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6 (화)

이슈 증시와 세계경제

‘사무라이7’ 주도 日증시 사상 최고, 올들어 17% 상승… 韓은 0.3% 그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닛케이지수 3만9000 처음으로 돌파

엔저-中이탈 자금 유입도 영향

코리아 디스카운트 韓은 부진 계속

동아일보

22일 일본 대표 주가 지수인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지수) 종가가 띄워진 도쿄 주오구의 증권사 주가 화면. 이날 닛케이지수는 3만9098.68엔으로, 1989년 12월 ‘거품경제’ 시기에 기록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아사히신문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34년 2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 ‘거품 경제’ 시기인 1989년 12월 29일 종가(3만8915엔) 이후 일수로는 무려 1만2473일 만이다.

다만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늪에 빠진 한국 증시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여 대조를 이룬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41% 오른 2,664.27에 마감했다. 올 들어 현재까지 닛케이평균주가가 16.85% 치솟는 동안 코스피는 0.33% 오르는 데 그쳤다. 닛케이평균주가(42.11%)와 코스피(8.69%)의 최근 1년간 상승률 격차 또한 33.42%포인트에 달한다.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2일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2.19%(836.52엔) 상승한 3만9098.68엔으로 마감했다. 세계적 투자금융사(IB) 골드만삭스는 영화 ‘7인의 사무라이’에 빗대 일본 증시를 이끄는 7개 종목으로 도요타자동차, 스바루, 도쿄일렉트론, 어드반테스트, 디스크, 스크린홀딩스, 미쓰비시상사를 꼽았다. 수출 비중이 크고 글로벌 경쟁력이 높은 자동차, 반도체 관련 종목들이다. 가치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이 매수해 관심을 끈 상사도 포함됐다.

일본 증시는 거품경제가 무너지면서 줄곧 침체 일로를 걸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다음 해인 2009년 3월에는 7054엔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2012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취임한 후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인 ‘아베노믹스’를 펴면서 주가 상승 기틀을 마련했다. 특히 최근에는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엔을 오가는 엔저 장기화가 나타나면서 자동차 등 주요 수출 기업의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반도체 장비 업체의 주가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상장기업의 2024년 1분기(1∼3월) 순이익 예상치가 지난해 4분기보다 13% 늘어날 것이란 보도도 나왔다.

또 부동산 시장 부실 등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중국 증시를 이탈한 외국인 투자 자금이 일본으로 대거 향한 것도 주가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신(新)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 시행 등 당국의 절세 정책으로 개인투자자의 자금도 증시로 유입됐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일본 경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내외 시장 관계자가 평가해 주는 걸 든든하게 생각한다”며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해 민관 노력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닛케이지수의 추가 상승 여력 또한 충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거품경제 시절의 증시 호황과 달리 최근 호황은 ‘기업 실적 호조’ 등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카타 세이지(中田誠司) 다이와증권 사장은 이날 신고가 경신을 두고 “일본 경제가 여러 의미에서 크게 변했다는 증거”라며 “연말까지 기업 실적 호조세가 이어진다면 닛케이지수가 4만3000엔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을 보탰다. 정성태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대부분의 나라들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일본만 제로(0) 금리를 유지하는 가운데 엔저 현상까지 가속화하면서 기업들의 이익이 많이 늘었다”라고 설명했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기업들의 주주환원율을 높이기 위한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 정책의 효과가 지난해부터 주가에 반영되기 시작한 상태에서 올해부터 비과세제도를 더 강화하는 NISA가 시행되면서 배당주들도 올라 증시를 부양했다”고 분석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