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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 (일)

엔비디아가 80% 장악한 AI 반도체 시장, 10배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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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반도체 속도전] 작년 4분기 매출 265% 껑충

“이건 미친 결과다. 평생 커리어에서 이 같은 결과를 본 적이 없다.”

22일(현지 시각) 엔비디아가 시장 전망을 훌쩍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자 삭소은행의 주식 전략 책임자 페테르 가른뤼는 뉴욕타임스(NYT)에 이처럼 평했다. 이날 엔비디아는 작년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65% 늘어난 221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136억1500만달러로 전년 동기(12억5700만 달러) 대비 983%나 치솟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래픽 칩 회사였던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붐의 뜨거운 중심(red-hot center) 기업으로 완벽하게 변모했다”고 했다.

조선일보

그래픽=양인성


엔비디아는 AI 시대를 상징하는 기업이다. 1993년 젠슨 황이 동료들과 함께 공동 창업한 회사는 애초 비디오게임이 더 빠르게 실행되도록 하는 그래픽 처리 장치(GPU)라는 틈새시장의 강자였다. 수익과 대중성 면에서 구글, 애플 같은 빅테크에 밀리던 이 회사의 운명은 지난해 AI 열풍이 시작되며 반전을 맞았다. 엔비디아의 GPU가 AI를 학습시키고 운용하는 데 가장 적합한 반도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주류 시장의 강자로 우뚝 선 것이다. NYT는 “수십 년간의 선구적인 투자에 뿌리를 둔 엔비디아의 독보적인 AI 관련 지식재산은 엔비디아를 반도체 리그에서 차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1년 전보다 약 3배 폭등했고 올해 들어서만 47% 올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엔비디아 매출의 약 30%를 빅테크가 차지하지만 이제는 자동차, 금융, 의료에 이르기까지 점점 더 많은 산업이 AI 컴퓨팅용 하드웨어에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며 “이제는 일본, 캐나다, 프랑스 같은 나라들이 자체 AI 모델을 만들면서 엔비디아 고객은 더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독점적인 영향력은 엔비디아의 수익성과 직결된다. 지난해 4분기 엔비디아의 영업이익률은 66.7%에 이른다. 100원어치 팔면 66원이 수익이다. 뚜렷한 경쟁자가 없으니 가격이 비싸도 불티나듯 팔려나간 덕분이다.

엔비디아와 협업 관계인 SK 하이닉스와 엔비디아의 칩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위탁 생산) TSMC도 엔비디아와 함께 날아오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H100에 들어가는 HBM3를 독점 공급하고 있는 회사로, 이 같은 HBM에 힘입어 작년 4분기 1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H100의 생산과 패키징을 맡고 있는 TSMC 주가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AI 반도체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한 엔비디아에 도전하는 기업은 많다. 인텔은 차세대 AI 가속기 가우디3를, AMD는 MI300X를 공식 출시하며 엔비디아의 H100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7조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자체 AI 반도체 제조에 나섰고 MS, 구글, 메타 등도 특화 반도체 개발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엔비디아의 아성이 굳건할 것으로 본다. 압도적인 성능부터 편리한 구동 소프트웨어 등 AI 반도체 전 사이클에 걸쳐 엔비디아가 수십 년간 구축한 기술력을 쉽게 따라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2분기에 신제품인 H200 출시를 앞두고 있고 올해 말 신제품 B100을 출하할 계획이다. 젠슨 황 CEO는 이날 “우리가 생성 AI를 시작한 지 1년이 됐다. 이 기술을 모든 산업에 확산시키는 10년 주기의 첫해에 접어든 것”이라며 “회사는 앞으로 훨씬 많은 성장을 이룰 것으로 본다”고 했다. 엔비디아는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71억9000만달러) 대비 3배 이상인 240억달러의 매출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장조사 업체들은 AI 반도체 시장이 2030년이면 현재의 10~20배로 커질 것으로 본다. 엔비디아의 질주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GPU(그래픽 반도체)

컴퓨터 영상 정보를 처리하거나 화면 출력을 담당하는 그래픽 처리용 반도체. 엔비디아가 1999년 지포스256을 내놓으며 처음 GPU라는 용어를 썼다. 중앙처리장치(CPU)는 명령어를 입력 순서대로 처리하는 방식이지만, GPU는 동시에 여러 작업을 처리하는 특징이 있다. 인공지능 시대가 열리며 대규모 연산이 필요한 AI 심층 학습(딥러닝)에서 GPU가 필수라는 점이 확인돼 엔비디아의 GPU H100 등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이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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