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6 (화)

이슈 총선 이모저모

정세균·김부겸도, 의총도 ‘李책임론’…총선 D-49에 위기맞은 ‘이재명호’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총선을 49일 남기고 ‘이재명호(號)’가 거센 당내 반발에 직면했다. 공천 과정에서 빚어진 밀실 회의, 비선 논란, 정체불명 여론조사 등 노골적인 비명 쳐내기와 친명 밀어주기에 당 전체가 소용돌이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는 21일 입장문을 내고 “시스템 공천, 민주적 원칙과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전 총리가 임채정·김원기·문희상 전 국회의장 등 민주당 원로들과 회동한 직후였다.

그간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탈당에도 침묵했던 두 전직 총리는 당내 ‘공천 파동’에 대해 “이재명 대표가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우리는 일찍이 민주당 공천이 투명성, 공정성, 국민눈높이라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씀드렸다”며 “그런데 현재 진행되는 공천은 많은 논란에 휩싸여 있다. 당이 사분오열되고 서로 신뢰를 잃게 되면 국민 마음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홍익표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4.02.2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들은 현 사태의 책임자로 이 대표를 지목하며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총선 승리를 위해 작은 이익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최근 비명계에 집중된 ‘하위 20%’ 페널티 통보 등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다. 원로 모임의 한 참석자는 “김 전 총리는 특히 박용진 의원이 하위 20%에 포함된 것을 ‘공정하지 않다’고 성토했다”고 전했다.

그간 당내에선 두 전직 총리의 공동선대위원장도 자주 거론됐다. 하지만 이들은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지금의 상황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우리 또한 총선 승리에 기여하는 역할을 찾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 대표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지원 유세도 어렵다는 경고다.

중앙일보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4.02.2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국회에서 2시간 가량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 역시 이 대표 성토대회를 방불케 했다. 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은 최근 본인 지역구에서 자신은 빠진 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포함된 여론조사를 거론하며 “추 전 장관이 (국민의힘 동작을 후보인) 나경원 전 의원을 이길 것 같나. 만약 여기서 지면 이 대표, 조정식 사무총장,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이 책임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조정식 사무총장은 논란이 된 여론조사에 대해 “대체로 당내 여러 기구에서 한 게 맞다”고 시인했다고 한다. 최혜영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홍익표 원내대표가 마무리발언에서 ‘여론조사에 지도부로서 책임을 느낀다.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문제가 있는 여론조사업체는 제외시키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간 민주당은 현역 배제 여론조사 등에 대해 “당에서 한 조사가 아니다”라고 부인해왔다. 당 선출직공직자평가 및 경선 여론조사와 현역 배제 여론조사가 동일한 업체에서 진행됐다는 보도도 부인했다. 그러나 이날 조 총장이 기존 입장을 180도 뒤집으면서 민주당 지도부 및 공천관리기구의 신뢰성은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비선(秘線) 기구를 활용해 공천에 개입했다”는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의총에선 경선 과정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불출마를 선언한 오영환 의원은 “하위 20% 명단이 누가 봐도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거나 다른 계파로 분류된 분들인데 객관적, 합리적 기준이 적용된 게 맞느냐”고 했다. 친문계 홍영표 의원은 “당 대표 측근 변호인단 공천을 하려고 이런 상황을 만드나. ‘이재명 사당(私黨)화’를 위한 작업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전해철 의원도 “(이 대표가) 통합선대위 구성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천 과정이 이렇게 된 것”이라고 했다.

정작 이 대표는 이날 의총에 불참했다. 의총 중간엔 친명계 정청래 최고위원이나 김성환 인재영입위 간사가 자리를 뜨기도 했다. 이에 의원들은 “당 대표도 없는데 어디 가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김영주·박용진·윤영찬 의원에 이어 ‘하위 20% 의원’의 성토도 이날 이어졌다. 송갑석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일부러 패배하려고 하지 않는 한 저럴 수 없다는 게 현재 민주당에 대한 평가”라고 꼬집었다. 박영순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와 측근들은 밀실에서 공천학살과 자객공천을 모의하고 있다”며 “이 대표와 공관위원장이 사표를 내고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친명계 전진 배치’가 이 대표를 오히려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표는 승리보다 민주당을 친명당으로 만드는 걸 이번 총선의 제1 목표로 하는 것처럼 보인다”라며 “당을 친위대로 꾸리려다 자칫 더 많은 걸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연구원 부원장 출신인 최병천 신경제성장연구소 소장은 “현재 이 대표가 얘기하는 혁신(革新)은 ‘비명’의 가죽을 벗겨 ‘찐명’의 가죽잠바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일갈했다.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불리한 현재 판을 뒤집으려면 이재명 대표가 총선 불출마 해야한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