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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의사는 결국 구제된다는 경험, 집단사직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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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정영인 부산대 의대 명예교수


“의사들은 2000년 의약분업 때 집단행동을 통해 ‘의사 집단의 힘’을 자각했다. 안타깝게도 기득권을 지키려는 의사들의 이런 시도는 대부분 성공했다.”

정영인(68·사진) 부산대 의대 명예교수의 일침이다. 정 교수는 부산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2022년 2월까지 재직하며 의대생을 지도했다. 국립부곡병원장 등을 지내 병원을 운영한 경험도 있다.

정 교수는 이어 “2020년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의대생들이 국가고시를 거부했다. 그러자 ‘의사 선배’인 대학병원장들이 나서 대리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며 “이를 통해 구제된 경험이 후배 의사와 대학생 등에게 각인된 것으로 보인다. ‘의사는 대체 인력이 없고, 결국 구제될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줘 직업윤리가 실종되는 상황까지 부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교수가 몸담았던 부산대병원 전공의 244명도 대부분 사직서를 낸 후 20일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다. 부산대 의대생 590명 중에선 582명이 휴학계를 냈다. 그는 이번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엔 묵시적으로 동조한 교수 등 선배 의사들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고 본다. 그는 이어 “이익 집단으로서의 의사 사회는 이번 일을 계기로 그간의 투쟁 방식을 성찰해야 한다”고 했다. 환자 생명은 절대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의사가 환자 곁을 떠나서는 어떤 이유로도 국민 동의를 얻기 힘들다는 것이 정 교수의 입장이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며 사직서를 던진 전공의들에 대해 그는 “다른 방식으로 투쟁해야 한다”고도 했다.

또 정 교수는 “의사가 부족하단 사실은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다. 한국 인구가 줄어드는 건 맞다. 하지만 초고령 사회가 되면 의료 수요는 오히려 늘어난다”며 “의사를 늘리는 건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정부의 방식은 거칠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현 의대생 정원의 3분의 2에 달하는 숫자를 일시에 늘리겠다는 정책이 의사들이 반박하지 못할 만한 정교한 논리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면허를 취소하고 구속 수사를 하겠다는 등의 접근으로는 (의료계를)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단순히 의대 증원이 정답은 아니라는 정 교수는 “의대생이 늘어나면 필수의료가 확보될 거라는 건 착각이다. 기피하는 필수의료 분야에 대해선 확고한 보상책이 뒤따르는 게 상식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병원 등이) 전공의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시스템도 문제”라며 “의사 간 역할 분담, 의사만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독점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주·안대훈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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