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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금쪽같은 인텔' 싸고도는 美, 뭉치는 대만·일본…한국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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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운드리 지각변동

중앙일보

삼성전자가 3나노미터(㎚) 공정 첨단 반도체를 양산하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전경. 사진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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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금쪽 같은 내 인텔’을 싸고돈다. 대만과 일본 반도체 산업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판을 흔들만한 새 고객은 좀처럼 찾을 수 없다. ‘칩4 동맹’(한국·미국·일본·대만) 중 한국이 처한 현실이다.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2위인 삼성전자는 1위 TSMC와 간극을 좁히기 쉽지 않을 뿐 아니라, 2위 수성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급변하는 정세에 맞춘 파운드리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노골적인 ‘자국 우선’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 다이렉트 커넥트 행사는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를 공식화하는 자리였다. 아시아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물량을 미국으로 가져와 파운드리 2위 업체가 되겠다는 인텔에, 미 상무부 장관은 100억 달러(약 13조3000억원)으로 추정되는 보조금 지급이 “곧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는 첨단 반도체 생산을 맡겼다. 1.4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급 첨단 반도체 양산을 선언한 인텔 파운드리에 시작부터 축복이 쏟아진 격이다.

MS와 구글은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각각 자체 AI 칩을 설계하는데, 인텔이 자국 빅테크의 첨단 칩 물량을 계속 수주한다면 첨단 파운드리 시장 판도가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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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서 '세계 2위'를 선언하며 삼성 따라잡기에 나섰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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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독주도 삼성엔 부담



이날 엔비디아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65% 급증한 221억 달러(약 29조5000억원)를 달성했다고 밝혔고, 순이익도 월가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반면 수많은 엔비디아의 도전자들은 퇴각하고 있다. 한때 엔비디아 도전자로 촉망받았던 영국 AI 반도체 업체 그래프코어는 경영난 때문에 이제껏 유치한 투자금(7억 달러)에도 못 미치는 금액에 회사를 매각하려 한다고 최근 텔레그라프가 보도했다. 이외에도 그로크, 삼바노바 등 수억 달러 자금을 유치한 쟁쟁한 신생 AI 반도체 회사도 변변한 대형 고객을 유치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도 엔비디아 GPU 물량 일부를 생산하지만 이 회사 첨단 AI 반도체는 TSMC 공정에서 생산되는 만큼 엔비디아의 독주는 삼성전자에 부담이다. 엔비디아·애플 등 대형 고객은 TSMC가 쥐고 있기에, 새로운 AI 반도체 주자가 등장하지 않으면 삼성 파운드리의 새 고객사 확보도 난항을 겪을 수 있다.



대만+일본은 ‘뭉치자’



칩4의 아시아 3개국 중 일본과 대만은 급격히 가까워지는 중이다. 22일 로이터통신은 최근 2년간 9개 이상의 대만 반도체 회사가 일본에 지사를 설립하거나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사업을 부활시키려는 일본, 미국의 요구로 ‘중국 디커플링(탈동조화)’을 해야 하는 대만 등 양국의 필요가 만난 데다 엔저 효과로 반도체 협력이 급물살을 탄다는 것이다. TSMC는 오는 24일 일본 구마모토현 제1공장에 이어 2027년 제2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TSMC를 따라 대만 반도체 회사도 일본으로 넘어오는 추세다.

TSMC는 미국 정부의 권유와 압박으로 미 애리조나 공장을 짓고 있지만, 정작 해외 생산기지는 일본에 빠르게 마련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일본 정부가 관대한 보조금(최대 50%)을 신속하게 지급하며 인력도 우수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TSMC 일본 공장은 12~28나노급의 레거시(비첨단) 공정이지만, 차량용 반도체나 이미지 센서 등 일본 산업의 수요와 맞는 칩을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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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TSMC가 일본에 투자해 세운 자회사 JASM 전경. 회사는 오는 24일 일본 구마모토 현에 제1 반도체 생산공장 개소식을 갖는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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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용 반도체 등 ‘레거시’ 시장도 챙겨야



전문가들은 한국도 국가 차원에서 첨단·레거시 파운드리를 골고루 육성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삼성전자는 TSMC와 1·2나노급 첨단 공정에서 경쟁하고 있는데, AI 기술 보편화와 전기차 보급 등으로 레거시 반도체 시장도 커지고 있는 만큼 이 시장을 방치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19일 미 상무부는 자국 기업 글로벌파운드리스 등에 15억 달러(약 2조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차량용 칩 등 레거시 반도체를 주로 생산하는 세계 4위 파운드리 업체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차량용 반도체 등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데 국내는 삼성전자 등이 해당 기술을 보유했음에도 첨단 공정 투자에 밀려 실행을 못 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의 대대적 지원으로 구마모토에 소니와 TSMC 공장이 나란히 들어서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에 차량용 파운드리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첨단 공정은 대만 본토에서 하고, 레거시 공정은 일본에서 하는 건 TSMC의 아주 좋은 전략”이라며 “한국도 군수용 반도체 등 구공정을 포함해 전문 기업을 키우는 종합적인 국가 반도체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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