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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법정 간 한미약품 '모자의 난'…"사익 위한 것"vs"R&D 자금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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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을 둘러싼 모자의 난이 법정 공방으로까지 비화했다. 통합 저지를 위해 제기한 가처분 심문이 막을 올린 가운데 양측은 핵심 거래 중 하나인 제삼자 대상 신주발행을 둘러싸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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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21일 오후 임종윤·종훈 형제가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사건 첫 심문을 진행했다.

한미사이언스의 신주발행은 양 그룹 통합의 핵심 고리 중 하나다. 이번 통합은 OCI홀딩스를 대상으로 한 한미사이언스의 신주발행(8.4%)과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 및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의 자녀 2명의 주식 매각, 송 회장·임주현 사장의 OCI에 대한 주식 현물출자 등을 합쳐 OCI가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임주현 사장 등은 현물출자를 통해 OCI홀딩스 지분 10.4%를 보유한다. 만약 가처분이 인용되면 통합 작업의 기둥 중 하나가 바로 흔들린다.

양측이 다툰 가장 큰 쟁점은 신주발행의 목적과 정황이었다. 형제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지평과 광장은 "송영숙·임주현의 상속세를 마련하고, 더 나아가 경영권 장악이라는 사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위법한 신주발행"이라고 정의했다. 현재는 형제 측과 모녀 측의 지분이 비등하지만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지분율 구도가 뒤집혀 모녀 측이 경영권을 장악한다는 것이다.

반면 모녀 측은 한미약품그룹이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며 OCI와의 통합은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묘수'라고 강조했다. 한미사이언스를 대리한 법무법인 화우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유동성 비율이 한미사이언스는 24.9%, 한미약품은 50%로 경쟁사의 100~300%보다 낮아 현재 그룹의 재무구조가 매우 취약하다고 짚었다. 이 과정에서 "한미약품의 2020년 매출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업계 최고 수준인 21%였지만 2021년과 2022년 거듭 13.45%로 급락했다"며 "R&D 투자의 안정적 유지를 위한 재원 확보는 (한미약품에) 선결과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폐암 신약 올리타의 개발 좌절, 미국 파트너사 스펙트럼 인수 포기 등 한미약품이 성장할 수 있는 주요 지점마다 이 같은 자금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며 "OCI는 1조원의 현금성 자산이 있어 한미약품에 필요한 R&D 투자 비용을 장기적·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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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통합 결의 이전에 실제로 경영권 분쟁이 있었는지도 주요 쟁점으로 제기됐다. 대법원이 판례를 통해 경영권 방어 목적의 신주발행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만큼 분쟁이 실존했다면 이는 신주발행을 무효로 할 수 있는 주요 근거이기 때문이다.

형제 측은 "모친과 남부끄럽게 갈등하지 않았을 뿐 서로의 지분이 엇비슷해 갈등 구조가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대외적으로 표출되지 않았을 뿐 모녀 측이 형제의 경영 참여를 막으면서 갈등이 생긴 상태였다는 것이다. 특히 "가족 중 다른 주요 대주주들에게 이번 거래와 관련해 사전에 일절 공유되지 못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상속 과정에서 송 회장이 자녀들과 비교해 2배의 지분을 상속받기로 가족 간 합의가 된 만큼 분쟁 상황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한 임주현 사장이 임종윤 사장에게 266억원이라는 거액을 무담보로 대여했다는 점과 임종윤 사장이 디액스앤브이엑스(DXVX)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매각했다는 사실도 주요 근거로 내놨다. 상대방에게 금전을 무담보로 대출해주거나, 핵심 자산인 지분을 파는 행위는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행위라는 논리다.

이날 심문에서는 양측의 첨예한 입장 대립만 확인한 만큼 재판부는 한 차례 더 심문을 열고 추가로 양측의 의견을 물을 예정이다. 다음 심문 기일은 다음 달 6일로 잡혔다.

한편 이날 심문에서는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향후 한미약품과 OCI그룹 소속 제약사인 부광약품 간의 구체적인 협업 모델, 한미약품그룹의 협상 대상 등도 일제히 알려졌다.

모녀 측은 "부광약품은 중추신경계질환, 한미약품은 비만, 항암 치료제 중심으로 개발 신약 분야가 다르다"며 "한미약품도 중추신경계 치료 약 진출을 탐내며 기회를 찾고자 노력했지만 재정 문제로 무산됐던 만큼 부광약품과의 협력은 매혹적인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부광약품은 일본에서 도입한 항우울증 신약 라투다를 지난해 허가받는 등 중추신경계질환 영역의 포트폴리오 확장에 주력해오고 있다.

또한 "한미사이언스는 R&D 자금의 확보나 영업망 확충을 위해 다른 기업과 협력을 계속 모색해왔다"며 "OCI 외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효성, 솔브레인 등 상장사와의 통합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OCI와의 협상이 급격히 진행됐다"고 이번 통합의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로 한미약품그룹은 이들 회사와 협상에 나섰지만 경영권 등과 관련한 쌍방의 요구가 맞지 않아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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