서는 신호등 색상과 관계없이 3초가량 정차했는데, 뒤따르던 택시가 경적을 울리기도 했다. A씨는 “차량 뒤에 정차 안내 문구가 있지만 양보를 해주는 않는 경우가 많아 수동으로 비상등을 점멸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분간 수차례 급감속이 발생했고, 도로변 불법 주·정차 차량과 불량한 노면 상태 탓에 결국 A씨가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중앙일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서 웨이모가 불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차세대 모빌리티로 주목받으며 도로를 달리는 ‘로보택시·로보버스’의 운명이 국가별로 갈리고 있다. 국내는 서울 상암동 노선이 상업화 발을 뗐지만 아직 성장 속도가 느리다는 평가다. 지난해 8월 자율주행 운행을 허가한 미국에서는 잦은 사고로 ‘도로 위 금쪽이’ 신세가 됐다. 중국에서는 서비스가 순항 중이다.

지난해 11월 캘리포니아주(州) 샌프란시스코에서 운행 중이던 제너럴모터스(GM)의 로보택시 크루즈는 인사사고 등을 내 운행 허가가 취소됐다. 이달 초에는 구글의 웨이모가 자전거를 들이받는 사건이 발생해 교통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최근엔 시민들이 로보택시에 불을 지르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대중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중앙일보

지난해 8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선 로보택시 반대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운행됐던 GM의 로보택시 크루즈는 소방차와 충돌하고, 교차로에서 인사 사고를 내는 등 잇따른 사고 끝에 지난해 11월 운행 중단 처분을 받았다. 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 첫발…중국은 ‘강력 드라이브’



일본에서는 토요타가 올여름 처음으로 도쿄 오다이바에서 ‘레벨4’(정해진 구간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운행) 수준의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최근 전했다. 토요타의 미니밴 시에나가 현재 건립 중인 새 아레나(경기·공연장) 인근을 순회하는데, 일단 무료로 운영한 뒤 내년 유상서비스를 시행할 방침이다. 경쟁사인 혼다도 GM과 함께 2026년 1월부터 도쿄에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시행한다.

중앙일보

중국 베이징 이좡 경제개발구의 대형 쇼핑몰 앞에서 위라이드가 운행하는 로보버스와 로보택시가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은 2021년 바이두가 베이징에서 유상 로보택시 뤄보콰이파오 서비스를 시작했고, 사업 지역을 넓히며 순항 중이다. 상하이·광저우·충칭 등 대도시 10여 곳에도 로보택시가 달리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 주도로 2015년 ‘중국 제조 2025’ 정책을 내놓으며 자율주행 산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교통국이 ‘자율주행 대중교통 안전지침’을 발표하는 등 관련 교통 정책도 손보고 있다. 자율주행차를 식별할 수 있도록 외관을 꾸며야 하며 로보택시·버스의 경우 운전사나 안전점검관이 꼭 탑승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대해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내 자율주행차 상업 운행의 토대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선 “신기해서 타봤지만, 글쎄…”



중앙일보

2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운행중인 로보택시. 도로 갓길에 정차 중인 차량이 나타나자, 세이프티 드라이버는 운전대를 잡고 수동 운행으로 전환했다. 고석현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서울·세종 등지에서 로보택시와 로보버스가 일반도로를 달리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6개 노선 전체 누적승객수는 6만1600여 명 수준이다. 다만 상암동만 유상 운행을 시행 중이고, 강남·청와대 노선은 운행이 중단됐다. 서울시는 현재 무료 시범 운행 중인 강남·청계천·청와대·서울중앙버스전용차로(심야) 노선을 올 하반기 유료화할 방침이다. 세종에서는 세종시외버스터미널~충북 오송역 구간에 로보버스가 투입되고 있다.

다만 업계는 아직 서비스 성장이 더디다고 본다. 이날 상암동에서 만난 직장인 B씨는 “신기해서 한 번 타봤지만 평소에는 이용하지 않는다”며 “휴일과 점심시간에는 운행하지 않는 등 제약이 많고, 시스템도 아직은 불편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정근영 디자이너





“상용화 위해선 사회적 합의 선행돼야”



전문가들은 로보택시·버스 활성화를 위해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미 샌프란시스코는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앞세워 자율주행차를 도입했는데 소방·경찰 등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며 “사회적 합의가 충분치 않았는데 기술이 앞서간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자율주행 운송 수단이 실질적으로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는 사회적 합의와 인식 개선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