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3 (토)

지방개발 20년 족쇄…그린벨트 대거 푼다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수도권에서 벗어난 비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20년 만에 대대적으로 해제된다. 부산·울산·창원·대구·광주·대전 등 6개 지방 대도시 주변 그린벨트 2428㎢(여의도 면적 837배)가 규제 완화 대상이다. 기업이 산업단지 등 공장이나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다. 〈중앙일보 2023년 11월 29일자 1면, 2024년 2월 19일자 6면〉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울산에서 열린 열세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그린벨트 해제의 결정적 장애였던 획일적 해제 기준을 20년 만에 전면 개편할 것”이라며 “지역에 필요한 투자가 일어날 수 있게 규제를 혁신해 새로운 산업 입지 공간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2001∼2003년 춘천·청주·전주·여수·제주·진주·통영권 7개 중소도시 그린벨트가 전면 해제된 이후 20년 만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은 “새로운 산업을 전개할 수 있는 입지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개발제한구역과 농지이용 규제 혁신을 통해 노동과 자본 기술을 효율적으로 결합해 경제적 가치 창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린벨트에 대해 윤 대통령은 “그동안 질서 있고 효율적인 개발을 끌어내는 데 나름의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그러나 산업과 도시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50년 전과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무분별한 도시 확산을 방지하고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취지로 1971년 그린벨트가 도입됐지만, 지방소멸 현상을 막기 위해 유연하게 운영하겠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울산 그린벨트를 과감히 풀 수 있게 하겠다고 울산 시민에게 약속드린 바 있다. 그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해 박수를 받았다. 그러면서 “지역별 해제 총량에 구애받지 않도록 지자체 자율성도 대폭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 그린벨트(3793㎢)의 약 64%가 지방에 집중돼 있다. 그동안 “그린벨트 규제로 도시 주변 대규모 산업용지 확보가 어렵다”며 “그린벨트를 해제해 달라”는 목소리가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됐다. 다만 진현환 국토교통부 1차관은 “수도권은 과밀 문제가 있어 별도의 규제 완화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린벨트에서는 건축물의 신축·증축, 용도변경 등을 할 수 없다. 다만 개발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에 한해 심의를 거쳐 그린벨트를 해제해 왔다. 하지만 원하는 만큼 해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지자체별로 해제 가능한 총량을 정해 무분별한 개발을 막아왔다. 예외 규정을 두기도 했지만, 비수도권에서 국가주도사업을 할 때만 적용된 탓에 큰 실효성이 없었다.



울산 도심 한가운데 그린벨트…“풀리면 10조 투자 효과”



중앙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생토론회를 마치고 신정상가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실제 광주광역시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남은 그린벨트 해제 가능 총량은 8.88㎢인데, 군 공항 이전과 현재 추진 중인 반도체·의료특화단지, 에너지산단 확대 등 지역 현안 사업으로 필요한 토지 면적이 25.21㎢에 달해 최소한 16.33㎢가 부족한 실정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지난해 “국방 관련 시설 중 최소한 군 공항 이전 부지는 해제 총량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광주 군 공항이 옮겨가고 이 일대를 해제하면 광주 내 해제 가능 총량이 그만큼 줄어들어 신규 산단 조성 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 “투자 일어나게 혁신”

정부는 이 같은 지역전략 사업의 경우에도 해제총량 예외를 인정하는 등 해제 폭을 넓혔다. 지역전략 사업은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특화산업 육성 등 균형발전 기여도가 큰 지자체 주도 사업을 말한다. 산업단지부터 공공주택 건설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지역전략 사업으로 선정되면 신청부터 사전 협의와 심의를 1년 안에 완료하는 등 절차 간소화도 추진한다. 진현환 차관은 “빠르면 2025년 지역전략 사업 추진에 따른 그린벨트 해제 지역이 정해져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

정근영 디자이너


그린벨트 해제 ‘불가’ 지역에 대한 규제도 완화한다. 그린벨트 지역에는 6개 지표를 각각 1~5등급으로 평가한 환경평가 등급이 매겨져 있다. 그린벨트에서도 보전 가치가 큰 환경평가 1~2등급지는 해제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 전국 그린벨트의 79.6%가 이에 속해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이에 정부는 비수도권에서 국가·지역전략 사업을 할때 환경평가 1~2등급지의 그린벨트 해제를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환경가치 보전을 위해 1~2등급지 해제 면적에 해당하는 대체지를 새로 지정하는 조건이다. 지역별 특성에 맞게 환경평가 등급을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지금은 표고·경사도·식물상·수질 등 6개 지표 중 1개만 1~2등급을 받아도 그린벨트 해제가 불가능하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1~2등급지는 부정형(모양이 일정하지 않음)이고 흩어져 있어 대규모 산업단지 등을 조성할 때 어려움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정근영 디자이너


지리적으로 근접한 부산(412㎢), 울산(269㎢), 창원(297㎢)권이 전체 그린벨트의 4분의 1가량(25.8%)을 차지한다. 대규모 산단 조성 요구가 큰 이들 지역 우선으로 그린벨트 해제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울산은 1995년 울산시와 울진군이 통합되면서 도시 경계에 위치한 그린벨트가 도심으로 편입되는 문제가 있었다. 윤 대통령도 “울산이 광역시가 되고 울주와 통합한 지 이제 30년이 지났는데 도시 외각에 있어야 할 그린벨트가 통합된 도시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번 규제 완화로 울산에서만 최대 10조원의 직접투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현안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한다. 공공의 목적이라면 그린벨트를 풀어도 된다는 여론도 우세하다.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일반인(2000명)과 도시계획·환경 분야 전문가(100명) 등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일반인의 63.4%, 전문가 67%가 “공공의 목적 등에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다만 해제 범위와 수준 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수도권도 일부 완화가 필요하다”(이창무 교수)는 의견과 “환경평가 1~2등급지는 국가가 보존해야 한다”(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는 주장이 있다.

지역전략 사업 심의 절차도 속도

중앙일보

김경진 기자


그동안 그린벨트 해제는 난개발과 부동산 투기로 이어지는 일이 많았다. 또 개발이익이 특정 집단에 집중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사례처럼 주택 건설 등 개발이익이 큰 사업을 위해 무분별하게 그린벨트 해제를 주장할 우려가 있다”며 “그린벨트 해제가 정부가 정한 중점·핵심 산업의 육성이라는 목적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진형(경인여대 교수)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은 “그린벨트 해제 지역 인근의 부동산 투기 방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그린벨트 규제 완화와 함께 토지이용 규제의 신설 금지 방안도 내놓았다. 과도한 규제가 생기지 않도록 정부가 매년 토지이용 규제를 평가하고 있지만, 규제 지역이 계속해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12개 부처와 지자체의 농지이용 규제의 종류가 무려 336개에 달한다”며 “이를 전수조사해서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규제는 신속히 개혁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토지이용 규제 지역은 2018년 312개에서 2020년 329개, 지난해 336개로 증가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 그린벨트 해제를 요구하는 시민 발언에 윤 대통령은 “시민분께서 ‘화끈하게 풀어달라’고 하셨는데 걱정하지 달라”며 “그린벨트도 다 우리 국민이 잘살기 위해 만들어놓은 것이니까, 잘사는 데 불편하면 풀 건 풀어야죠”라고 답하기도 했다.

김원·현일훈 기자 kim.won@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